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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5 페어리 시리즈


 공중정원이라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바빌론의 공중정원, 세계의 7대 불가사의라 불리는 것중 하나였다.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이 세계 7대 불가사의는 만리장성, 마추픽추, 예수상, 콜로세움, 타지마할, 페트라, 치첸이트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의 쿠푸왕 피라마드,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로도스의 거상, 말렉산드리아의 등대,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 영묘와 바빌론의 공중정원. 바로 이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를 말하는 것이었다.

 시돈의 안티파트로스가 뽑은 자신이 본 가장 놀라운 건축물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이 현대의 불가사의와 무엇이 다르냐고? 무엇이든 2300년정도나 언급이 되면 공신력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소한 당시의 사람들은 시돈의 안티파트로스에게 돈은 주지 않았겠지.

 중요한 것은 고대의 바빌론에는 공중정원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공중정원. 그것은 하늘을 떠다니는 라퓨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피라미드를 외계인들이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판을 친다 하지만 고대인에게는 정말로 정원을 공중에 띄울만한 기술력이 없었다.

 공중정원이라는 말은 해수면높이가 아닌 훨씬 높은 언덕을 만들어 그 위에 정원을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언덕에 정원을 만든 것이 어떻게 불가사의가 될 수 있냐고? 불가사의란 어떤 것을 만들었냐는 것이 아니었다.

 작은 피라미드를 만드는 것은 쉬웠다. 작은 동상과 석상을 만드는 것, 신전과 등대 역시 작은 것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가 당대의 상상을 넘는 것이라면, 그 규모와 아름다움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면.

 불가사의란 그런 것이었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의 높이는 약 25미터로 알려져있고 그 높이까지 물을 길어오를 수 있는 시설까지 존재했다. 언제나 규격외의 건축물이란 규격외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고 그를 위해 수많은 기술들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삼안산업의 공중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처럼 높은 언덕에 정원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고층건물의 꼭대기에 정원을 만드는 것쯤이야 20세기의 구시대 기술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원을 정말로 공중에 띄운다. 그 발상을 하고 실현한다는 것은 21세기 후반에도 어려운 것이었다. 삼안산업의 김지석은 자신들의 부와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최초의 공중정원을 만들었다.

 ‘앞으로 공중정원은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아닌 이 삼안의 공중정원을 가리키는 말이 될 것입니다! 미래의 인류는 이 공중정원을 가리켜 7대 불가사의라 하겠죠. 다른 여섯개는 무엇일지 몰라도 하나는 분명 이 공중정원이 될 것입니다!’

 2065년 가을, 여의도에서 있었던 공중정원 준공식에서 김지석은 그렇게 말했다. 삼안의 공중정원은 삼안산업, 나아가 대한민국의 상징이 될 것이었다.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연합전쟁이 끝난 이후, 삼안산업에 굴복한 대한민국은 새로운 화폐를 만들며 5만원권의 뒷편에 공중정원을 기어코 넣게 만들었으니까.

 정원을 공중에 띄운다. 발상은 간단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했다. 정원. 정원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삼안산업의 기획은 정원을 모티프로한 복합단지를 공중에 띄운다는 것이었다. 식물원, 동물원, 테마파크, 대형쇼핑몰에 사무단지, 심지어 주거단지까지 포함된 거대한 건축물을 공중에 띄운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마천루를 공중에 띄우는 작업이었다. 인류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물건을 공중에 띄울 수는 있었다. 방법은 다양했다. 부력, 양력, 공기저항력, 추진력, 등등.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은 비행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제자리에 정지하고 있는 물체를 띄울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비행선안에 헬륨가스를 가득 실어 그 부력으로 비행선과 공중정원을 띄운다는 것이었다.

 그 안건은 바로 기각이 되었다. 거대한 마천루를 띄우는데 얼마나 많은 헬륨가스가 필요한지는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마천루를 띄우기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큰 부피의 헬륨가스가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움이 부족했다.

 몇가지 안건들이 나왔다. 프로펠러의 회전으로 발생하는 양력으로 헬리콥터처럼 정원을 띄운다, 그것이 안되면 제트엔진, 원자력 엔진을 사용하자.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멋진 방법이 아니었다.

