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탄자 바닥 위에 켜켜이 쌓인 책들, 책상 위 이것 저것 열려있는 홀로그램, 벽에 붙어있는 세계 지도와 저축척 작전지역 지도, 그리고...


"으악! 주인님! 벽에 쇠구슬을 이렇게 박아두시면 어떻게 해요!"


콘스탄챠가 주인님이라 부른 남자는 소파에 널어놓은 이불마냥 축 늘어진 채로 반 쯤 누워있었고, 늘어뜨린 왼손에는 조잡하게 제작된 새총을 들고 있었다.


"나는 선내에서 화기는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자네의 친절한 조언에 따랐을 뿐이라네."


"그건 함선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일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이었다구요! 아무리 정박 중이라지만 여긴 바닷속이란거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어머... 이 벽 어떻게 하면 좋지..."


콘스탄챠는 고풍스러운 볼베어링 글씨체로 'VR'이라고 새겨진 벽 앞으로 다가가 나무 외장재에 박힌 쇳덩이를 손으로 빼내려고 시도했다.


"이 새총으로 쏜 쇠구슬은 나무 장식을 관통하지 못해. 이 녀석으로 발사된 쇠구슬은 권총탄과도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의 에너지를 갖지. 오르카호 선체에 피해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네, 콘스탄챠양."


"후우... 손으론 안되네요. 수리는 필요 없으신건가요?"


"필요 없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새벽 3시에 이렇게 긴급하게 호출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주인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지루해."


"예?"


"지루해서 말 그대로 죽을 것 같다는 뜻일세."


콘스탄챠가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하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간다.


"주인님께서... 새벽에 불러내신 이유가... 육체적 봉사를 원하신거라면...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아니야 콘스탄챠양. 자네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이해를 못하고 있군."


"앗... 아... 예 그렇습니까."


당황한 콘스탄챠가 애꿎은 바닥을 오른발 끝으로 툭툭 찬다.


"그렇게 계속 서있을텐가?"


"앉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콘스탄챠가 탁자 맞은편 소파에 앉자 사령관은 잔에 차를 따라 콘스탄챠에게 건네고, 자기 잔에도 차를 다시 채운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자네가 말했던 본능적인 즐거움은, 내가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적인 쾌락에 비하면 우선 순위가 밀려. 비판적 사고의 즐거움은 아주 중독적이고, 매력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지루함은 곧 생사의 문제가 되기도 하지."


"... 업무 시간이 부족하신건가요?"


"아니. 보급이니 지휘니 하는건 컴퓨터도 다 할 수 있는 것들이야. 근본적으로 사칙연산이나 체스 게임과 다를 바가 없네. 별로 재미가 없지."


"그러고보니 제가 가져다 드린 체스판은 손도 대지 않으셨군요. 감히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체스 같은 게임은 두뇌 활동이 맞지 않을까요?"


"나는 '지적인 쾌락'이라고 말했네. 체스는 아주 직선적이야.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있고, 공개된 정보에 맞춰 계산만 하면 된다네. 따라서 계산기도 할 수 있는 일이지. 내가 이야기 하는건 추론을 포함한 복잡한 종류의 두뇌 활동일세. 겉으로 보여지는 사실로부터 논리를 이용하여 퍼즐을 맞춰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추론이지. 깨어나고, 이 함선에 들어와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해본지가 벌써 48시간째거든. 그래서 지루하네."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야기를 듣던 콘스탄챠가 묻는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주인님?"


"내가 탐정, 자문 탐정이었다는 것을 아나?"


"아뇨 말씀해주신 적이 없습니다... 혹시 기억이 다 돌아오신건가요 주인님?"


"아니. 아니지. 2010년대의 기억이 마지막 기억이야. 자네가 준 자료를 믿자면... 한 세기 하고도 반이나 전이군. 어쩌다 이런 꼴로 발견되게 되었는지는... 기억에 없다네."


"그러셨군요."


"보아하니 생명공학과 뇌과학이 내가 기억하던 시대보다 크게 발전한 것 같은데, 덕분에 내가 진짜 셜록홈즈인지, 그런 기억만 덧씌워진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 사람이긴 한지도 알 수가 없군."


"주인님이 인간인 것은 확실해요. 저희 바이오로이드들은 뇌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거든요."


"뇌는 인간이다, 로 정정해야겠지. 정확성은 항상 중요해. 어쨌든 나는 모험과 미스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런걸 도무지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네. 잠수함 밖에는 단순하게 나를 죽이려고 혈안이 된 쇳덩이 괴물들 밖에 없고, 잠수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한테는 거짓말도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니. 요안나, 포브스, 다 자네처럼 속임수는 커녕 숨기는 것조차 하나도 없더군."


