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고의 노력 끝에 저항군은 아직 죽지 않은 인간을 몇 명 더 찾아내었다. 과거 인류의 악습을 가진 부류는 엄히 재교육하고, 괜찮은 부류는 부대를 떼어 새로 확보한 섬에 보내는 것으로 지휘권 문제를 미연에 방지했다. 오르카에는 언제나 사령관 혼자만이 인간이었고 새로 발견된 인간들은 밖에서 새 사령부를 꾸며 철충과 맞서도록 합의했다.


최고참이 된 오르카는 선임으로 추대받아 아직 경험이 없는 다른 사령부에 조언하고 때로는 구원하여 더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중 몇몇 사령부가 제조기를 복원하여 유전자 씨앗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오르카는 이제 빠듯한 병력을 섬에 분배할 일이 줄어든 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 여겼다.


며칠 후, 그 중 가장 성장이 빠르고 규모가 컸던 대만 사령부가 처음으로 로열 아스널 복원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다들 희귀 개체 복원에 환영했고, 여기저기서 축하 전문이 날아왔다. 그러나 일주일 후 대만 사령부는 아무 설명없이 비상경계 신호를 보내더니 침묵하고 말았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오르카는 혹시 철충이나 별의 아이가 공격한 것일까 우려하며 조심스럽게 상륙했다. 하지만 시설은 멀쩡했고, 바이오로이드들은 공격받은 것 같진 않았지만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탐색대의 대장인 칸은 조심스럽게 사령부 건물에 진입하여 지휘실을 살폈지만 거기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 굶주린 유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령관의 숙소를 열어본 칸은, 그곳에서, 빼빼 말라 죽어가는 사령관 위에서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 허리를 놀리는 로열 아스널을 발견했다. 그 주위엔 그녀를 말려보려다 제압당한 듯한 바이오로이드가 둘, 아니 스물이 넘게 있었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채 이제 다 죽을 거라고 절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브라우니에게 물을 먹이고, 칸은 자신의 무기를 거꾸로 쥐고 있는 힘껏 로열 아스널의 머리를 후려쳤다.


9점 홈런 뒤에, 겨우 구출된 대만 사령관은 반 년 동안 집중적인 치료와 부하들의 애정어린 간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적 불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르카 사령관은 그와 합의하여 문제의 로열 아스널을 오르카에 배속시켰다. 라비아타와 알렉산드라, 선임 로열 아스널의 집중적인 교육이 이어지는 동안 대만 사령부도 서서히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만에서 다시 전보가 날아왔다. 이번엔 소완을 복원했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