 그러다 나온 안건이 바로 우주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정지궤도 위에 거대한 무게추를 놓은 뒤 그곳에서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구조물을 지상 100미터 이하까지 연결해 그곳에 공중정원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했고 동시에 불가사의에 가까운 계획이었다. 또한 이것은 복합단지만이 아니었다. 우주로 이어지는 구조물이었고 우주 엘리베이터까지 연동해서 만들 수도 있었다. 단순한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사용목적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 안건은 결국 대표인 김지석에게까지 올라갔고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만들어졌다. 우주 구조물을 세우기 위한 로켓회사와의 협력, 건설인력의 동원방법과 하청업체의 선정까지도. 이제 시간과 예산만 주어진다면 우주로 이어지는 공중정원이 만들어질 것이었다. 이는 삼안산업의 상징이자 새로운 불가사의가 될 수 있었다.

 그 계획들의 사이에 한가지 기술이 개발이 되었다. 반중력기술이었다. 무슨 SF 소설에나 나올 소리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이 소설, 일단은 SF 소설이 맞으니까. 물체는 중력에 의해 떨어지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반중력 기술을 사용한다면 물질은 하늘로 날아가게 되었다.

 원리는 기업들의 극비사항으로 남아있어 자세히 서술할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거대한 우주 구조물 없이도 공중정원을 띄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한 삼안산업은 반중력 기술을 이용한 공중정원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삼안산업에서 쓸 것으로 예상해 대량의 로켓의 발주했던 스페이스 X는 자금의 대위기를 맞게 되었지만 다행히 PECS에 인수가 되었고 염원의 화성이주 계획은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2082년, 용산과 여의도를 잇는 마포대교 상공 100미터 지점에 삼안의 공중정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모두 그것을 불가사의라 불렀다. 080기관의 토모만이 불가사리라 불렀지만. 높이 200미터, 1층 기준으로 가로세로 200미터의 피라미드 형태의 거대 건축물이었다.

 그 거대한 공중정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삼안산업은 그런 일에 하청업체를 쓰지 않았다. 콘스탄챠 S2나 바닐라 A1같은 기존의 바이오로이드를 쓸 회사도 아니었다. 그 공중정원의 관리를 위해 삼안산업은 두 바이오로이드를 공개했다.

 시저스 리제와 다프네. 공중정원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였다. 이전에 나온 오베로니아 레아와 합쳐 삼안산업은 페어리 시리즈라 소개했다. 페어리, 요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두 바이오로이드의 등에는 앙증맞은 투명한 날개를 파닥이며 날고 있었다.

 날개는 사실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실제로는 공중정원을 띄운 것과 같은 반중력 장치를 이용해 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전투기를 대체한 스카이나이츠의 전투 바이오로이드처럼 고속으로 날 수는 없지만 안정적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며 여러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먼저 다프네. 다프네는 공중정원의 식물을 관리하는 바이오로이드로서 만들어졌다. 긴 메이드복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다프네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나무의 이파리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루었다. 인간 정원사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능력이었다. 죽어가는 나무를 나노머신을 이용해 살릴 수도 있었고 열대 식물을 서울 한복판에서 4계절 내내 생생한 모습을 유지시킬 수도 있었다.

 다프네가 식물을 다루는데 불가능은 없었다. 삼안의 공중정원의 수많은 다프네들은 공중정원의 모든 식물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놓았다. 전세계 어느 식물원을 간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잘 관리되는 식물원은 없었다.

 삼안의 공중정원은 하나의 표준이 되었다. 삼안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거대한 광고판이었다. 전세계 여기저기에 삼안의 공중정원을 본딴 공중정원들이 만들어졌고 삼안산업은 페어리 시리즈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도 팔기도 했다.

