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5화

 ---

 블랙리버 사의 바이오로이드 생산 공장 점령 작전 개시일, 사령관은 하늘에 떠있었다. 

먼지 한 점 끼지 않은 햇빛이 내리쬐는 화창하면서 바람이 적절하게 불어오는 시원한 날씨. 살짝 뜨거울 수도 있을 햇빛을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들이 조금씩 가려주고 있었다. 점령 작전 같은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사령관의 양옆으로 비행하고 있는 하르페이아와 그리폰은 엑소 스켈레톤의 어깨와 허리부분에 연결되어 있는 줄을 잡고 사령관을 작전 지역으로 옮기고 있었다. 

광학미체 시스템과 헬멧에 내재되어 있는 뇌파차단 장치까지 작동시킨 상태였기에 사령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손에 붙잡고 있는 줄에서 느끼지는 엄청난 무게는 사령관의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인간, 이 작전 정말로 인간이 생각한 거야?”

 

 그리폰은 사령관이 미끼가 돼서 철충들의 시선을 끄는 작전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정신 나간 작전을 도대체 누가 세웠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사령관을 작전 지역으로 옮기는 역할을 스카이나이츠 대원들 중에서 뽑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크게 분노했다. 

그리폰은 작전을 듣자마자 함께 인간을 찾았던 동료이자 지금은 사령관의 부관이 된 콘스탄챠를 찾아가 작전의 세운 장본인에 대해 물었다. 

만약 지휘관들이 이런 작전을 세운 지휘관들은 물론이고 이런 작전을 수용한 사령관과 부관임에도 사령관의 안전을 챙기지 않는 콘스탄챠에게 아는 욕이란 욕은 전부 퍼부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작전을 세운 이가 사령관 본인이란 콘스탄챠의 말에 그리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직도 이런 터무니없는 작전을 사령관이 세웠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지휘관들이 이런 작전을 세웠겠나. 내가 세운 작전이다.”

 

 허공에서 사령관이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을 해왔다. 그리폰은 콘스탄챠의 어두운 얼굴이 지금도 생생했다. 금방이라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올 것처럼 촉촉하게 젖어 있던 눈동자에 약하게 떨고 있던 손. 

마침내 모시게 된 주인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슬퍼하고 있던 콘스탄챠에게 그리폰은 사령관과 처음 만났던 날을 언급하며 그 많은 철충들을 상대로 홀로 승리했던 인간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인간, 꼭 살아남아야 해. 인간은 우리들의 전부야.”

 

 “걱정 붙들어 매라. 넌 그냥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만 해. 그럼 아무런 문제없을 거다.”

 

 “믿을게...”

 

 그리폰은 친구인 콘스탄챠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저항군이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사령관의 죽음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지휘관들처럼 걱정으로 가득한 그리폰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령관은 담담한 어투로 대답을 해줬다. 

 ---

 “사령관, 작전 지역에 도착한 것 같아.”

 

 하르페이아가 사령관을 불렀다. 이틀 전 스카이나이츠 분대가 탐색을 했던 지역에 도착하였다. 먼 과거 철충들과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하늘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철충들로 새까맸다. 

나이트칙, 재퍼, 스카우트, 하베스터, 팔랑스, 메머드, 저거너트 등과 같은 일반 개체들과 스토커와 트릭스터라고 명명한 연결체급 철충들까지 보였다.

도시에 가득한 철충들을 내려다보며 하르페이아와 그리폰은 사령관의 안전이 더욱 걱정되었다. 하르페이아와 그리폰는 사령관이 안전하게 작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비교적 철충들이 적은 곳을 찾아 그곳으로 착륙했다.

무거운 물건이 땅에 내려놓아질 때처럼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오르카호에서 출격할 때부터 지금까지 꼭 쥐고 있던 줄을 놓으며 둘은 보이지 않는 사령관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사령관 무리하지 말고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도망쳐야 해.”

 

 “인간 아무런 문제없는 거지?”

