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 https://arca.live/b/lastorigin/25250935 (진짜 무친련이냐 !! 개꼴리네 !! 샤라웃투짤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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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압도적인 특수성이 목소리를 잠궜다. 다만, 전처럼 무감하지 못했다. 자꾸 그이의 얼굴을 떠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기계인 내게 있어 죽음이란 삶의 밖의 것이었다. 비슷한 것을 분명 몸 속에 지니고는 있어도, 그 손아귀에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잡히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허나, 삶의 이유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이젠 그 초상조차 떠오르지 않자, 나의 모든 시간은 죽음을 가운데에 두고 회전하고 있었다. 그 잠수함처럼, 멋대로 떠오르고 있었다. 





 모두 배의 광장에 모여 있었다. 



 자원 수급 계획이 읽혀버린 것 같다. 지금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 부족-



 ...



 전율했다. 온 몸에 죽어가던 감각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정신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아득했던 삶이 다시금 깃들기 시작했다. 손에 총이 쥐어져도, 결코 전선으로 발걸음을 향하지 않으리라. 필요하다면 내 옆의 그녀들의 머리조차 구멍낼 자신이 있었다. 



 3 / 2/ 1-


 전 부대원, 편성에 맞춰서 출격. 전선을 형성해 ! 


 지금-


 



 거기 서. 바닐라. 



 




 읏, 움직여. 움직이라고. 저건 네 주인이 아니잖아. 움직이라고. 왜 우뚝 멈춰서 버리는데.



 크흐, 이년 골때리네. 나랑 맨날 뒹굴고 노니까, 니가 나랑 동급같지. 그치. 



 읏, 으으..ㅡ


 

 전선을 형성하라, 고 했을 텐데. 아무래도, 너만은 보험으로 데리고 있어야 겠어. 



 보험..? 그게 무슨 ..



 만약에, 쟤내들이 다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럼 배 안에서 내 수발을 들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지. 저 배와 내 경험만 있으면, 내부 생산라인으로 급조할 싸구려 바이오로이드들만 있으면 다시 저만큼의 부대를 편성할 수 있다고. 무적의 용 함대도 있고. 



 그럼, 저 아이들은 뭘 위해서 당신 말대로 해온건데? 뭘 위해서 당신에게 잘 보이려고 매일 매시간 노력해온건데. 뭘 ㅇ



 저기, 멸망 전 생존자 바이오로이드씨. 멸망 전의 인간을 너무 얕보지 마. 대부분 이런 사람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전부 몇백 년 전에 이미 죽어버렸으니까. 그 사이에서도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다고 생각해? 동료도 버리고, 친구도 버리면서 악착같이 살아남았어. 결과, 지구 유일의 살아있는 인간이 되었지.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위해서 움직일 때 제 능력을 발휘해. 그럼 상식적으로 무엇이 중요하지? 저 플라스틱 쪼가리들과의 우정? 아니. 내가 살아남아서 다음을 기약하는 거지. 반전도 없는 삼단논법이라고. 알아? 그럼 일단, 배로 가자고. 








 그때, 사령관의 왼다리에 총탄이 스쳤다. 어떻게. 벌써 그들은 전멸했단 말인가. 그렇담, 정말 나는 또 다시-


 

 야 !! 검은 머리 !! 정신차려 !! 


 ...보련 ? 


 하아, 하아. 그래. 나야. 그리고, 말 더 시키지 마. 지금 엄청 혼란스럽거든 ?


 어떻게 .. 네가 나한테 총을 겨눌 수 있지? 


 하아, 말.. 시키지 말라구우.. 사령관.. 



 그치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어떻게, 어떻게. . .


 하아, 후우. 후. 이. 바보같은. 


 ...


 네 주인은 그 사람이 아니잖아 !!


 떠올려라. 그녀가 본능과 싸워가면서 내게 던져준 한 마디. 그녀는 더 이상 총구를 바로 잡고 있을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어째서. 왜. 그런 당연한 말을 .. 


 하하.. 이런 날이 오는 군.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인 내게 총을 겨눈다니. 정말로 결함이 많은 기계야, 그치? 기술이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봉틀 선에서 멈췄어야 했어.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안그래 ? 이 기계들아.


 '내 주인은. 이 사람이 아니다. 내 주인은. 훈훈한 향이 나고.' 


 슬슬 너도 힘에 부치지? 생긴 건 귀여우니까 그정도 반항은 불문에 부치도록 하지. 너희 둘이면 든든하거든 ? 오히려 기대도 되고 말이야. 


 '내 주인은 단칸방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 내 주인은 인간이야. 나는 인간을 위해 봉사한다. 내 삶의 이유는 단순히 그것에 그치지 않아. 그럼, 나는 무얼 위해서. 왜 버텨왔던 걸까.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저쪽 너머가 꽤 소란스럽군. 승전을 알리러 오는 걸까, 아니면 내 목을 가져가려고 검붉은 기계들이 몰려오는 걸까. 정말 하나같이 철컥철컥소리를 내는 것들만이 나를 성가시게 하는 군. 


 '삶을 살아달라고, 부탁받았다. 누군가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살아달라고 부탁받았다. 그리고, 내 삶의 이유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나를 위해서 살고 있었어. 나를 위해서 항상 그를 그리고 있었어.'




 뭣, 




 기억났어. 너는 정말 대단한 아이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전달받았어. 너만 괜찮다면, 같이 떠나줬으면 하는데. 



 어떻게, 거기 가만히 있으라고. 이 망할 쇳조가리들아. 너흰 내 말을 들어야 돼. 



 힘겹게 총을 붙들던 그녀가 너무나 무거웠다는 듯 조준점을 내리고 내게 미소지어 보였다. 



 ...  난 그럴 수 없는 걸. 이렇게 겨우, 회로를 속여서 우회하는 정도가 최선이야. 아마 더 이상 명령을 거역하는 건 무리야. 


 인간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그랬지. 


 그래, 네 남자친구를 위해서. 잠깐 나 자신을 속이느라 힘을 다 써버렸다구우. 본 적 없는 인간을 어떻게 위하란 말이야. 


 


 인간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것. 사령관 이외의 인간이 있다는,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내 얘기 하나만으로 자신을 훌륭하게 속여 보였다. 아마 뇌에 과부화가 올 정도로 스스로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었겠지. 이건 인간을 위한 행동이라고. 안전장치로 인해 자기가 붕괴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나처럼 망가져있던 부류가 아니니까. 




 이건 내 경험인데, 그이는 나를 보고 그런 얘기를 해줬어. 삶이 먹고사는 것과 같은 말이 되는 순간,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고. 그게 아닌 선택을 할 수 있는 너는 인간보다 더욱 고귀한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까, 꼭 다시 나를 만나러 와 줘. 그냥 바이오로이드는 사람한테 총구를 겨눌 수 없거든. 


 ... 바보. 작별인사나 제대로 하고 가. 


 안녕. 그리고, 고마웠어. 


 그럼 달려, 내가 너를 맞출 수 없을 때까지. 달려 !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순간 화악, 죽어버리게 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그곳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 만큼은 두려워서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기겟소리가 나지 않는 쪽으로 두둥실 두둥실 걸었다. 마음대로 걸었다. 내키는 만큼 다리를 내지르며 걸었다. 그이가 내게 주었던 삶을 만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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