 토마스 브래드버리가 그 상품을 놓칠 리가 없었다. 토마스 브래드버리는 공중정원을 구입해 도버 해협 위에 설치했다. 그가 공중정원을 놓으려 한 위치는 다양했다. 덴버러의 중앙부, 엑세터와 자신의 영지에서 잘 보이는 잉글랜드 해협의 위, 혹은 런던의 템즈강 위, 등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가 굳이 프랑스와 영국, 양쪽에서 잘 보이는 곳에 공중정원을 둔 것은 양쪽 나라에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큰 목적은 바로 도버해협의 바로 아래를 지나가는 해저터널인 채널 터널의 중간기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섬나라인 영국과 유럽 대륙이 육상교통수단으로 유일하게 연결되는 통로가 바로 채널 터널이었다.

 긴 해저터널의 중간지점이 있는 건 없는 일이 아니었다. 일본의 도쿄만 아쿠아라인의 가운데에 카와사키라는 인공섬을 만들어 건설당시에 통로로 사용하거나 배기를 위한 기능을 넣기도 했다. 토마스 브래드버리는 여기에 관광지의 개념도 추가했다.

 공중정원을 채널 터널이 있는 해협의 상공에 세우고 그를 위한 버리라는 이름의 인공섬까지 만들었다. 또한 그곳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도 새로 연결했다. 이에 채널터널을 운행하던 유로스타의 소유사가 반발했지만 토마스 브래드버리는 쿨하게 그 회사를 인수했다.

 그렇게 다수의 다프네와 시저스 리제가 있는 거대한 공중정원이 잉글랜드 해협 위에 만들어졌다.

 그래, 아직 시저스 리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시저스 리제. 그 이름에 대한 논란을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 시저스 리제인가. 그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수도 있다. 이건 브랜드 명칭의 통일성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의 연속성상에 있는 것이었으니까.

 오베로니아 레아를 필두로 다프네, 아직 설명하지 않은 아쿠아, 현 시점에서는 제조계획조차 없는 드리아드와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티타니아 프로스트까지 전부 그리스 신화, 혹은 그를 기반으로 한 다른 매체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그리스가 배경인 희극, 한 여름밤의 꿈에서 나온 등장인물인 요정왕 오베론에서 따오고 그리스 신인 레아에서 따론 오베로니아 레아, 그리스 신화의 님프에서 이름을 따온 다프네와 드리아드, 그리고 라틴어로 물을 뜻하는 아쿠아까지. 뭐? 라틴어는 그리스가 아니라고? 어차피 아쿠아라는 라틴어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파란색을 의미하는 퀴아노스에서 온 말이었다. 티타니아 프로스트의 경우에도 요정왕 오베론의 아내였던 티타니아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하지만 시저스 리제는 그렇게 지어진 이름이 아니었다. 가위를 뜻하는 영어인 시저스와 리제라는 이름의 조합이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다른 페어리 시리즈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름이었다. 이것을 눈치챈 몇몇 사람들은 시저스 리제가 실제로는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모종의 이유로 페어리 시리즈에 포함된 것 아니냐 하는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혹은 가위라는 의미의 시저는 로마의 황제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나온 말이고 그가 제왕절개, 즉 가위로 배를 절개해 나온 아이기기 때문에 카이사르가 가위의 어원, 시저가 되었다는 말, 그리고 그 카이사르의 말의 어원은 카이사리에스라는 풍성한 머리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 로마권의 어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그정도로 시저스 리제는 페어리 시리즈에서 이질적인 바이오로이드였다. 페어리 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를 한줄로 나열하면 드는 느낌은 친근하다, 포근하다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방긋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식물원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바이오로이드 역시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시저스 리제만은 예외였다. 그것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다른 웃음이었다. 그것을 보면 언제나 섬뜩함을 느꼈다. 삼안산업의 바이오로이드 답지 않게 살갗을 한뼘도 내놓지 않은 그것은 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그것만큼이나 큰 가위의 자루는 붉은 색이었다. 피같이 붉은 크림슨, 그리고 그 자루에 묶인 붉은 줄은 교수형대의 매듭처럼 묶여있어 불길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것은 가위로 사람의 목을 자르면서도 웃을 것이었다.

 실제로 시저스 리제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삼안산업은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페어리 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 시저스 리제는 가지치기를 위해 거대한 가위를 들고 다닙니다. 그 가위의 예리함과 시저스 리제의 힘으로 어떤 나무의 가지라도 손쉽게 잘라내죠. 또한 그것은 해충을 박멸하는데 탁월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의 가위는 그 무엇이라도 자를 수 있으니까요.’