 

 사령관은 광학미체 시스템을 해제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엑소 스켈레톤을 착용한 상태의 사령관의 키는 2미터를 훌쩍 넘겼기에 하르페이아와 그리폰을 내려다보는 높이이다. 

하르페이아와 그리폰은 사령관이 투명상태를 해제하자 기겁을 하며 다시 모습을 감추라고 재촉했다. 사령관의 뇌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그리폰과 하르페이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뇌파와 시각정보로 생명체와 인간을 구별하는 바이오로이드와는 달리 철충들은 오로지 뇌파에 의존해 인간을 구별한다. 사령관의 겉모습만이라도 보이는 그리폰과 하르페이아와 달리 철충들은 사령관을 모습을 보지 못한다.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라. 작전 개시까지 10분 남았으니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사령관은 손을 저으며 가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말 한 마디를 하고 사령관은 다시 모습을 감췄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는 서서히 멀어지며 작아졌고 하르페이아와 그리폰은 다시 하늘로 이륙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둘을 사령관은 땅에서 올려다보았다. 그리폰과 하르페이아가 더 높이 날아오를수록 둘의 인영은 작아졌다. 둘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사령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현재 시각 10시 55분 작전 계시까지 이제 5분 남았다. 사령관은 천천히 도시 내부로 깊숙이 걸어갔다. 도로에는 서성이는 철충들이 보였다. 도시의 중심으로 걸어갈수록 철충들의 수는 더 많아졌다.

광학미체 시스템과 헬멧의 뇌파 차단 장치까지 작동시킨 상태이기에 철충들은 사령관을 볼 수 없었다. 걸을 때마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울렸지만 철충들은 그저 주변을 살필 뿐 보이는 것이 없으니 경계를 하지 않았다. 

 

 11시가 되기 1분 전, 사령관은 그나마 붕괴가 덜 되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11시 정시가 되자 작은 홀로그램 화면이 사령관의 앞에 나타났다. 화면 안에는 마리를 비롯한 지휘관들이 있었다. 

 

 “각하, 작전을 개시하겠습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나는 준비됐다. 제군들은 준비가 끝났나?”

 

 “불굴의 마리 그리고 오르카호의 모든 대원들은 준비를 마쳤습니다. 명령만 내리신다면 바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좋다. 작전을 개시하라.”

 

 사령관의 말과 함께 홀로그램이 꺼졌다. 그것을 신호로 사령관은 모습을 감춰주고 있는 모든 장치들의 작동을 해제했다. 

 ---

 인간의 강렬한 뇌파가 온 도시가 소리 없이 퍼졌다. 마치 전류가 전선을 통해 온 도시에 순식간에 전송되듯 빠르게 도시의 모든 철충들이 순식간에 사령관의 뇌파를 감지했다. 

백 년 전에 세상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을 인간의 뇌파, 완전히 박멸시켰다고 믿었던 존재의 생존을 알리는 신호는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철충들의 살육의지를 다시 점화시켰다. 

연결체들의 명령 아래 먹잇감을 찾은 개미 때가 군집하듯 철충들은 인간의 뇌파가 느껴지는 곳으로 일사불란하게 집결했다. 

 

 사령관은 두 발을 통해 땅에서 오는 진동을 느꼈다. 처음에는 돌맹이가 약하게 흔들리는 정도에서 나중에는 약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강해졌다. 전투가 다가오고 있다는 요란한 전조였다. 사령관은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겁을 먹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곧 사방에서 철충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올 것을 알고 있기에 긴장되었다. 

금속 물질이 아스팔트 도로를 강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붉은 해일, 사령관을 향해 돌격하고 있는 철충 무리들은 마치 해안으로 몰려오는 거대한 해일과 같았다. 

사령관은 목을 양쪽으로 움직여 가볍게 목을 꺾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가장 먼저 사령관과 마주한 철충은 나이트칙이었다. 닭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코드네임처럼 짧은 두 다리로 돌격하는 철충이다.

