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개체 시리즈

KATANA MOMO(읽어두면 좋음)
https://arca.live/b/lastorigin/24857728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지.

"뭐라고요, 매직 젠틀맨?"

"아냐, 계속 가."

넓디넓은 폐공장에서는 포탄이 발사되는 소리조차 천방지축 비산하기에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입구에 박격포 두 발, 오른쪽으로 3미터쯤 뛰고. 인계철선에 걸리면...'

드그그극 하는 기분나쁜 쇳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경기관총이 회전하며 격발되는 간단한 트랩, 앞으로 접근하며 몸을 숙이면 하단의 감압장치가 눌리고.'


"철컥!"


'소리만 큰 심리전용 미끼. 긴 머리카락의 브라우니가 적색과 청색 컨테이너 틈새로 지나갈 때까지 대기 후 오른쪽으로.'

텁, 묵직한 금속에 총열이 긁히는 소음.

'조정간 단발, 돌격소총 조준사격 두 발. 차탄은 빗나가니 초탄만.'

두 발의 총성, 그리고 각각 검에 탱, 컨테이너에 퉁. 그리고 윗쪽에서 익숙한 향취,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전방 RPG2040, 하지만 불발탄. 자르고 비교적 넓은 좌측으로 다시 이동.'

가칵. 두 동강 난 포탄이 텅 텅 바닥에 떨어지고, 같은 방향을 향하는 이 편의 발자국 소리와 저 편의 절그럭 소리.


"모모! 위로!"

"이번엔 절대 안 틀려요, 매직 젠틀맨!"


'2시 방향, 105mm M87 곡사포가 거치된 상태에서 직사. 근접신관 조심해서 위로. 그리고 우측으로 방향 튼 뒤 쭉 앞으로.'


"......"

"브라우니 835! 대화를..."

"나는 분명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을 터인데!"

"제발! 우리 대화로 해결하면 안 될까요?"

"닥쳐라 이 덴세츠의 어릿광대, 인간에게 아첨하던 위선자야!"

"모모, 대사 더 치면 또 미래가 바뀔 수 있어. 참아."

"여기서 상하좌좌우 맞죠?"

"그래. 계속해."


팅 태그르르르륵 굴러오는 쇳덩이의 소리.

'전방에 콘크리트 방벽, 옆에서 철판 하나를 왼손에, 자라나는 틈새에 오른손으로 파이프를 주워 꽂고 지지대 삼아 넘어간다.'

벽 위에 다다르자마자 하단에서 솟구치는 기관단총의 총성.

'소구경 탄환을 막고. 다시 왼쪽으로.'

타카카카캉 하며 버텨준 철판이 토사구팽 내던져진 자리를 희멀건 화염이 몰아친다.


"모모! 미래가 바뀌었어!"

"뭐라고요?"

방금 발소리 방향이 바뀌었잖아!"

"알았어요!"

"거기서 정확히 3시 방향에 출구가 있어! 거기로 가!"

"알았어요!"


다시 코너를 돌자마자 고무줄 퉁기는 소리가 나고, 눈 앞에는 두 개의 투사체.

'무슨...'

"오른쪽!"

반사적으로 눈을 향한 만년필을 튕겨낸 모모의 왼쪽 뺨을 오이 향 비누가 가격했다.

"아야."

"아이고."

"계속 갈게요."

"꼭 한 번에 가자."

"누구는 죽고 싶어서 죽나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3시 방향의 끝이면 컨테이너를 두 번 넘고, 중간에...'

단 한 발 챙겨간 매지컬 완드를 꺼낸다.

'밑으로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 나 있지만 사실은 전기 철조망이 후면에 있지, 다 안다. 전부 안다고.'

푸슝... 펑!

'좋아, 저기인가보네.'


"저기야!"

"저도 알아요, 매직 젠틀맨."


벌컥 문을 여니, 수많은 콘크리트 잔해가 널부러져 있는 악전고투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선 하나의 전사가 뒤돈 채로 바닥에 박힌 사물함 하나를 열고 있었다.

