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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그 말에 제일 당황한 건 모모도 레아도 아니고 리제였음.

아무리 그래도 연기인데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명령권자로 인식되려면 매직 젠틀맨 포지션이 제일 좋지 않아?

라고 생각했는데,


- 물론 당장 넘기는 거라면 괜찮겠지만, 정말로 나를 매직 젠틀맨이라고 여기면 언젠가 '의식'을 치르려 할 테니까.

- 아.


모모가 아차 하고 당황할 즈음에야 리제도 간신히 기억해냄.

분명히 첫 번째 의식이 코 비비기고 두 번째가 키스, 세 번째가 야스였던가.

확실히 연기라고 해도 백토는 진실로 받아들일 테니 꺼림칙해 할 만도 하긴 하지.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 그걸 언제 다 알아봤어요?

- 백토를 찾기로 했을 때부터 짬짬이?


부관 겸 아내로서 업무 시간이건 휴식 시간이건 태반은 같이 보내는 입장이었는데도 짐작도 하지 못할 만한 자투리 시간을 썼다는 소리니, 이쯤 되면 성실한 걸 넘어서 일에 미친 게 아닌가.

리제가 새삼스럽게 세인트 오르카에서 터진 과로 사건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동안, 나머지 멤버는 심각하게 다음 방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어.


-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 적어도 진짜 적이 뽀끄루 대마왕이 아니라 철충이라는 걸 이해해준다면…….


그렇게 이런저런 의견이 오가긴 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던 와중에, 사령관이 다시 손을 들고 발언함.


- 백토가 연기를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모모에게 한 발언은 더소 과하게 확신에 차 있다고 생각해.

- 그런…… 가요?

- 응, 거기에 모모가 발견했다는 전투흔도 백토 혼자서만 만든 건 아닌 것 같고.


백토의 무기 중에 불을 뿜는 건 없지? 라는 말에 모모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다가 퍼뜩 놀란 표정을 지었음.


- 그러면, 혹시……!

- 그래. 진짜 뽀끄루 대마왕도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자세한 수단은 그쪽을 확보한 후에 재차 논의하자고 사령관은 결론지었음.


*   *   *


- 전 너무 힘들어서…… 흐윽……


찾았다.

그것도 백토가 뽀끄루와 대치하기도 전에.

이번에도 대활약한 팬텀이 열심히 옆에서 기웃거리길래 수고 많았다고 해 줬더니 우물쭈물하다 당연하다는 한마디만 하고 휙 사라져버린 건 어쨌든, 뽀끄루는 그야말로 부랑자 같은 꼴로 신세 한탄을 늘어놓음.

한참을 그러다가 겨우겨우 진정되었을 즈음 해서야 사령관이 본론을 꺼냈지.


- 그래서, 백토 문제 말인데.

- 아, 네…… 네!

- 간단한 방법하고 복잡한 방법이 있어.

 나로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상관없으니, 당사자인 네 의견에 따를까 싶어서.

- 그, 그야, 사장님에게 폐가 적은 간단한 쪽이…….

- 백토랑 다시는 마주할 수 없게 된다고 해도?

- 네?!

- 지금은 기항 중이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섬 사이를 오가는 집단이니까.

 네가 쉬고 싶다면 안전이 확보된 섬에, 더 싸우고 싶다면 특정한 작전 구역으로 옮겨줄게.


백토는 백토대로 다른 지역에서 철충과 싸우도록 유도하면 동선이 겹칠 일은 없으니 안심이라고.

사령관은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결론지어줌.

그리고 리제도 그걸 보면서 속으로 슬쩍 웃었지.

원작보다 정신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사령관이었지만-


- 그…… 그건 싫어요! 이대로 영영 이별이라는, 건……

 무, 물론 지금의 백토는 이상하다 못해 무섭지만, 저는 백토랑 다시 친구가 되고 싶은걸요!

- 좋아. 그렇게 하자.

- ……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때의 연기력이 어설픈 건 여전하구나 싶어서.

아무튼 참으로 꿈과 희망이 넘치는 마법소녀다운 전개구나- 하고 주변이랑 같이 흐뭇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데, 


- 그러면 리제도 수고해줘.

- ……네?


왜 사령관이 자길 바라보면서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걸까?

순간 등줄기를 파고드는 오한의 정체를 알아채기도 전에, 리제는 싱글벙글 웃는 레아의 손에 이끌려서 오드리에게 끌려가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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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짧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만월의 야상곡 메인 스토리는 아마 다음 편으로 마무리이빈다

편의상 Ex시점일 가능성이 높스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4734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