 

 “시작해볼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금속음과 함께 엑소 스켈레톤의 무장을 전개시킨 사령관은 네 정의 플라즈마 캐논을 겨누었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짧은 순간이 지나고 푸른 광선이 철충들을 관통했다. 고열의 레이저가 나이트칙의 몸통을 녹여버리며 관통했다. 양팔에 장비되어 있는 기관총도 철충들에게 겨누고 가차 없이 발사했다.

화약이 터지며 총탄이 발사되는 총성이 1초에 수십 번씩 울렸다. 발사된 총탄들은 고속으로 날아가 나이트칙들을 문자 그대로 갈아버렸다. 나이트칙들은 공격범위에 접근하기도 전에 철갑탄에 뚫려 쓰러졌다. 

 

 도로에 철충들의 초록색 피가 흘러내렸다. 철충들을 녹이며 관통한 플라즈마 캐논의 레이저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 무너진 건물 잔해와 도로를 타격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철갑탄에 파열된 도로와 폭발에 산산조각이 난 건물 잔해들에서 난 자욱한 먼지가 흩날렸다. 자욱하게 낀 먼지는 마치 시커먼 스모그처럼 시야를 가렸고 먼지 너머에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에는 어느새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철충들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무기의 화력에 사령관은 슬며시 미소 지었다. 포츈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강화했고 몇몇 장비들은 개조를 통해 위력을 증가시켰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나 성능이 상향될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 

 

 사령관이 계속해서 기관총과 플라즈마 캐논을 발사하고 있을 때 땅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도시에 울려 퍼지고 있는 총성과 폭발음보다 거대한 진동을 낼 만큼 거대하고 무거운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쿵!쿵!쿵! 육중한 진동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욱한 먼지를 뚫고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왼팔의 장갑을 방패 삼아 우직하게 진격해오고 있는 거대한 철충, 오르카호의 중장 AGS 기간테스와 그 형태가 닮은 철충인 저거너트였다.

전고 3.5m 중량 49t을 자랑하는 저거너트의 진격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를 울렸다. 나이트칙을 갈아버린 철갑탄은 두꺼운 저거너트의 장갑을 관통하지는 못했다. 

물론 왼팔의 장갑을 집중사격하고 플라즈마 캐논으로 여러 번 공격해 장갑을 녹인 후 본체를 미사일 터트리면 죽일 수도 있지만 저거너트의 배후에 수많은 철충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을 확인한 사령관은 이제 작전을 실행에 옮길 때가 됐음을 감지했다. 기관총 사격을 중지하고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

 공장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은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차도를 따라 쭉 직진하는 방법이다.

칸은 선발대로서 생산 공장 근처에 철충들이 남아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위해 작전이 개시되자마자 부대원들과 함께 바람처럼 부대를 이끌고 달려갔고 메이는 공장 근처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둠 브링어와 스카이나이츠 대원들을 이끌고 하늘을 맴돌고 있었다.

마리와 레오나는 각자의 부대를 이끌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뒤로는 여러 AGS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신속함이 생명인 작전인 만큼 기간테스 같은 거대한 AGS들은 이번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다. AGS들 중 물건을 운반할 수 있으며 적절한 기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스파르탄들과 램파트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사령관의 말대로 철충들로 가득했던 도로에 지금은 개미 한 마리도 없었다. 

덕분에 스틸라인과 발할라는 한 번도 교전 없이 도로를 달려 공장을 향해 달릴 수 있었지만 두 지휘관의 모든 신경은 멀리 도시외곽지역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도시를 뒤흔드는 진동, 여러 개의 폭발물들이 터지는 폭음, 멈출 세 없이 들려오는 총성, 건물 잔해들이 붕괴되는 굉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사령관이 철충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에 계속 신경 쓰였다.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굉음이 들리는 곳으로 돌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시라도 빨리 작전을 완수해야 사령관도 철충들 사이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되새겼다.

 

 “신속의 칸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목표 지점 근처에 철충들은 있나?”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전부 사령관을 쫓아간 것 같다.”

 

 칸의 무전에 마리와 칸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칸도 마리처럼 목소리에 깊은 걱정이 서려있었다. 

