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호불호가 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싫어하는 것이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들어 누군가 내게 쓰레기 같은 민트초코를 내민다면 그 손모가지를 꺾어버릴 것이다. 그럼 바이오로이드는 어떤가?

 

바이오로이드에게도 싫어한다는 감정이 있다고 묘사가 나오지만, 사령관 앞에서는 앙탈로 바뀌어버린다.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건들면 “죽는다"가 사령관이 건들면 “아잉.”으로 바뀌어버린다는 뜻이다. 심지어 키우는 개도 싫어하는 사료를 주면 식사를 거부하거나 주인에게 대들지만, 몇몇 바이오로이드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그저 받아들여주기만 한다.

 

여기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레오나라는 캐릭터를 들어보자. 레오나라는 캐릭터는 호불호와 그 사이의 고민이라는 인간적인 면이 가장 잘 드러나는 캐릭터다. 모든 부정적인 성격이 거세되는 라스트오리진에서 유일하게 가장 인간다운 존재라고 부를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으로 냉철함, 유능함, 자매*부하들에 대한 사랑, 사령관에 대한 기대 등이다. 부정적인 부분으로는 사령관을 신랄하게 평가(오히려 지휘관 개체라는 점에서 가장 자연스럽다), 독설, 지기 싫어함 등이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사이의 인간적인 부분이다.

 

레오나의 인간적인 부분은 고민, 질투, 현실과의 타협 등이 있다. 레오나는 사령관과의 첫날밤에서의 고민을 보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1차원적인 고민에 그치지만 레오나는 ‘상대와 자신'이라는 확실한 고민을 한다. 맨정신에서 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사령관이 아프다는 현실 등을 고려해, 매우 비합리적으로 현실과의 타협을 해 자신의 품에서 쉬게 하자는 이기적은 결론에 도달한다. 이 부분에서 레오나는 진짜 살아있는 혼을 가졌다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퀄러티가 있는 캐릭터로 살아 숨쉰다. 또한 발할라에서 자신이 첫번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발키리를 질투하지만 후에 다이어트라는 인간적인 고민을 하면서 화해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마조는 다채롭고 살아숨쉬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레오나를 보면 그들의 능력은 충분하다. 심지어 레오나를 출현시키지도 않고 몇 줄의 내용만으로도 그 캐릭의 고민을 그려버릴 정도이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그들에게 족쇄를 걸고 있는 것인가? 1차원적인 캐릭터들을 찍어내고, 있던 개성까지 줄이게 만든 그 이유말이다.

 

원인은 유저가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을 라스트오리진 채널에서 섭렵을 했다. 결국 유저의 감정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나게 됐다. 섹돌이 싫어한다는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럼 어째서 받아들이지 못할까?

 

이미 사회에서 수 많은 거부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저의 대다수는 사회에서 경쟁을 하고 그 결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경험을 잔뜩하고 있기 때문에, 거부에 대한 경험을 더 하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본인도 스스로의 행동이 비이성적이고 캐릭터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거부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같은 유저이며, 그들의 상처를 품어주어야지 찐따니 뭐니 욕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같은 게임을 하는 유저이다. 그들의 상처가 그들의 무의식을 자극할 정도로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결국 게임은 나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 게임회사와 유저 모두가 만들어 나간다.

 

유저의 해결 방법은 없고, 스마조가 작품성과 유저의 불호 사이를 적절히 파고들 수밖에 없다. 거듭된 거부로 인해 상처받은 유저들이 더 상처받지 않고 작품성도 끌어올리 수 있는 그 사이를 적절하게 찾아야한다.(말이 쉽지 어렵다는 거 알고 있고, 사실상 글쓴이의 연구부족이다. 연구시간이 3시간이니 좀 봐주자)

 

 

 

결론

  1. 캐릭터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유저가 맞다. 하지만 그런 유저들은 거듭된 거부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고, 같은 게임을 하는 유저이니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자. 우리 헌혈도 할 만큼 상대를 이해할 수 있잖아.
  2. 해결방법은 스마조가 불호와 작품성 그 사이를 적절하게 파고드는 것뿐이다.(사실상 어려움) 그리고 스마조는 작품성에 대한 능력은 있지만 유저들의 불호와 작품성을 동시에 살릴 능력까지는 없어보인다. 그러니 너무 닥달하지는 말자.
  3. 이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준 5명의 과거 린저씨 동료분들에게 감사합니다.(모두 형님들이심 50대 1명, 60대 4명)
  4. 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준, 내 대신에 야근을 하고 있는, 부하직원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마 오늘 퇴근 못할 것 같다고 합니다. 묵념….

 


사족: 이딴 거 알아보려고 밤중에 전화했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너무 하지 않나? 요즘 병신 소리 자주듣네… 집사람에게도 어제 들었었는데



상처받은 유저들을 감싸주자, 뭐라고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