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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가 자신에게 피학 성향은 없다고 몇 번이고 속으로 다짐을 하거나 말거나.

그래서 따지러 간 소완한테 하지만 즐기셨지요? 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고 매너리즘 타파는 필요하다는 합리화 하에 술을 긴밀히 보관해두거나 말거나.

사령관을 맞이할 때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특별한 밤의 신호가 되었거나 말거나.

예상대로 덴세츠의 최고급 바이오로이드 중에서 처음으로 복원이 결정된 건 샬럿이었음.


단순한 원작에서의 출시 순서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봐도 당연한 결정이었는데,

일단 복원시의 리스크가 적은 정도로 추려진 셋이 샬럿, 아자젤, 아르망이었고 그 중에서 아자젤은 정신 재조정 문제, 아르망은 연산능력을 위한 데이터 수집 문제로 빠르게 내놓을 수가 없었거든.

결과적으로 가장 심플하게 강하고 성격적 결함도 (일단은) 없는 샬럿이 현장 복원 대상으로 선택된 것이었지.


무장의 재현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직접 관여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으니 늘 하던대로 사령관의 보조에 집중하면 그만이겠지만, 그 즈음해서 리제는 새로운 걱정거리를 또 하나 충동구매하고 말았어.

이름하여 '내 사령관이 너무 잘난 남자라 위험해.'.


뭔 개소리냐 싶어도, 사실 이 세계에서 지고의 저녁식사 이벤트가 달라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도 결국 사령관이 빠르게 레벨업해서였잖아?

거기에 소완 건도 겉으로는 최선 이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사령관이 무자각으로 꼬시고야 말았다는 점은 변하지 않고.

굳이 얀데레 수준이 아니라도 사령관에게 시작부터 연애감정에 가까운 어프로치를 하는 바이오로이드는 결코 적지 않은데, 게중에 소완처럼 함락당하는 인원이 늘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지.


차라리 사령관이 하렘을 차리겠다고 선언했으면 조금, 아주 조오오오금 섭섭했을지는 몰라도 원작이 원래 그랬다면서 납득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자기만 바라보겠다고 하니까 더 주변이 신경쓰이는 거야.

우월감과는 거리가 멀고 죄책감이라기에도 애매한 이 불편함이 이 이상 늘어나는 건 곤란하지만 누군가에게 상담을 했다간 긁어 부스럼일 것도 같고.


급기야 소완을 상담 상대로 떠올렸다가 머리를 붕붕 젓는 자신의 모습에 사령관이 '오늘도 망상벽이 도진 리제가 귀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어느덧 샬럿의 재생과 아자젤/아르망의 기초 복원이 마무리됨.


*   *   *


헛다리 짚어서 죄송합니다.


샬럿과 첫 인사를 끝낸 후 리제가 품은 감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저랬어.

사령관이 (예습 덕분에) 폐하라는 호칭에도 당황하지 않고 소개를 마친 후 기사의 예까지 치러주니까 샬럿은 - 그 과정에서의 제스쳐 같은 것은 과장되었을지 몰라도 - 담백하게 사명을 받아들였거든.


바보 옐로니 뭐니 해도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낭만이 넘칠 뿐이었지.

원작에서의 나사풀린 행동은 한창 하렘물 전개중이던 오르카 호의 분위기를 읽은 결과려나-

-하고 생각하던 리제에게도 샬럿은 멋들어진 예법으로 인사를 올리고


- 그러면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까요? 부관 각하? 아니면 마담 리제?


…응?

첫 등장 때는 나름 사극스러운 하게채였고, 앙숙인 앨리스랑 투닥거릴 때나 아이들을 대할 때는 또 휙휙 바뀌긴 했지만 저런 말씨를 한 적이 있던가?


조금 의아하게 리제 양이면 충분하다고 대답하자 샬럿이 딱히 가타부타 말 없이 수긍하는 바람에, 리제는 옆에 선 사령관이 뭔가 생각에 잠긴 것을 눈치채지 못했음.


*   *   *


그 후로는 본격적인 항해의 시작이었어.

망망대해에서 드물게 퍼진 섬을 찾아다니는 건 결코 편한 일은 아니었지만, 수가 늘었다고는 해도 약소 세력인 오르카 호로는 육지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는 없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그나마 알바트로스 휘하의 AGS가 전선을 담당한 반도의 일부분을 빼면 설령 항구라고 해도 철충의 휴면기가 끝나는 순간 유지를 보증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 와중에 앙헬의 무덤이 있는 쪽으로 경로를 유도해서 조금 일찍 도착하는 건 어떨까- 도 고려해봤지만 금방 단념했어.

트릭스터의 양동작전을 방치했을 때처럼 호불호에 따른 게 아니라, 로크의 형제기가 철충에 감염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그 둘이 도굴꾼을 저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적대해올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현실'에서 최상급 AGS가 발휘하는 힘을 똑똑히 본 입장에서 로크 본인이면 모를까 형제기까지 위해주느라 목숨을 걸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고.


그렇게 사령관과 지휘관기들의 결정을 지켜보기로 한 리제의 결정은 의외의 결과로 돌아오게 됨.

항해하던 길에 오르카 호를 발견한 테티스가 신호를 보내고, 그걸 통해 세이렌이 남아있던 함선을 구조할 수 있었거든.

단번에 함선 한 척이 추가된 셈이라 전력으로나 대형 AGS를 수송할 역량적으로나 상당한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섬뜩하기도 했음.


이벤트의 메인 캐릭터가 아닌 한에야, 원작의 바이오로이드 대부분이 "어떻게 합류했는가"하는 경위는 자세히 밝히지 않은 채 등장하잖아.

이번에도 처음 생각했던대로 항로를 바꿨다간 세이렌네는 또 한참을 바다 위에서 떠돌고 있었을 테고.

자기가 어설프게 간섭했다가 누구 홀랑 놓치기라도 하면?


요정 마을의 아리아를 사전에 어떻게든 해볼까 하던 의욕이 절반 정도 날아간 순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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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스는 추가 일시는 좀 늦는 편이지만 역할상으로 지금 있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일찍 꾸겨넣었스빈다.

다음 편부터 리오보로스의 유산 시작일 것 같스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3446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