"포브스가 아니고 포츈 언니입니다 주인님..."


"지구 상에 남은 미스터리라고는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는가 하나 뿐인데 단서는 수집할 방법도 방향도 모르겠고, 저항군 친구들도 아는 것이 하나 없으니 진행할 방도도 없지. 이제 군벌 대장 노릇이나 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러면... 주인님께 조금 다양한 '인물'을 소개시켜드리는게 좋을까요?"


"좋은 시작점이군. 하지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라고 해도 뇌에 박힌 그 제어 칩 때문에 나를 상대로 음모를 꾸밀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기록을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전쟁 당시 철충들도 전략적인 행동을 벌인 적이 많아요. 연결체 같은 고위 철충 개체들을 상대하시려면 주인님의 뛰어난 두뇌가 분명히 도움이 될거에요."


"음. 이 지긋지긋한 군벌 대장 짓에 약간의 재미라도 예고되어 있다는건 좋은 소식이지만, 나는 천성적으로 군인 생활을 즐기진 못할 사람이야. 지금 당장 철충과 전쟁이라도 하러 나가자는게 아니라면 지금의 재난같은 지루함을 해결해줄 수는 없겠구만."


"아니면 말씀하신대로 고급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나보시는건 어떠실까요. 고급일수록 자율성도 높고, 지휘관기 수준까지 올라가면 전략적 식견도 있으니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전에 이야기한 마리 말인가? 지금 쫓기고 있다고 했으니 당장 만날 수는 없을테고. 젠장 빨리 찾아다가 지금 맡은 병정놀이들을 좀 떠넘기고 싶은데."


"오늘 내로 만날 수 있는 고급 개체도 있습니다 주인님. 블랙 리리스 기종인데-"


"거기까지. 소개는 하지 말지. 조그마한 재미라도 좀 남겨놔야 할 것 같으니. 직접 보고 확인해보도록 하겠어."


"후훗. 그럼, 오르카호에 귀환하는 대로 사령관실로 올 수 있도록 연락을 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이걸로 될까요 주인님?"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않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제가 더 도와드릴 것이 있을까요? 음... 침소 정리라도 해드릴까요?"


"아니 됐어. 비스킷이나 더 가져다주게."


여전히 축 늘어진채로 사령관은 저리 가라는 듯 손을 휘적휘적 흔든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콘스탄챠가 나가자, 사령관은 자기 자리 앞에 놓여있던 차갑게 식은 홍차를 홀짝이고는, 다시 소파에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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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철충 놈들이 거기서 끼어드는 바람에 인간님을 발견하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다니... 그래도 복귀하자마자 인간님이 저를 찾아주신다니, 분명히 훌륭한 주인님이실게 틀림 없어요."


복귀 후 무장을 해제하고 간단한 정비만 마친 리리스는 콘스탄챠로부터 새로 발견된 인간님이 바로 보기를 원하신다는 말을 전해듣고, 콘스탄챠를 따라 오르카호에 승선해 사령관 실로 향한다.


"주인님은... 조금 많이 특이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심성이 나쁘신 분 같지는 않아요."


"어머 콘스탄챠양, 메이드씩이나 되어서 주인님을 특이하다고 하다니... 인간분들을 향한 사랑과 애정이 벌써 식어버린건가요?"


"아, 아니요... 전혀 나쁜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리리스양도 주인님을 뵙고 나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흐응 그래요... 판단은 제가 뵙고 나서 하도록 하지요. 주인님~ 리리스가 지금 바로 인사드리러 가요~"


나는 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서나가는 블랙 리리스를 콘스탄챠가 급히 쫓아갔다.




그렇게 일행은 사령관실에 한 달음에 도착했고, 콘스탄챠가 사령관실 문을 세 번 두드린다.


[똑똑똑]


"주인님. 전에 말씀드렸던 블랙 리리스가 귀환해서 주인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러자 문 너머로 주인님이라 불린 사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콘스탄챠는 문 밖에 남고 리리스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서자, 훤칠한 키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 쪽으로 다가온다.


"후후, 저를 바로 찾아주셨군요 주인님? 블랙 리리스가 주인님께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어요."


"그래 자네가 블랙 리리스군. 그 복장은 누구던 간에 적응이 잘 안되네. 아무튼, 반가워."


사령관이 오른손을 내밀자 블랙 리리스는 머리를 손으로 쓸어 단정하게 귀 뒤로 넘기고, 그에게 걸어가 오른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그래. 일단 자리에- 어이쿠."


사령관이 악수를 하며 뒤돌아 자리로 안내하려다가, 바닥에 널부러진 종이를 밟고 넘어질 뻔 했다.


"어머... 괜찮으신가요 주인님?"


