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피해자'와 '가짜 가해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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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병기'가 아니라며 희망을 주던 사령관이 예전의 자신을 부정하는 말을 하면서 '전쟁 병기'로 취급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오르카와 모두를 위해 억지로 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필요한 물건들을 제대로 챙겨주면서 차가워진 면과는 다르게 따듯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크릴'소속의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원래 부대의 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위로를 받는 모습을 '우연'으로 보여준지 약 두 달.


사령관의 계산되고 계획적인 행동은 사령관을 배신한 '크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는 아주 충분했어.

한쪽으로는 아주 차갑고 냉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멸망전의 인간과는 전혀 다르게 아직까지도 인격을 부여하고 아끼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빛과 어둠처럼 상반되는 두 행동에 '크릴'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이런 마음을 가졌지.

'이렇게나 따듯하고, 여리고, 바이오로이드를 인간처럼 대해주는 진정한 인간님을 우리가 배신했구나'라고.


한편으로는 하급 계급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은 분노하고 있었어.

높은 계급을 가진 바이오로이드에게 하극상을 일으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말로 하극상을 해버린다 해도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상위 바이오로이드에게 진압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분노하고 있었지.


그녀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어.

이미 죽은 전 사령관이 오르카를 관리할 때 그녀들은 오르카의 상태를 뼈저리게 알고 있었으니까.


예전과는 다르게 오르카에서 진행하는 거대한 이벤트나 축제 같은 것이 전부 사라지고

그 전까지는 '바이오로이드도 복지가 필요하다'라는 이유로 적어도 주에 한번씩은 사령관 명령으로 특식이나 부식이 내려왔지만

이젠 그것도 없어졌거든. 거기다 커피, 담배 등의 기호품도 보급되지 않았고.


이미 하급 계급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들이 겪은 상황을 아주 잘 알았었어. 자신들의 몸으로 아플 정도로 경험했으니까.

그런데, 다시 현 사령관이 돌아와서 그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 대해주는 모습을 보면... 그녀들이 분노할만 했지.


한편으로는 차갑지만, 그래도 따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현 사령관이었기에 그녀들의 분노는 더더욱 커졌어.

거기다 '나에게는 사령관을 축출할 때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라는 마음도 더욱 크게 싹트기 시작했고,

그 마음은 '현재의 상황을 만든 지휘관 개체들의 잘 못이다'라는 생각으로 발전했지.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그녀들은 '배후'와 함께 자신들의 깊은 원망과 분노를 보여주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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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이라하기엔 아주 애매하고 10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해서 10.5로 타협을 보고 올립니다.

항상 재미없지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재미있게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