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붕이의 전작(스토리 안 이어짐)


발할라의 파자마파티 : https://arca.live/b/lastorigin/2458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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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르카호가 섬을 뜬다.

저녁노을을 근사하게 볼 수 있다는 언덕이 있다고 해서, 오드리 드림위버가 찾아가보니 선객이 구부정히 쪼그려앉아 연초를 태우고 있었다.


"아…… 미안. 지금 끌게"


"아뇨, 제가 나중에 왔으니까요. 괜찮으면 같이 있어도 될까요?"


"어……응"


더치걸은 연장자의 비위를 맞추려는건지, 상관없다는건지, 애매하게 웃으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오드리도 그 옆에 앉았다.


눈 앞에는 가파른 절벽이 바다로 빠져들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눈 모자를 덮은 울창한 숲이 펼쳐져있었다.

왼쪽에는 완만한 곶이 길게길게 호를 그리며 뻗어나갔고,

그 끝에는 조그맣게 오르카호의 은백색 선체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 모든게,

지금이라도 바다에 잠길듯한 저녁노을을 받으며 불타오르는 듯한 오렌지 색과 어스름한 자색이 도는 밤의 감색,

두 가지 색으로 깔끔하게 나뉘어 물들고있었다.

비장의 드레스를 못쓰게만든 사죄라며 운디네가 알려줬는데, 정말 남에게 권할만한 절경이다.


이 아름다움을 한 방울도 놓치지않고 눈에 담아

새로운 인스피레이션의 양식으로 쓰기 위해 오드리가 말없이 보고있자니,

더치걸이 이 쪽을 곁눈질로 흘깃 쳐다보았다.


"저녁 노을, 좋아해?"


"아름다운 건 뭐든지 좋아한답니다"


머뭇거리지않고 대답하고서 오드리도 옆을 쳐다보았다.


"당신도 그렇지않나요?"

"나는, 햇님도, 바다도, 하늘 아래 있는 건 뭐든지 좋아"


심심하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피며 동화 속 아이같은 말을 한다.

오드리가 의아하게 바라보는 걸 눈치챈걸까, 더치걸이 이쪽을 보고 또 실실웃는다.

왠지모르게 흥미가 동해 오드리는 대화거리를 찾았다.


"저번 파티에는 없으셨죠. 세인트 오르카를 건조하러 가셨다고 했나요?"


"응, 잤어. 전 날 저녁부터 그 날 낮까지 철야했거든"


"수고하셨어요. 근사했답니다, 그 비행선"


분야는 다르더라도 오드리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과 노력에는 늘 경의를 표한다.


"그래도 아깝네요. 당신, 분명 꽃으로 꾸민 나쁘지않은 드레스를 갖고있었죠?"


"아하하. 디자이너님은 잘 알아보네"

 

소속은 같다고는 해도 오드리와 더치걸은 접점다운 접점이 없다.

애초에 골든 워커즈는 '중공업용 바이오로이드' 라는 지극히 포괄적인 판매 카테고리에 불과해,

배틀로이드나 스틸라인 대원들처럼 연대감이 생길 수가 없다.

하물며 복식분야의 최고급 기체와 광산용 양산형 기체는 사는 세계가 너무나도 달라,

아마 구시대에서도 얼굴을 맞대는 경우조차 드물었겠지.

그래도 지금 오르카에있는 골든워커즈 중 유일한 SS급 바이오로이드로서,

오드리는 시리즈의 적임자와도 같은 입장을 맡은만큼 멤버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파악해두었다.


"한 대, 받을 수 있을까요?"


"……피는구나"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더치걸은 작업복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 케이스를 내밀었다.

손을 내밀던 오드리는 멈칫했다.

작업복 끄트머리로 만든 듯한, 볼품없이 너덜너덜 헤진 답배 케이스에는 단 한 대만 남아있었다.


"괜찮아. 받아. 마침 금연하려했거든"


의자대신 걸터앉고있던 드릴의 어딘가에서 시가라이터를 꺼내 건내는 더치걸.

고마움을 표하며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인 뒤, 오드리는 성대하게도 콜록댔다.