"괜찮아. 어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홍차만 먹고 지냈더니 정신이 없는 것 같군. 하마터면 자네도 덩달아 넘어질 뻔 했겠어."


"저는 넘어지지 않았고 물론 괜찮아요."


"그래... 자네를 부른건 자네가 인간으로부터 자율성이 있는 고급 바이오로이드라고 하여, 흥미로운 종류의 인물인지 알아보고자 불렀어. 이제 가봐도 좋아."


"어... 주인님? 저에 대해 알아보고자 부르신 것이 아닌지요?"


"그렇다고 방금 말했는데?"


"저는 아직 아무 소개도 안드렸는데... 혹시 벌써 제가 싫어져서 내치시는 것인지요..."


리리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끝을 맺으며 처량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쳐다보자, 사령관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2초 정도 리리스를 응시하다가 입을 연다.


"자네는 경호원인데, 필요하면 비서 일이나 서류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해. 콘스탄챠, 그리폰과 같은 소속으로 움직였었는데 지난 임무에선 모종의 이유로 떨어지게 되었지. 잠자리도 함께할 수 있을만큼 친한 사람이 둘이나 있고. 무장은 화약무기인데..."


사령관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찌뿌린 표정으로 리리스를 노려본다.


"... 엄청나게 큰 크기의 권총이나 기관권총을 사용하는군. 그것도 쌍권총으로. 뒤에, 정체는 모르겠지만 전기 장비를 하나 매달고 다녔지. 호신술에도 능통하고 특히 카포에라는 확실하게 실력이 좋아. 응급처치배낭을 항상 지참하고 다니고, 의술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뛰어나 보여.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 것 같은데 인내심과 자기 관리가 뛰어난 성격이라 경호 임무에 문제가 되진 않았겠지. 첫 만남에 이야기해도 좋은건 이 정도에서 끝내야겠어."


말이 끝나고 리리스가 놀란 표정으로 사령관을 쳐다보고 있자, 사령관이 다시 말을 건다.


"그래서... 자네가 더 소개할 것이 있나? 없으면 가도 좋고 아니면 자리로 와서 내 말동무나 해도 좋아."


"콘스탄챠가 소개를 해주었나요?"


사령관이 고개를 젓는다.


"그럼 저희 기종에 대한 자료라도 읽어보신건가요?"


사령관이 다시 고개를 젓는다.


"흔히 받는 오해이지만 자네를 봐서 알아낸거지, 어디서 읽은게 아닐세."


"좀 당황스러워요 주인님... 콘스탄챠가 말한 특이하다는게 이걸 말한 모양이군요."


"내가 특이한게 아니고 자네들도 보는데 생각을 안하는거야. 거기 계속 그렇게 서있을건가?"


"아. 앉겠습니다."


리리스가 자리에 앉자, 사령관이 리리스 앞에 잔을 건네고 홍차를 따른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실례가 안된다면, 저에게서 뭘 보신건지 저에게도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비스킷 한 조각만 마저 먹고, 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사령관은 접시 위의 반의 반토막 난 비스킷을 집어 입에 넣고는, 홍차와 함께 씹어 넘긴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일단 자네 얼굴부터 시작하지. 장발이지만 머리칼과 눈썹 정리가 아주 깔끔해. 그런걸 관리해야 할만한 자리에 있고 습관처럼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지. 비누를 머리에서 노출된 살갗에 빈틈 하나 없이 칠하는 것은 좋지만 대칭적으로 칠한건 의무감을 넘어 강박증적이야. 강박 증세에 대해서는 자네 오른쪽 엄지 손톱에 남은 물어뜯은 흔적에서도 찾을 수 있지. 팔다리의 근육을 볼 때 몸매는 관리된 것 뿐만 아니라 단련되어 있고, 단순 운동 뿐만 아니라 근접전에 대비해 무술도 훈련했더군."


"카포에라는 어떻게 아셨죠?"


"자네를 넘어뜨리려고 했을 때 알았네. 일반인들은 아래쪽 측방으로 가해지는 힘에 잘 대처하지 못해 넘어지고, 훈련된 사람이면 습관이 나오게 마련이지."


"그게 일부러 그러신거라고요?"


"리리스양의 훈련 정도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거든."


"어머... 최고의 경호원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계속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콘스탄챠와 그리폰은 같은 섬유유연제를 사용하지. 자네도 같은 냄새가 나더군.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콘스탄챠양은 최근에 2종 이상의 섬유 유연제를 사용했어. 상황이 상황이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게 문제였겠지. 2종이나 순서가 같으면 그건 우연이 아니야. 모두 일괄적으로 의복이 관리되는게 아니라는건 포츈이나 브라우니만 봐도 알 수 있었네. 잠자리도 같이 할 정도로 친한 사람은, 옷깃 안쪽에 붙은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알았지."