 

 “블랙리버의 생산 공장이니 내가 지휘관의 권한을 사용해서 정문을 열어보겠다. 스틸라인과 발할라는 최대한 빠르게 도착해주기를 바란다.”

 

 ““알겠다.””

 

 마리와 레오나는 속도를 높였다. 사령관을 위해 가능한 빨리 이 작전을 완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되새겼다.

 ---

 칸은 굳게 닫혀 있는 공장의 정문을 열기 위해 공장의 보안 코드에 접속했다. 비록 바이오로이드이지만 블랙리버 사에서 케시크로 처음 제작되고 후에 지휘관으로 개조된 칸은 지휘관 개체의 권한으로 보안 코드에 바로 접속할 수 있었고 바로 정문을 열 수 있었다. 

 

 “됐다.”

 

 접근 허용이란 글자와 나타나며 붉은빛을 내던 보안 장치는 초록색으로 변했다. 

굳게 닫혀있던 공장의 정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아 식물들과 흙이 쌓여있던 외벽 정문이 작동하자 먼지가 일었다. 정문이 천천히 열리며 어두컴컴했던 공장 내부가 햇빛으로 밝혀졌다. 

 

 “호드 진입한다.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칸은 리볼버 캐논을 들고 그녀답지 않게 천천히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오랫동안 발길이 닿지 않은 공장은 곳곳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정문이 열리면서 바람이 들어오자 먼지들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칸은 혹시 공장 안에 철충이 있는지 꼼꼼하게 주변을 살폈다.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전등들은 전부 꺼져 있었고 시야를 밝혀주는 불빛은 열린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전부였기 때문에 공장 안은 어두웠다. 

공장 안에서 별다른 뇌파나 전파는 감지되지 않았다. 공장 내부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칸은 마리에게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칸,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 정문을 열어놨으니 그곳으로 들어오도록 해라.”

 

 알겠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5분이란 시간이 지났다. 간편식 하나를 여유롭게 먹고 치울 수 있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전 상황에서의 5분은 평소보다 10배는 더 길게 느껴졌다. 

아직까지 마리와 레오나가 도착하지 않자 칸은 서서히 초조해졌다. 공장 밖으로 작게 들려오는 폭발음과 총성, 지진이 난 듯 약하게 느껴지는 땅의 진동. 

저 중심에서 사령관이 철충들에게 쫒기고 있다는 것이 칸을 초조하게 했다. 공장까지 진군하는 중 방해물 따위는 하나도 없을 텐데 왜 이렇게 늦는 것인지 칸을 비롯한 호드 대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1분 지났는지 5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매우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또다시 흘렀다. 칸의 인내심이 한계치까지 차올라 마리와 레오나에게 무전을 보내려고 할 때 공장 밖으로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다. 조금 늦었다.”

 

 “미안...헉...조금...늦었어...헉”

 

 “스파르탄 목표 지점 도착. 명령 대기 중.”

 

 초능력을 이용해 공중에 떠서 왔을 마리와 AGS인 스파르탄과 램바트들과 달리 정말로 전력으로 달려온 레오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무릎에 손을 짚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칸은 아직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지만 어째서 지원군이 예상보다 살짝 늦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숨을 고른 레오나는 소매로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한 분위기로 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뻔뻔한 얼굴에 칸과 마리는 한 소리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잔소리를 할 만큼 시간이 여유롭지 못했다. 

 

 “공장 내부에 있는 유전자 씨앗, 바이오로이드 생산 장치들을 비롯한 자원 및 물자들을 회수해라. 유전자 씨앗과 생산 장치를 우선으로 회수하도록!”

 

 지휘관들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공장 내부 탐색을 시작했다. 

정문에서 가까운 곳을 시작으로 햇빛이 들지 않는 공장의 깊은 곳까지 발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어느 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필요한 것들만을 회수해갔다.

