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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한순간에 뜨거워진 머리로 리제는 스쳐지나가듯 생각했다.

눈 앞의 사내와 맺어진 것도 한참 전의 일.

관계 자체도 적잖은 빈도로 이어오고 있었고, 하물며 입맞춤 정도야 이제와 셀 것도 없었을 텐데.


"읍…… 하아, 하아……!"

"……리제."


그런데 어째서, 방금의 것은 이다지도 도착적으로 스며들고 사내의 목소리는 이다지도 생경하게 들리는지.

아니, 이유는 알고 있었다.

힘겹게 고개를 틀어 깔끔하게 비워진 술잔을 바라보며, 사령관의 '독특한' 술버릇을 제때 떠올리지 못한 자신과 악의가 없을 때조차 함정을 파는 재주를 가진 여자에게 속으로 원망을 퍼붓던 리제를, 남자는 뚱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드러난 귓바퀴에 입을 가져가 부드럽게 깨물고 숨을 불어넣었다.


"윽……!?"

"내가 불렀잖아."


용수철처럼 돌아온 얼굴은 터질 듯이 붉은데 시선에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그것이 어딘가 사랑스러우면서도 갑갑해, 남자는 조곤조곤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방금도 다른 사람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 그게……."


그녀가 여러모로 생각이 많고, 그중 태반에는 깊은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앞에 두고서도 그러는 것에는 역시나 좋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구나."

"……당신?"

"나 밖에 생각할 수 없게 하면 되겠네."


취기로 휘청이는 이성이 내놓은 답에, 똑같이 취한 감성은 쉽게도 동의했다.


*   *   *


"아, 흣- 거기, 으응……!"


축축한 물소리와 흐느낌. 주인의 의사 따위는 진즉 내다버린 채 경련하는, 평소보다 배는 민감해진 몸.

사내의 무릎에 엎드리듯 얹혀서 장난감처럼 농락당하는- 지금의 자신은 엄청난 꼴을 하고 있겠지.

눈으로 확인하려고 해도 가려진 시야가 그걸 허용치 않고, 안대를 풀어내려고 해도 묶여있는 손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아니, 열락의 한중간에도 혹여나 아파할까 조심스럽게 묶인 상황.

바이오로이드의 완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풀어내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 풀 수 있었겠지만,


"리제."

"아- 아읏… 윽!"

"사랑해."

"으읏……!"


온 몸을 낙인이라도 새기려는 양 훑으면서도, 쾌락에 정신을 놓으려 할 때마다 현실에 비끄러매놓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달콤하고


"리제는, 여기를 훑어주면 좋아했었지?"

"싫어어, 힉, 그러언, 하앙! 말, 하지 마아……!!"


자신이 쾌감에 익숙해진 것 이상으로, 자신의 몸에 익숙해진 사내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절묘해서.


"아직도 부끄러워하는구나."

"당연, 앙, 한……!"

"그런 점도 귀여워."

"~~~~!!"


등을 쓸어내리는 것을 신호 삼아 한순간 깊이 찔러들어온 손가락에, 리제는 오늘만 몇 번째일지도 모를 절정에 달했다.

모인 채 묶인 손에 이마를 대고 진저리치는 것도 한 순간, 평소의 여유 따위도 허락치 않겠다는 듯 바로 이어진 애무에 잇사이로 애달픈 흐느낌이 새어나온다.


"제발, 흐으…… 으, 이제…… 넣…… 아아앙!"


가끔 하곤 했던 애원으로도 부족한 것일지.

태연하게 계속되는 괴롭힘에 몸은 웃음이 나올 만큼 솔직하게 반응하며 달아오른다.


"그만, 하윽, 저, 으응- 이대로는… 아!!"


망가져 버린다.

-아니, 그렇지만 자신은 이미 망가져 있었으니까.

어쩌면 지금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닐까?


"……님."

"응?"


그런 생각이, "리제"라면 절대로 쓰지 않을 - 하지만 "시저스 리제"라면 당연한 단어에 닿았다.


"주인, 님…… 부탁……"

"……."


짧은 침묵 후.


"리제!!"

"아, 주인님, 들ㅇ-하아, 아아앙……!!"


지금까지의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제, 저기……."

"몰라요!"

"……미안."


그 날 이후 사령관의 음주는 리제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거의 처음으로 도끼눈을 뜨고 엄포를 놓은 부관을 하늘하늘 웃으며 받아넘기는 주방장의 모습은 오르카 호에서도 한동안 회자될 만큼 장관이었다나 뭐라나.


――뭐,­­

그 후에 가볍게 뭔가를 속닥인 주방장에게 부관이 한참 동안 달아오른 얼굴로 고민한 끝에 수긍하고

'사령관'이 아니라 '부관'의 몫으로 이따금 질 좋은 와인이 넘겨지곤 했다는 후일담은, 당사자 외에는 누구도 모를 비밀로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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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야스씬은 Ex로 서술 방식을 바꾸는 게 쓰는 편이 편한 것 같스빈다

정정하빈다. 어떻게 써도 빡세빈다.



에밀리 외전 : https://arca.live/b/lastorigin/23339759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3397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