"훌륭하시네요."


"아직 안끝났어. 무장. 규격이 좀 의외라 쉽지는 않았는데, 일단 옷 전체에서 풍기는 화약 냄새 때문에 대구경이라는 것을 알았고 처음엔 소총인 줄 알았지. 그런데 옷에 견착한 흔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더군. 손에 남은 자국에서 단순히 권총이 아니라 쌍권총인 것을 알았네. 권총을 무장으로 사용하고, 무술도 잘 훈련되었는데, 피부도 그을리지 않았으니 외부 활동이 잦지 않았다는 뜻이지. 평상복으로 입은 옷에서 화약냄새가 난다는건 전투가 벌어져도 평상복 상태로 있었다는 의미이고. 당장 떠오르는 직업은 경호원 정도였는데 잘 맞춘 모양이야."


사령관이 말을 잠깐 끊고, 홍차를 한 모금 들이킨 후 이어간다.


"전기장비. 출력이 높은 전기 장비는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자기장을 뿌려대지. 자네 옷의 흰 부분에 오랜 기간 축적된 쇳가루들이 특유의 패턴을 남겨줬고. 처음엔 눌린 자국만 봤는데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뻔 했네."


"권총은 블랙 맘바, 장비는 로자 아줄이라고 부르는데 보호막을 전개하는데 쓰이고 있어요. 정말 흥미로운 분이시네요 주인님. 계속 해주시겠어요?"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펜을 잡아 생긴 굳은 살이 남고 손날에 잉크 자국이 묻어있으니 지금까지도 서류 작업을 할 일이 계속 있었던 것이겠지. 자네가 오른쪽에 매고 다니는 배낭, 옷에 눌린 자국에다가 햇빛을 덜 받아 변색이 덜한 것까지 명확해서 뭔가를 항상 메고 다녔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네. 무슨 가방인지는 바로 알 수는 없었는데 주변에 석고 가루가 묻어있더군. 붕대에서 나온 것일테고 그래서 의약품을 넣어 다닌다는 것을 추론했지. 들어올 때 방문을 오른손으로 열었고 손에 남은 펜의 흔적까지 자네가 오른손잡이라고 말해주고 있는데 자네 오른쪽 검지손가락 끝과 팔에도 주삿바늘 자국이 있어. 전투 중 오른손을 못쓸 상황이 생겼을 때 왼손으로 주사기를 사용한 일이 꽤 되는 것이지. 훈련받아도 아예 못하는 사람도 있고 보통 쉽지 않은 일인데, 배짱이 두둑하거나 자신의 의료적 처치 역량에 대해 굉장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네."


사내는 말을 마치고, 잔에 남은 홍차를 단숨에 들이켜 비운다.


"오늘 말했던 것에 대해선 다 설명한 것 같은데..."


"대단해요 주인님. 제가 모시게 될 주인님이 비상한 능력이 있는 분이라는건 확실하게 알겠어요."


"상관이라고 과하게 칭찬할 필요는 없네. 그럼 자네도 나를 본 첫 느낌에 대해서 좀 말해줄 수 있겠나?"


"음... 굉장히 영리하신 것 같아요."


"그게 전부인가?"


"예? 예... 일단은요."


"흠. 콘스탄챠 말이 맞긴 하군. 합격이니 자네가 당분간 내 부관으로 말동무를 좀 해주게."


"음?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콘스탄챠에게 물어서 자율성이 있는 바이오로이드를 찾고 있었거든. 감정을 숨기고 간단하게 거짓말이라도 할 줄 아는 경우는 이 배에서 자네가 처음이야."


"그... 착한 리리스는 주인님께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런가?"


"예, 그럼요."


"악수할 때 자네 맥박을 쟀는데 분당 100회 정도였지. 심박수 증가와 동공의 확대를 일으키는 호르몬은? 자네는 의학에 능통하니까 아마 답을 알고 있겠군. 착한 리리스가 맞나?"


"앗... 아앗..."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인 리리스를 보며 사령관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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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3665842


첫 편에서 단편이라고 했는데 하나 더 쓰게 됐네. 


소설에도 넣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세계관에서 미스터리 사건이 벌어질 뭔가가 없어서, 전에 남겼던대로 장편으로 스토리 이어나가면서 쓸건 못될 것 같고 아이디어 떠오를 때마다 조금씩 써서 에피소드형으로 캐릭터를 써먹어야 할 것 같음.



그래서 간간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소재도 소재인데 작가가 능력 부족이라 쓰기가 워낙 어려워서 많이 쓸 수도 없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