"당신, 항상 이런 독한 걸 피우는건가요"


"이상해? 이 정도가 아니면 필 맘도 안난다고 다들 그러던데"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한들 폐가 상해요"


"우리는 내용 연수가 짧으니까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 일하다보면 금세 맛이든 냄새든 잘 모르겠고"


앳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굵은 연초가 자그마한 입술 끝에서 치이익, 하고 조용히 소리냈다.

더치걸이 어떤 환경에서 사용됐는 지 오드리도 알고있다.

육체에 맞춰 10살 전후의 정신연령으로 세팅 됐을 터인 그녀가 독한 담배를 아무렇지 않게 피우는 것도,

웃음 속에 묘하게도 다 시들은 체념이 느껴지는 것도,

가혹한 업무로 정신이 깎여나간 탓일 지도 모른다.


"오드리말야"


자신이 한 말 탓에 조용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더치걸이 말을 걸었다.


"사령관이랑 잤잖아. 어땠어?"


"!?"


"따뜻해? 행복했어?"


"누가 그런…"


노성을 내지르려던 오드리는 퍼뜩 생각이 미쳤다.


"잤다, 라는 건, 그러니까…… 수면말인가요?"


"? 같이 잤잖아? 깨어있었어?"


"아…… 아뇨, 네. 잤…지요. 분명"


더치걸은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좋겠다"


라며 어렴풋이 검은 빛이 내려앉은 눈가를 살며시, 부드럽게 감았다.


"있지, 사령관은 나한테 담배 끊으라고도 안한다."

"예쁜 옷을 입으라고도 안 해. "이런 일을 강제로 하다니 딱하구나" 같은 말도, 안해"


살집도 안 붙은 더치걸의 볼이 오렌지색으로 물들건 석양 탓만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말 할 줄 알았어. 가끔 변덕삼아 우리한테 상냥히 대해주는 인감님은 다들 그랬거든."

"그치만 아니더라. 저런 인간님도, 계셨더라"


세 갈래로 대충 땋은 머리를, 

부끄럽다는 듯이 긁적긁적 만지면서 우물우물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오드리는 이해했다.

그녀는 역시 아이였다.

가혹한 노동의 기억이 정신을 피폐히하고, 마치 노목처럼 겉을 바싹 마르게 할 지라도,

그 심지에는 나이에 걸맞은 아이가 분명히 남아있었다.

사랑과 동경도 아직 구별 하지 못하는, 남녀가 함께 잔다는 행위의 의미조차 모르는 아이가.


"……당신은 이제부터 아름다운 걸 잔뜩 봐야해요. 그리고, 즐겁고, 당신을 위한 일을 잔뜩 하세요"


"사령관이랑 똑같은 말 하네"


"영광인걸요"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더치걸의 오렌지색 머리카락과 오드리의 백금색 머리카락이 거세게 흩날렸다.

태양도 곧 있으면 마저 저문다.

오늘, 여기에 올 가치는 충분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두 사람은 일어서며 마주웃었다.

더치걸 웃음 속에는 이미 애매함은 지워져있었다.


"어라? 그런데 담배를 끊으라고 안했는데 왜 금연을?"


"……담배냄새나는 바이오로이드는 사령관이 싫어할까봐"


창피하다는듯이 말하는 더치걸을 보며 오드리는 자기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그것도 당신의 개성인걸요. 좋은 여자는 담배연기를 휘감고 있는 법이에요"


"응……?"


영 납득이 안간다는듯한 더치걸을 위해,

오드리는 훗날 일찍이 자신의 브랜드와 콜라보했던 여성용 플레이버 시가렛 데이터를 찾아 재생시켜,

기초부터 직접 구상한 송아지 가죽의 시가렛 케이스에 담아 선물했다.


"금연한다했잖아"


멋쩍다는 듯이 굴면서도, 더치걸은 웃어줬다고 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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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쟝 유사파파고흉내는 낼 수 있어도 글쓰는 건 못함

읽는데 불편하거나 번역이 아닌 소설로써 개선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 말해주면 고마운레후

번역 지적도 물론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