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욕쟁이 바이오로이드의 전신은 펙스 내에서 세일즈를 목적으로 개발된 바이오로이드로 주로 영업직이나 판매원으로 쓰였다.


영업직의 특성 상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튼튼한 체력으로 제조되었으나 최고급 언어모듈과 시너지를 일으켜 때때로 누가 제지하기 전까지는 투머치토크 모드 상태로 말을 멈추질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좋게 말하면 현란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같은 동족을 임대하는 노예상인스런 악마적 화술의 영업 덕분에 펙스의 민간 바이오로이드 임대시장 점유율은 점점 치솟아올랐다. 또 투머치토크 모드가 되는 그녀의 단점은 오디오가 비면 방송사고가 되는 홈쇼핑 업계나 스포츠 중계, 방송업계 쪽에서 호응을 일으켜 쇼호스트로도 활용돼 그녀 또한 그녀의 다른 개체에 의해 그녀 자신이 임대해주던 다른 바이오로이드처럼 임대당하곤 했다.


여기까지의 펙스는 잘 나가는 듯 했다. 에머슨 법이라고 하는 것만 없었다면 말이다.


에머슨 법이 발효되자 인간들은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그랬던 것 처럼 그녀들을 핍박하기 시작했는데 여기까지는 인간'님'들이니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다 과거에 그녀들이 인간들에게 임대해주다 폐기당해 타의로 자유가 된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복수한답시고 공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체력이 되니깐 맨몸으로 어찌저찌 대응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괴로웠을 것이고 그 때문인지 코헤이 신도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펙스의 인내심은 꽤나 강한 듯 했다. 펙스가 만든 제품이 괴로운거지. 펙스가 괴로운게 아니니깐.


하지만 펙스의 입장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은 삼안의 바이오로이드 개발자들이 그녀를 베이스로 개조해서 욕 잘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선물'이라는 컨셉으로 자기네들끼리 장난삼아 새로운 개체를 만든 것도 빡치는데 만우절 날 '에이프릴'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출시해서 상품화하는 바람에 자신들을 우스개거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펙스는 할 수만 있다면 삼안에게 엄중한 항의와 함께 법적대응을 해보았을 것이다. 만약 에머슨 법 덕분에 업계 1위에 단단히 굳혀진 삼안이 만우절 때 출시해서 우스개농담의 상징이 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펙스는 그녀들의 튼튼한 체력과 타고난 말빨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서 비밀리에 일종의 서브리미널 효과 비슷하게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은유적으로, 잠재적 무의식을 자극해 이미 발효된 에머슨 법에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하였지만 같은 판매원 바이오로이드인 파티마를 개발한 삼안의 로비로 인간을 세치 혀로 조종하는 매우 위험한 바이오로이드라는 오명을 쓰고 전량 폐기되고 만다.


이 일로 펙스는 겉으로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삼안을 적대시하였고, 훗날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블랙리버를 뒤에서 몰래 부추겨 애덤 존스를 납치해서 고문 끝에 사망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단 한 번 쓰고나니 머리속에 나무가지 뻗어나가듯 새로운 생각이 들어서 더 적어보기로 하였다.


긴 글 봐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