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약하지만, 의외로 끈질기다. - 어느 소설에서


"그게 진짜냐?"

"응! 바쁘지 않은 자매들 모두 도와주기로 했어."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건만, 의외의 말에 노인은 그저 눈을 끔뻑였다. 그의 방 안 짐을 조심스레 옮기는 브라우니들 사이로 미나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사령관님이 요안나 아일랜드에 미리 연락해뒀어요. 거기서 방해 없이 작업에 요양도 하시면 쾌차하실 거라면서요."

"한동안 바다 속에만 있었잖아. 가끔은 햇살도 보고, 풀밭도 보고, 그래야 건강에 좋지 않겠어?"


바깥이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건만. 해를 안 본 지 얼마나 되었더라.

방 안을 둘러보았다. 짐이 거의 다 빠져나가 휑하고 어두운 구석.

그 좁고 햇볕 안 들어 꿉꿉한 집이 떠올랐다. 딸이 결혼하기 전에는 꼭 햇볓 잘 드는 새집으로 이사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죽고 난 뒤에 가게 될 판이었다. ...죽기 전에 소원을 이렇게 들어주는 걸까?

"..방은 볕 잘 드는 곳으로."

"잘 생각했어!"

...


"안 질려?" "별로 안 남았다."

그로부터 3주 뒤. 노인의 안색이 확연히 좋아졌다. 비전투원 사이에서 관심받는, 휠체어에 대부분을 기대는 일상도 익숙해졌는지 그는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안 좋은 소식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부분이 허리에서 배까지 올라온 것 정도였다.


핀토 710호가 책상을 간단히 정리하는 사이, 그는 버튼을 눌러 로봇 팔로 다리를 천천히 당겼다. 몸이 썩지 않으려면 해야 하는 스트레칭. 감각이 없는 부위니까 잊지 말고 더 자주 해줘야 했다.

"이거 Radio gaga까지만 하면 모두 끝나는 거지?"


"공연까지 성공해야 진짜 끝나는 거지."

그렇게 말은 했지만, 노인의 손은 하라는 일은 안 하고 그저 펜을 느릿느릿 돌리기만 했다.

집중력 떨어졌는데 이렇게 앉아있기만 하면 진만 빠지는데. 이럴 땐 억지로 자리를 뺏어야 한다.


"비켜봐봐, 잠깐 쳐보고 싶은 거 있어."

마지못해 비킨 노인을 제친 그녀는 웬 낡은 악보를 치기 시작했다. 낡은 피아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하고도 단순한 노래. 물론 군데군데 찢겨서 도중에 듬성듬성 끊기긴 했지만-


"이건.. 젓가락 행진곡이네. 악보는 어디서 구했냐?"

조금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곡 알아? 이 피아노 주변에서 같이 찾았다고 들었어."


잘 알다마다. 휴일이면 딸이랑 같이 치곤 했는데. 그 작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선 무릎 위에 앉히고 그랬거든. 물론 둘 다 못배운 것들이라 각자 검지 한 쌍만 썼지만.

미묘한 표정을 지은 그는 그 딸을 닮은 아이 옆으로 휠체어를 돌렸다.


"나 하는 거 잘 봐라."

"어? 어."


얼마 안 있어, 경쾌한 멜로디 한 쌍이 창문 사이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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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네. 좀 정리하느라 늦었다. 이번엔 좀 순한 맛으로 씀

길어도 3화 안에 진짜 완결낼 것 같으니 끝까지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