 ---

 도시외곽지역까지 쉬지 않고 달리며 철충들을 유인한 사령관은 철충들의 공세가 버틸 수 없을 만큼 격해지자 광학미체 시스템과 뇌파 차단 장치를 재작동시키고 가장 가까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사령관은 건물 벽면에 있는 깨진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도시를 뒤흔들었던 진동과 울려 퍼지던 무수한 총성과 포성, 폭발음이 멈췄다. 건물 잔해가 박살나고 도로에 총알이 박히며 자욱하게 날리던 먼지들이 가라앉았고 서서히 창문 밖 광경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철충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방금까지 쫓던 인간의 뇌파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모습을 감춘 사령관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개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때를 기회로 사령관은 수많은 철충들 사이에서 특정한 종류의 철충을 찾고 있었다. 저항군이 연결체라고 명명한 철충이었다. 

 

 바이오로이드 지휘관 개체처럼 철충들도 명령을 지시하는 고위 계급 철충들이 존재한다. 저렇게 많은 철충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딘가에 연결체가 있을 터 모든감각을 시각에 집중시킨 사령관은 머지않아 연결체를 발견했다. 어두운 색감을 기본하는 하는 철충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검은색 사이에 보이는 하얀색 피부의 철충, 한쪽 팔에 거대한 포신을 달고 있고 등이 불룩 튀어나와 있는 철충. 스토커라고 불리는 철충이었다.

철저하게 은신하고 있다가 적의 사령관이나 지휘관만을 골라 죽이는 영악한 개체이지만 이번에는 몸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새까만 철충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들어내고 있었다.

감지된 인간의 뇌파가 단 한 개였으니 충분히 저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사령관은 생각했다.

 

 사령관은 고민에 빠졌다. 철충들이 자신의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지금 스토커를 저격해 사살할 것인지 아니면 지휘관들이 작전을 마칠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두 가지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스토커를 사살한다면 지휘관을 잃은 철충들은 그대로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전장에서 지휘관을 잃은 군대가 자연스럽게 붕괴되듯이 철충들 또한 연결체가 죽으면 명령을 내릴 고위 개체가 사라지는 것이니 혼란에 빠져 스스로 자멸할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연결체를 잃은 철충들이 흩어지면서 도시 내부로 다시 돌아간다면? 자칫 잘못하면 계획하지 않은 전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운 작전에서 자신의 실수 아군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령관은 고뇌했다.

 

 “회수가 거의 끝나가나?”

 

 사령관은 지휘관들에게 무전을 걸어 현재 진행상황을 물었다. 사령관이 무전을 걸자 즉시 마리의 대답이 왔다.

 

 “각하! 무사하십니까?!”

 

 “사령관 무사해? 다친 곳은 없어?”

 

 “사령관 괜찮은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사령관 설마 포위된 거야?! 그러니까 내가 이 작전은 터무니없다고 했잖아 멍청아!”

 

 지휘관들이 질문에 또 다른 질문으로 답하자 사령관은 살짝 신경질이 났다. 

 

 “질문에 답해라.”

 

 사령관이 주의를 주고 나서야 마리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거의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5분 정도면 회수한 물품들을 가지고 오르카호로 귀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5분. 공장에서 오르카호로 돌아가는데 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공장으로 진입할 때와 달리 공장에서 회수한 물품들과 함께 귀환하니 당연히 시간도 더 걸릴 것이다. 이미 도시외곽지역 끝까지 왔기에 더 이상 시간을 끌만한 장소도 없다. 

어떻게든 시간을 더 끌어야만 했다. 좋은 방법을 고민해보던 중 한 가지 위험한 생각이 전기 흐르듯 사령관의 머릿속을 관통했다. 

 

 “회수가 끝나는 대로 오르카호로 귀환해라.”

 

 “알겠습니다. 각하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사령관은 다른 지휘관들이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무전을 끊어버렸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지휘관들에게 사령관은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지휘관들이 들으면 놀라 까무러칠 일을 실행에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마시고 내쉬면서 사령관은 발걸음을 옮겼다. 

---

 시험과 대회를 교환했다. 그런데 시험결과가 좋지 못해 대회 글의 질 또한 좋지 못하다. ㅆㅂ 눈물난다. ㅜㅜ

공백포함9468자

공백제외7131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