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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엔 타오르는 햇빛. 등 뒤엔 빛나는 바다. 눈 앞에는 미지의 숲.

남국의 휴양지 하면 떠오를 모든 요소가 하나 된 광경 속에서 워울프는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휴일을 보내는 건 죄악이라고.


"그렇게 된 고로, 지금 이 자리에서 해적단을 결성한다!"

"…."


침묵과 함께 몰려드는 시선.

과연, 다들 너무 감동해서 말을 잊었군.

스스로의 천재성에 전율하던 워울프를 되돌린 것은 어딘가 허탈하게 들리는 지적이었다.


"부관님이 동행한 쪽은 넘기더라도, 이미 휴가중인 대원 중에 출발한 탐험대만 두 그룹은 될 텐데요."

"아아, 스카이 나이츠랑 캐노니어 쪽 애들 말이지?"


캐노니어 쪽에는 아머드 메이든의 분홍 머리가 갑자기 리포터가 되겠네 뭐네 하면서 달라붙었던 것도 같고.

술술 대답하는 워울프의 모습에 상대 - 페로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그걸 아시는 분이 이제 와서 늑장입니까?"

"쯧쯧, 우리 고양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난 탐험대라고 한 적 없잖아?

 해적이라고, 해적. 로망도 보물과의 인연도 평범한 탐험대 나부랭이랑은 급이 다르단 말씀."

"그렇습니까, 수고하십시오."


이 싸늘한 반응이라니, 과연 고양이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워울프의 입가에서는 여유만만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흐응, 사령관한테 받아온 기념품을 나눠줄까 했는데, 아무래도 관심 없나봐?"

"무슨?!"


과연 효과는 굉장해서, 모처럼의 휴가임에도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하고 그늘에서 빈둥거리던 대원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집중되었다.


"그럼 내가 밤새도록 해적 영화를 보다가 늦잠을 자서 늦은 줄 알았어?

성공하냐 마냐는 둘째 문제, 이런 일에서 제일 중요한 건 로망과 추억!

그걸 위해서 사령관에게 특별히 부탁까지 했던 건데…."

"엑설렁! 워울프, 아니, 루가루 공에게는 혜안이 있군!

 그런 로망이 있는 모험이라면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무의미하게 화려한 곡예를 하며 갑판에서 뛰어내린 건 샬럿.

합류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았음에도 자자히 알려진 전투력과 존재감은 단번에 '해적단'에 그럴듯한 무게감을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발키리와 님프가 은근슬쩍 끼어들고, 갑자기 사라진 워울프를 찾으러 온 퀵 카멜까지 얼렁뚱땅 납치(?)하면서 점점 규모가 불어나는 패거리에 페로가 당황하는 사이,


"그러면, 저도 한 몫 끼어볼까요."

"응? 천사 양도?"


하늘에서 그림자를 드리우며 내려온 또 다른 자원자.

여전히 흥미라고는 없어 보이는 눈빛에 워울프도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뭡니까. 설마 흉부의 지방 덩어리에 제한이라도 뒀다는 소리를 할 생각인가요?"

"워워, 진정해.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니까. 그쪽은 한창 바쁠 때 아니었어?"


오르카 호의 주전력을 구성하는 다섯 부대 중, 섬의 제압에 나선 것은 스틸라인과 둠 브링어가 주축에 호라이즌의 일부가 더해진 정도.

자연스럽게 탐험대로 자원한 멤버도 대다수가 발할라나 호드, 혹은 그 외의 소규모 부대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이 와중에 둠 브링어의 부관이 여유있게 해적단에 지원하는 건 확실히 기묘한 일이었지만, 정작 나이트 앤젤은 태연했다.


"메이 대장이 심기가 복잡한 것 같으니, 충성스러운 부관답게 혼자 있을 시간을 줄까 해서요.

그 기념품인지 뭔지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고."

"흐음."


뭐, 그런가보다.

깊이 파고드는 건 애초에 천성에 맞지 않는다.

워울프는 빠른 납득과 함께 이야기 내내 깔고 앉아있던 상자를 들어올렸다.


"뭐, 그럼 여기 모인 멤버로 출발하도록 할까!

일단 수여식부터 마친 다음에!"


*   *   *


"…뭔가요, 이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만, 작은 실망이라고 즐거운 건 아니다.

앙증맞은 해골 모양 패치가 붙어있는 수건을 펼치며 페로는 인상을 찌푸렸다.


"두건이야, 두건. 해적을 자칭하려면 이 정도는 둘러줘야지?

 사실은 멋들어진 제복을 뽑아주려고 했는데, 오드리가 한창 바쁘다잖아.

 별 수 없이 이걸로 타협한 거야."

"그렇다고 이런 바보 같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본 페로는 의외로 동조자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워울프야 발안자이니만큼 당당했고, 님프는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넘어갔고, 퀵 카멜은 이 정도면 얌전하다면서 역으로 안심하고 있고, 나앤은 흉부를 강조하는 무언가만 아니면 아무래도 좋았고, 발키리는 은근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에, 샬럿은 대놓고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으니.


빠지고 싶다. 엄청나게 빠지고 싶다.

하지만 자신이 빠지면 누가 이 얼간이들을 멈출 수 있을까?

최소한 저 두건만이라도 어떻게 할 수 있으면….


"아, 대신 리더에게는 선장 모자를……." 

"주세요."

"이봐, 정정당당하게 정해야지!"


귀 때문에 두건은 불편하다는 말에도 납득하지 못한 워울프를 결국 나앤과 협력한 페로가 비치 발리볼로 제압하는 와중, 퀵 카멜은 페로의 속에서 자신이 워울프와 똑같은 등급으로 내려가고 말았다는 것은 꿈에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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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편이 사라진 게 아니라 Ex도 그냥 넘버링은 순서대로 넣기로 해서 하나씩 밀렸스빈다

13.5까지 그냥 숫자로 맞출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두기로 했스빈다

스타팅은 좀 다르지만 이후에는 대충 원작대로 진행해서 워울프쪽이 우연히 금고를 발견할 예정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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