'토끼귀... 이프리트 개체들의 외투가 저런 모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모셨던 마리께서는, 우리 브라우니들조차 애지중지하셨다."

"녜?"

"인류가 멸망한 뒤로는, 망할 격식조차 갖출 여유가 없으셨지..."

"뭔가 말이라도 걸어봐, 모모."

"내게, 다시 인간을 위해 일하라고?"

"새로운 인간님은 대기권 밖에서 머리부터 떨어져가지고 그런가 정말 다른 사람이라구요."

"그것은, 정말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인가?"

"진짜예요, 이번에는 믿을 수 있어요. 우리는 명령이 아니라 부탁을 따라요."

"나 또한 그러헀다. 자발적으로 앞에 나서 납을 삼키며 막아서는 적들을 처단해왔지."

"무슨 말씀이신가요?"

"나는 인간을 따른 게 아니었다. 나는 마리님을 따랐다."

"..."

"내가 철충을 섬멸한 것도, 인류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리님을 따라서였다."

"우리 바이오로이드들은 열이 넘는 세기를 살아가는데, 과거에 아직도 매여 있을 건가요?"

"나비 하나의 날갯짓은 시덥잖은 움직임이되 수십, 수백, 수천이 모이면 잊히지 못할 정경이 되는 법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화가 찾아올 테고, 우리들 또한 인간을 닮아 항상 앞으로 나아가잖아요!"

"그래, 우리도 인간처럼 행동하지. 궐련의 연기로 찢어진 정신을 지져 봉합하고, 술과 약을 혈관에 부어 심상의 환부를 소독한다."

"누구라고 상처가 없나요? 저 또한..."

"그만!"

"본인 말만 하시는 건가요!"

"더 이상은 들어줄 수 없다, 부패한 인간에게 아양떠는 모습이 고장나 비루해진 오르골과 같구나!"


긴 머리카락의 브라우니가 뒤돌아 모모와 마주섰다. 실키 개체의 소유물이었을 외골격과 배낭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간다."

"얼마든지요! 대신, 지면 저와 함께 가시는 거예요!"

"가능하다면야."


브라우니가 매우 작고 간결한 동작으로 무언가를 던졌다.

'시작이다.'

날아온 수류탄은 모모의 유려한 무예를 따라 공중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모모는 좌측의 엄폐물로 달렸다.


"하아아아아!"

즉시로 브라우니는 수류탄의 핀을 버린 왼손이 비는 동시에 배낭에서 경기관총을 꺼내 모모가 회피하는 방향대로 일대를 긁었다.

'다 피하진 못 해..!'

팅, 탱! 두 발이 성공적으로 튕겨나갔고, 모모는 엄폐에 성공헀다. 브라우니는 바로 수류탄 몇 개를 가방에서 꺼냈다.


"매직 젠틀맨, 저 브라우니는 혹시 승급이라도 받은 게 아닐까요?!"

"오른쪽이나 봐!"

과연 수류탄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다.


'빠르게 접근해서 끝낸다.'

모모가 검면을 위로 향해 높은 각도로 들어온 수류탄을 튕겨내고 몸을 회전시켜 우-좌 횡베기로 연계하려던 찰나.

"얕은 수는 전부 보인다!"

모모의 앞에 콘크리트 장벽이 생겨났고, 검은 튕겨나왔다.

"흐아아압!"

브라우니는 벽을 점프해 넘어오며 모모를 조준했다.

"매직 젠틀맨, 생포는 정말 안 될 것 같은데요!"

"우린 방법을 찾을 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현장에서 뛰는 건 저잖아요!"

모모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 총구를 쳐냈고, 무리를 한 탓에 브라우니는 돌격소총을 떨구고 말았다.


"너..."

모모는 옆으로 휙 뛰쳐나가 떨어진 돌격소총을 주웠다. 그리고 브라우니에게 사격하는 순간,

'배낭...?'

타카카카카캉!

'배낭에 금속까지 깔아놨다고?'

"노움이 항상 얘기했지, 유비무환! 무비유환이라고!"