 누가 해충을 죽이는데 사람만한 가위를 쓰는가. 누가봐도 해충이라는 말은 다른 것을 감추고 있었다. 그런 의문을 가진 한 기자는 시저스 리제를 조사하기 위해 개인용 제트팩을 사용해 공중정원에 잠입하고자 했다.

 시저스 리제는 해충을 죽이는 일에 특화되었다. 해충의 정의는 읽는 여러분의 상상에 맞기겠다. 하나만 말하자면 기자가 잠입한 날은 한겨울이었고 한 시저스 리제는 공중의 해충을 하나 잡았다고 보고를 올렸다.

 시저스 리제는 자신의 공격성을 전지업무에도 사용하는 것인지, 전지업무에 사용되는 능력을 공격에도 사용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시저스 리제의 이질감의 근원이었다. 아무 죄책감이 없이 침입자를 죽일 수 있도록 시저스 리제는 높은 경계심과 그에 반비례한 도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연합전쟁이 끝나고 기업주도의 사회로 개편이 되며 시저스 리제의 힘은 더욱 절실해졌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가위는 테러리스트를 상대로도 유용했다. 특히 모스크바에 있는 공중정원에서 한 시저스 리제가 테러리스트들이 끌고온 구시대 주력전차까지 잘라버린 사건은 시저스 리제의 이름을 더욱 높였다.

 토마스 브래드버리도, 휴이 브래드버리도 시저스 리제의 경비능력을 신용함에도 그것들의 능력을 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시저스 리제와 다프네를 자신의 공중정원의 관리를 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었고 그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 공중정원은 자신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다주는 수많은 자금원중 하나였으니까.

 다행이라면 두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리고 아쿠아. 소개할 마지막 페어리 시리즈다. 작은키의 요정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이 귀여운 그 바이오로이드는 들고다니는 분무기처럼 정원을 지키고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였다.

 정원이란 부자들의 특권이었다. 정원을 만들 정도로 가진 땅이 많다는 부의 상징이었으니까. 브래드버리 가문 역시 마찬가지로 넓은 영지를 가지고 있었고 스타크로스 성에는 정원도 있었다. 그 정원의 관리는 바닐라 A1으로도 충분했다.

 아쿠아의 발매는 휴이 브래드버리가 덴버러 공작의 작위를 받은 다음의 일이었다. 아쿠아가 나오자 그는 아쿠아를 여럿 사면서 정원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저택의 뒷편에 거대한 미로를 만든 것이었다.

 정원 미로는 넓은 정원에 의례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덴버러 가문의 영지에 없었다는 것이 이상했을 정도였다. 어쩌면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힘들고 손만가고 별로 쓸이 없는 것이라 지금껏 만들지 않았던 것일지도 몰랐다.

 휴이 브래드버리는 그 미로를 단순히 장식이나 미관만을 위해 만들지 않았다. 그의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미궁이었다. 함정과 고문과 공포가 가득 담긴 미궁. 바이오로이드들은 그곳으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모두가 피하고 싶은 곳이었다.

 휴이 브래드버리의 아쿠아는 두가지가 있었다. 물이 담긴 분무기를 들고다니며 나무에게 물을 주는 아쿠아. 그리고 목적을 알 수 없는 산성물질이 담긴 분무기를 들고다니는 아쿠아. 두 아쿠아는 분무기의 내용물을 보지 않아도 구별할 수 없었다.

 모두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더 우울해보이고 눈에 생기가 없는 아쿠아. 그 아쿠아가 든 분무기에는 산성물질이 담겨있었다. 그것의 날갯짓은 미약해 형식상 움직일 뿐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다.

 휴이 브래드버리의 스타크로스 성의 밑바닥을 보고 그것을 정리해야 하는 아쿠아의 얼굴이 밝을 수 없었다. 카달로그 사진에는 보면 누구나 행복하고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할만한 그 미소를 짓는 아쿠아가 있었지만 이곳에는 그런 아쿠아는 없었다.

 그곳에 행복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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