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령관님...?”

 

달아올라가는 관계의 흥취에 젖어 붉게 물들어 있던 블랙하운드의 얼굴이 일순간에 사색이 되었다. 아주 돌발적으로, 그것도 내면 깊숙이 품고 있던 욕망이 저도 모르게 돌출된 것이었다. 사령관도 마찬가지로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순수한 그녀에게 자신의 추잡한 욕망을 이렇게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내뱉다니.

 

그는 절정 직전에 다가오는 극한의 쾌락으로 인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추어 격정적으로 흔들어대던 허리조차 멈추고 말았다. 두 남녀의 교합이 이루어지는 동안 한껏 달아올랐던 침실의 공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아늑하게만 느껴지던 그녀의 체취가 이번에는 남자의 어깨를 짓눌러왔다.

 

“... 손 놓아주세요.”

 

침대 시트를 가득 적신 두 사람의 체액에서 스미는 끈적함이 불쾌하게만 느껴졌다. 블랙하운드는 더 말할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남자의 무드 없는 말 따위에 실망한 듯 보였다. 남자는 아연실색하여 뒤에서 박는 듯한 자세로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스르르 놓았다.

 

블랙하운드는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그녀의 뱃속에 깊이 박혀 있던 그의 물건을 조심스럽게 빼내고 그와 마주 보고 앉았다. 큰 죄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블랙하운드를 슬쩍 엿보았다. 

 

그녀의 싸늘하게 식어버린 눈동자가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향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갈등하는 그런 표정. 그와 동시에 이 불편한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더 이상의 사랑은 담겨있지 않았다. 작은 하트처럼 보이던 눈동자가 지금은 유독 뾰족하고 생기 없어 보였다.

 

블랙하운드는 특유의 순하고 친절한 성격으로 만인의 사이에서 인기와 평판이 드높은 소녀였다. 전장의 아이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는 그녀의 능력은 넓은 오르카에서도 손에 꼽을 수준의 것이었고 또한 덕분에 자주 승리의 열쇠가 되어 주었다. 

 

승리의 주역이 되어 항상 무리의 가운데에 서 있었던 덕분에, 그녀는 사령관과 만날 기회를 자주 접하게 되었었다. 기동 부대의 전력이 부족했던 당시의 상황에서 최소한의 전력으로 최대의 효율과 승리를 가져오는 그녀에게 사령관은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비단 전투에서뿐만 아니라 그녀의 밝은 미소는 일상 업무에서도 큰 힘이 되었다. 블랙하운드의 당찬 웃음은 몰려오는 피로감과 온몸을 짓누르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

 

누가 먼저 고백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단지 손을 잡는 것만으로 얼굴을 붉히던 두 사람은 조금씩 과감해져서 포옹, 팔짱, 뽀뽀, 나중에는 키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마침내 서약식을 올리고 잠자리까지 함께하게 된 것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일련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매도라니. 사령관은 그녀처럼 단아하고 참한 여인에게 그런 사심을 품은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넘어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은 심정마저 느꼈다. 

 

그녀는 남자에게 분노한 것이 저명했다.

아니, 분노를 넘어 환멸하고 있었다.

 

“... 프로듀, 아니, 사령관님.”

 

블랙하운드가 기나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필시 그녀는 떨고 있었다. 

 

“블하야, 이건 오해...”

 

“하아...”

 

땅이 꺼질 듯 내쉬는 한숨. 그는 직감적으로 그녀와의 연인 사이가 경각에 달했음을 깨달았다.

 

“최후의 인간이라는 작자가 일개 전투원의 보지에 정신을 못 차리는 꼴이라니.”

 

“뭐?”

 

그러더니 그녀는 사령관을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리고 상기된 표정으로 허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하앗... 앙...! 그런 조루 자지로 절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는 마침내 눈치챘다.

 

“읏... 변태, 저질...! 이런 사람이 인류의 희망이라니잇... 절망스럽네요...”

 

고막을 가차없이 때리는 그녀의 비난. 욕설 하나 없이 묘한 배덕감을 주었다. 블랙하운드는 저도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려 피스톤질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 특수한 상황이 주는 새로운 흥분감은 그녀의 흥취를 다시 돋구었다. 그녀의 질벽이 먹이를 조이는 아나콘다처럼 그의 자지를 쥐어 짜내었다.

 

조금 말랐던 그녀의 음부가 홍수를 뿜어대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위아래를 바꾸어 그녀를 농락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역전된 위치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녀였으나, 이미 배역에 몰입한 덕에 날카로운 비난을 계속했다.

 

“하악... 발정난 개새끼 같네요. 흐읏... 아앙! 힘 없는 여자를... 하앗... 강간하는 기분은 어떠시죠?”

 

평소대로의 그녀에게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모습이었다. 그녀를 타락시켰다는 흥분감에 도취된 그는 미처 참을 새도 없이 그녀의 안에 모든 욕정을 털어놓고 말았다. 멈출 줄도 모르고 차오르는 하얀 정이 꾸역꾸역 차올라 두 사람의 결합부 사이로 새어 나왔다.

 

“하아... 진짜 좋았어.”

 

“...”

 

그는 여운을 느끼지도 않고 육봉을 빼내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의 그와는 달리 블랙하운드의 표정을 무서우리만치 어두웠다.

 

“프로듀서, 같이 가자고 말씀하셔놓고 멋대로 싸버리신 거에요?”

 

“아니, 그건 블하가 너무 예뻐서...”

 

“그래서 제가 갈 것 같으실 때는 미리 말씀해달라고 했잖아요.”

 

“미안...”

 

“프로듀서가 페이스 조절 못 하실 것 같아서 마지막에는 제가 위에서 움직이겠다고까지 했잖아요. 그런데 결국 제 말도 무시하시고 혼자 기분 좋다고 마구 흔들어대시니까 후련하세요? 저는 아직 부족한데...”

 

“...”

 

“그 발정난 원숭이 새끼 같은 칠칠치 못한 자지에게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네요.”

 

블랙하운드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의 그것을 손으로 꽉 쥐었다. 

강한 악력을 전부 사용한 탓에 그는 고통에 찬 비명마저 지르고 말았다.

 

“민감해졌으니까 봐 달라구요? 방금 전까지는 자기 좋을 대로 밀어붙이셨으면서 왜 말이 바뀌어요?”

 

그녀는 이어서 눈치 없이 여전히 팔팔한 자지를 뻐끔대는 보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힘겨운 기색은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도 흠뻑 젖은 덕분에 물밀 듯이 부드럽게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아까의 사정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다시 절정할 듯 민감한 상태였다. 그는 임계점까지 차오른 쾌락으로 인해 어린아이처럼 신음했다. 이미 그녀의 은밀한 곳의 끝까지 들어간 그것을 빼보려고 했으나 그녀의 보지는 육봉을 애틋하게 꽉 물고 도저히 놓아주지 않았다.

 

“허리 빼지 마세요.”

 

“하악... 미안해, 블하야...”

 

“봐요. 싼 직후에 잔뜩 약해진 자지 이렇게 잔뜩 괴롭혀지니까 힘들죠? 자극이 너무 세서 괴롭죠? 그런데 다 프로듀서의 자업자득이잖아요. 제 말 무시하고 마구 박아대시지만 않았어도 같이 여운을 즐길 수 있었잖아요. 처음부터 같이 갔으면 지금 이렇게 힘들 일도 없었잖아요.”

 

블랙하운드는 벼랑 끝에 몰린 먹잇감을 농락하듯이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벌로 제가 갈 때까지 아랫배에 힘 꾹 주고 참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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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요즘 블하 너무 꼴려서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