"모모! 정신 차리고 뒤!"

잠깐의 정적이 흐르던 중, 브라우니가 급작스럽게 뒤쪽에서 덮쳐들었다.

하지만 모모는 S급이라는 체급상의 우위를 가지고 있었고, 가볍게 검을 휘둘러 정확히 나이프만 쳐냈다. 브라우니는 한 걸음 물러났다.

"얕보지 마라!"

브라우니가 다시 점프해오면서 헛점 가득한 자세로 펀치를 날리는가 싶더니 가짜 동작이었고, 한순간에 자세를 낮춘다.

"이런...!"

그리고 브라우니는 곧바로 외골격의 각력을 더해 다리를 걸듯 걷어찼다.

모모는 깡총 뛰어서 겨우 피했지만, 이내 보존된 몸통의 회전력으로 밀치는 후속타가 들어왔다.

"레프리콘님께 배웠지, 어떠냐!"

공중에 떠 있던 모모는 크게 밀려나 벽에 부딫혔고, 그 사이 브라우니는 다시 배낭을 주웠다.


"쿱... 그 분은, 좋은 분이셨나요?"

"그래! 그리고 인간이 후퇴 명령을 하도 안 내려서 뒤늦게 퇴각하던 중 전사하셨지!"

"우리 사령관은, 쿨럭. 후우, 병사들을 소모하지 않아요!"

"전쟁에서 병사의 죽음은 당연하다! 인간은 영광을 돋보이게 하는 장애물일 뿐!"

"저는 사령관님과의 유대가 지금까지 당신을 상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믿어요!"

"아니, 인간과의 유대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스틸라인은 서서 죽는다!"


꽤 큰 충격에도 모모는 건재했고, 브라우니는 이를 악물었다.

'잠깐.'

모모가 흔들렸던 자세를 잡으며 대치한다.

"...후!"

브라우니가 한 발 먼저 피닉스 개체의 소유물이었을 곡사포를 배낭에서 꺼내들었다.

모모가 손가락으로 곡사포를 가리킨다.


"설마 그걸 맨 손으로 쏘겠다는 건 아니겠죠!"

"마리님께서 말씀하셨던 말 중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제일 많이 하셨던 말 한 마디를 꼽으라면..."

"모모, 피해!"

"젠장!"

"안 되면 되게 하라!"


브라우니는 곡사포를 손에 든 그대로 모모에게 발포했고, 그대로 손을 놓아 곡사포를 내버렸다.


"나는 나의 전우들을 사랑했다! 함께 싸웠다면 적이라도 애도했다!"

"..."

"우리는 피흘린다! 몇이 죽었는가 감히 셀 수조차 없다! 총알도 폭탄도 더 이상 두렵지 않도다!"

"그러면, 브라우니씨는 지금 대체 뭘 위해 싸우는 건가요?"

"...왜?"

"그래요, 왜요!"

"내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동료들은 당신이 과거에 얽매이는 걸 바라지 않을 거예요!"

"시끄럽다! 과거에 얽매일지언정, 인간에게 얽매이지는 않겠다!"

"모모, 스피커폰으로 바꿔 달라고 몇 번을 얘기해!"

"제가 다 얘기해드리고 있잖아요!"

"좀 켜라고 제발!"

"이미 켰어요!"

"뭐 하는 거냐, 이렇게 싸우는 도중에!"

"아 아! 베테랑 브라우니 씨! 들리세요?!"

"조용!"


브라우니가 순식간에 핀을 뽑더니 세 개의 수류탄을 던졌다.

"스으..."

모모의 동체시력은 겨우겨우 모형 수류탄과 파손된 주시자의 눈, 그리고 진짜 수류탄을 구분해냈다.

"합!"

챙 하는 소리와 함꼐 진짜 수류탄이 브라우니에게로 되돌아갔다.

"해치웠나?"

"매직 젠틀맨, 진짜 맞고 싶..."


강력한 폭음과 자욱한 안개,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브라우니.

"크으..."

