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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정리글


이 글은 바닐라 이야기 이전편과 예쁜 인형 아가씨, 소년의 불꽃 등을 보고 오면 좀 더 재미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님 말고


-두 증인-

건물 1층을 채우는 알람벨 소리에 양혼이 문을 열고 나서자 익숙한 인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바닐라와 엇비슷해진 키, 적당히 편한 옷을 골라입고 다니는 양혼과는 다르게 항상 최고급의 옷을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어린 신사와 그의 바이오로이드인 포티아였다.

와 턱시도 뭐에요”

아침에 받아둔 턱시도를 입고있는 양혼의 모습은 확실히 평소의 동네 형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비율이 썩 좋을 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옷이 날개란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와! 도련님 너무 멋져요”

붉은 머리의 포티아가 양혼을 칭찬한다. 양혼은 순간 포티아의 웅장한 가슴에 눈이 가지만 이내 고개를 돌린다.

다프네랑 리제까지 왔어”

켁”

다프네까진 자신이 불렀는데 리제라니, 1년쯤 전인가, 리제에게 죽을뻔 했던 기억이 있는 양혼에게는 아찔한 상대였다.

후훗, 축하드립니다”

악의라곤 전부 잊어버린 듯한 리제의 순한 미소지만 그 안에 표현할 수 없는 아찔함이 느껴진다.

들어와”

실내에 들어와 신발을 벗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양혼은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있었다.

와 근데 결혼이라니 신기하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사회지도층이다 보니 수 많은 사람들의 결혼식장에 가본 선유였지만, 이런 타입은 처음이었다. 동네 형 같던 사람이 대뜸 바이오로이드랑 결혼을 한다고 하는 것도, 그리고 예식장이 아닌 집에서 조촐하게 기념하겠다고 한 것도 모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왜 야외에서 안했어? 딱히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객 부를 사람도 없고, 그냥 너랑 다음번에 올 사람이랑 얘기나 하려고 자리 만든거지…그리고 바이오로이드랑 결혼한다는데 내가 관심종자도 아니고 막 떠벌리기도 싫어”

포티아, 우리도 언젠가 결혼할까?”

네?”

평상시에는 자신보다도 어른스러운데다 똑똑한 녀석이 포티아랑 같이만 있으면 한없이 어린애 처럼 군다. 포티아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 선유가 그녀의 품에 얼굴을 부비며 농담삼아 한마디 한다.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다프네와 리제가 싱긋 웃는다.

어 비온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은 잔뜩 긴장한 양혼은 두꺼운 빗줄기가 자신의 등 뒤에서 통창을 때리는 소리까지 듣지 못하고 있었다. 포티아의 품에 안긴 선유가 비가 온다는 사실을 말해주자 그제서야 뒤를 돌아 우수수 쏟아지는 비를 쳐다본다.

그리고 도로의 끝에서 가벼운 주행으로 올라오는 한 대의 스포츠카가 눈에 뜨인다. 비가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제동을 건 차가 얕은 물보라를 일으킨다.

잠깐 기다려”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눈치 챈 양혼은 쇼파에서 포티아와 장난치고있던 선유를 내버려두고 문 쪽으로 걸어간다. 문 밖에서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며 빗방울 터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당연히 벨을 누를 줄 알았던 양혼은 문 밖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의아함을 느낀다.

철컥 하는 쇳소리가 들리고 나서 문이 열리자 거센 빗소리가 현관에 울린다.

뭐해?”

현관에 기대어 담배를 피고있던 예빈을 양혼이 황당하다는 듯 쳐다본다.

담배 한 대 피고 들어가려했지”

예빈이 손을 조금 뻗어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를 빗물로 적신다. 담배의 짙은 주황색 불빛이 금새 가는 연기와 함께 꺼져간다.

뭐야, 누구 또 있어?”

어”

혼란한 신발장을 보고 예빈이 양혼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야, 내가 만난 사람들은 감시당하는거 몰라?”

아, 그런건 걱정하지마”

예빈이 삼안 산업의 정보부에 감시당하는 몸이란 것과, 그녀가 만나는 사람 역시 사찰 당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양혼도 알고 있었다. 그나마 양혼의 소속은 삼안 산업이어서 그런 꺼림칙한 일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예빈의 입장에서 다른 누군가는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

선유야 인사해라”

포티아의 품에 안겨있던 개구장이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예의바른 고위층 자제의 모습으로 걸어나온 선유가 고개를 숙여 예빈에게 인사한다. 척 봐도 비범한 기운을 풍기는 선유의 모습에 예빈은 순간 흠칫한다.

하선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어, 응…모예빈이야”

얘는 내 대학 친구, 얘는 어쩌다 알게 된 아는 동생”

양혼이 둘 사이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정말 간략하게 설명한다. 요약이다 못해 비약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양혼의 평소 성격을 아는 둘은 그러려니 한다.

얘는 포티아에요. 제 개인 바이오로이드고, 뒤는 다프네랑 리제. 제 경호용 바이오로이드죠”

선유가 소개하자 세 바이오로이드가 동시에 고개를 숙인다. 고급스러워보이는 옷차림에 혼자서 바이오로이드를 셋이나 동행하고 다니는 모습은 확실히 그가 평범한 소년은 아니라는 걸 알게 했다.

좋은 집 사나보네?”

쇼파에 앉은 예빈을 따라 선유가 아까 앉던 자리에 앉는다. 타인이 있어서인지 포티아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는 공손한 자세로 예빈을 마주한다.

하하…네”

삼안화재 사장 아드님이시다. 극진히 모셔라”

양혼이 두 사람에게 커피를 타주며 농담을 던진다.