"대체 어떻게..."

"세월을 허투루 보내는 전사는 없다!"

과연 브라우니가 집어던지는 외투는 절그럭 소리가 났다.

"파편은 이해를 해도 폭압을 대체 어떻게..."

"이... 이 망할 인간의 졸개 같으니!"


외투를 휘두른 오른손이 자신의 뜻대로 동작하지 않자 브라우니는 왼손으로 돌격소총을 격발했다.

하지만 타탕, 두 발의 총성. 남은 건 틱틱거리는 소음 뿐.

타캉!

초탄은 빗나가고 차탄은 튕겨서 브라우니의 허벅지에 꽂혔다.


"젠...장."

"거기 상황 다 끝난 거야?"

"그렇답니다, 매직 젠틀맨."

'우리 베테랑 브 바꿔줘!"

"이미 스피커폰이예요."

"인간..."

"거기, 거기 베테랑 브라우니!"

"뭐야..."

"의외로 큭 죽여라 안 하네?"

"큭, 죽ㅇ..."

"아냐, 미안. 아무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너 우리랑 함께 가자!"

"그 어떤 바이오로이드가 와도 난 이곳에 남기로 했었다. 그 라비아타도 나를 포기했지!"

"하지만 난 너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집어들고 가면 될 걸, 이렇게까지 날 귀찮게 하다니?"

"그만큼 미안하다는 거지."

"과연? 위선인지 아닌지 내가 알 방법은 있나?"

"내가 그걸 어떻게 하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하나 사람 속 모르는거다!"

"...?"

"너 임마 나한테 너무 바라는 게 많아! 난 지금 기억조차 없이 지휘만 하고 있고, 더치걸이나 드라큐리나처럼 구 인류 때문에 인생 자체가 망가진 애들도 열심히 구하고 있어! 그걸 네가 의심하면 난 너를 도와줄 수가 없어!"

"하! 지금 내게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거냐!"

"그럼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 난 너한테 죄를 지은 게 없는데도 구 인류의 죄를 속죄하고자 하고 있어. 하지만 나도 이렇게까지 뭐라고 들으면 슬프단 말이야!"

"하..."

"왜!"

"말을 말지..."

"너 대화하는 거 들었어. 너희 소대 대단하더라. 그러니까 이제 좀 편하게 살 수도 있잖아?"

"함부로 말하지 마라! 윌 소대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엄청 친했을 거 아냐 그러니까! 지금 너랑 별로 안 친한 나도 네가 이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데, 너랑 그렇게 친했던 그 녀석들은 얼마나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겠냐고!"

"아니야, 나는 동료들의 몫까지 걸머지고..."

"야 임마! 넌 네가 죽었을 때 이뱀이 그런다고 하면 속이 터지냐 안 터지냐! 과거를 잊어버리라는 게 아니야! 계속 미래에서 고개를 돌린 채 살지 말자는 거지! 너 브라우니라서 지능 딸리는 거 아닌 거 다 알거든! 엄청 잘 싸우던데!"

"젠장."

"좋은 사람 같죠?"

"..."

"그래서, 우리 같이 일하보자 이거야, 응? 철충들 더 많이 죽일 수 있게 지원도 빵빵할거라고!"

"...지...서."

"뭐?"

"허벅지에서 피 나는데..."

"아, 아까 맞았었지."

"어... 허벅지가 아마 꽤 급소였죠, 운이 나쁘다면?"

"이뱀... 저 두고 가지 마요..."

"야야야 쟤 뒤진다 빨리 오르카로 데리고 와!"

"알았어요, 매직 젠틀맨!"

"근데 사령관이랑 매직 젠틀맨이랑 섞어 쓰는 이유가 뭐야?"

"없어요!"

"알았어, 빨리 데꼬와!"

"재촉하지 마세요, 이제 최대한 빨리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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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는 람보

특히 1편

근데 지금 새벽기운으로 제정신 아닐 때 쓰다 보니까 점점 산으로 가네

그래서 그냥 빨리 마무리지었다

다들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