삼안의 계열사 사장 아들, 게다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한 삼안 그룹의 특성과 그 총수인 김지석의 신중한 성격 때문에 삼안 그룹의 현 고위직들은 그와 학연이나 다른 비즈니스에서 면을 튼 사람들이 많았고, 선유의 아버지 역시 그러한 사람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언젠가 한국 위에 세워질 삼안의 제국에서도 귀족의 위치를 부여받은 남자가 바로 눈 앞에 있는 하선유였다. 양혼이 괜히 정보부의 감시 따위 걱정하지 말라고 한 건지 예빈은 단박에 눈치를 챈다.

한시가 채 되지 않은 한 낮인데 먹구름과 비가 짙은 어둠을 깔아버린다. 마치 밤 처럼 어두워진 방에 따뜻한 조명이 밝아진다.

금란은?”

주차하고 있어…꼬마는 몇 살 이야?”

예빈은 양혼의 친구라기에는 너무나 예의바르고 정적인 선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선유 역시 양혼과는 다른 늘씬한 키에 어른스러운 매력이 듬뿍 묻어나오는 예빈을 또렷이 쳐다보고 있었다.

“14살이에요. 중학교 1학년, 포티아랑은 2년 전에 만나서 지금까지 지내고 있구요”

예빈은 말 끝마다 포티아를 쳐다보는 선유의 표정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본다. 저렇게 친구처럼 바이오로이드를 대하는 모습이 그녀에게는 영 거북하기만 하다.

크흠”

창을 등지고 선 양혼이 두 사람의 대화를 잠시 끊는다.

시작하겠구나, 예빈과 선유 두 사람이 직감하는 사이에 안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웅장한 석조 대문이 열리는 소리는 아니지만 가벼운 나무문이 열리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색의 짧은 스커트가 인상적인 드레스에 짧은 면사포를 쓰고, 손에는 앙증맞은 부케를 들고있는 바닐라의 모습은, 아침에 슬쩍 봤던 양혼이 보기에도 자신에게 축복을 내려주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우아한 천사처럼 보였다.


드디어 다음이 결혼씬이다. 유난떠는 결혼은 아니지만


그리고 사실 이 글엔 아마 후 스토리의 큰 떡밥이 될 내용이 담겨져있음

물론 바닐라 이야기는 아니지만, 좀 나중에 나올 얘기이긴 함


이 밑은 오늘의 세 등장인물 픽크루



윤양혼 25세, 171cm

사실 저번에도 올렸지만 조금 디테일하게

얘가 담는 테마는 신념임, 물론 거창한 단어긴 한데, 그냥 자기가 옳다고 믿는것만 하는 그런 단순한 캐릭터

외관은 장난스럽게 생기고 잘 웃는 가벼운 캐릭터를 원했음, 옷도 그래서 가벼운 후드티인거고

약간 의도한 거긴 한데, 얘와 바닐라와의 관계는 동등임, 서로 의지하고 서로 사랑하는 게 이 캐릭터의 제일 큰 특징

원래는 캐릭별로 그걸 주제삼아서 제목을 짓는데 바닐라 이야기는 내가 맨 처음 쓴거라 그런 걸 아무것도 고려 못했음, 그 이후론 그냥 이어서 쓰고있고



하선유 14세 150cm

개인적으로 하선유가 담는 테마는 순수라서 순수의 상징인 흰색과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인 검은색의 대비로 컬러링을 맞췄음

그거 빼면 전형적인 쇼타캐 느낌으로 내보고 싶었고

캐릭터 적인 이미지는 동정심 많고 이해심 많은 모습과 상대적으로 여려보이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음

내가 쓴 글의 주인공 중에 바이오로이드와 연애관계가 있는 캐릭터 중에 유일하게 자기보다 키가 큰 캐릭터와 사귀는 캐릭터(포티아 165cm)인데 이게 바이오로이드에게 아직 보호받는 어린 캐릭터를 상징시키고 싶었음, 미성년자기도 하고

얘가 주인공인 글은 '소년의 불꽃' 인데 불꽃이란 단어가 갖고있는 불안정한 모습을 소년의 극적인 감정변화에 비유한 의미였지

아마 다음에 주인공으로 나오면 그런 어린 소년의 극적인 심정변화와 성장을 표현하고 싶음



모예빈 25세 183cm

얘가 담는 테마는 혼란, 그래서 배경색도 보라색

사실 개인적으로 은발, 백발캐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얘는 외관의 모티브가 된 캐릭터(로벨리아 키를리니)의 영향도 있고

설정이 오리진더스트 수술을 받은 인간이라 그 부작용으로 머리가 하얘졌다는 그런 설정

캐릭터의 이미지는 차가우면서도 어른스러워보이는 캐릭터를 원했음, 겪은 일이 워낙 혼란해서, 전신일러가 됐으면 장신인게 부각됐을텐데 그게 좀 아쉽네

얘가 주인공인 글은 '예쁜 인형 아가씨' 인데 상징적인 단어는 인형, 타인의 영향으로 엄청나게 꼬여버린 인생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음, 그리고 바이오로이드인 금란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과 예빈이 보여주는 반대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얘가 주인공이 되면 평소처럼 바이오로이드와 인간의 관계 보다는 멸망전 세계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쓰려고 하는데,  아 그게 너무 실험적인거같단 말이지

그래도 바닐라 이야기가 완결되면 내 글의 메인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싶음, 다음에 쓸 SS도 얘 연애물로 쓸 생각이고


사실 얘네 말고 하나미자케 케이스케나, 천사님 같은 캐릭터도 만들어는 놨는데

아마 등장할 때 되면 다시 설명을 박아야겠지


자캐딸이 너무 길어졌네, 오리캐가 많이 나오면 이런게 좀 신경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