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5895637

뽀끄루 외전 : https://arca.live/b/lastorigin/25952623


--------------------------------------------------------------------


뭐어, 뽀끄루가 백토 외의 친구를 찾았다면 그것대로 좋은 일이겠거니.

그 외에도 어느새 생겨난 수많은 인간관계 - 소속 부대와 비슷한 것도 많지만 별개의 것도 있는 - 를 보면서 역시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던 리제에게 면담 요청이 들어왔음.


앨리스 건 같은 특수 케이스 외에도 소소한 신세한탄이나 상담이나 QnA 같은 건 가끔 있는 일이라 - 덧붙여서 가장 잦은 건 싱글벙글 웃으며 간밤의 플레이를 취재하려고 드는 탈론페더였고 - 뭐 그러려니 하고 확인했는데, 요청한 사람이 꽤 의외였어.


P-24 핀토.

팬텀 다음의 승급 대상자 겸, A랭크 바이오로이드 중에서는 최초로 두 단계에 걸친 승급을 받게 된 전투원이었음.


*   *   *


리제의 입장에서 핀토에 대한 인상을 비유하자면, '졸업하고 한동안 못 만난 동기'에 가까웠어.

좀 쌩뚱맞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랬지.

변변한 시설도 인원도 없던 1~2 지역 시절, 시작부터 참여했던 콘스탄챠나 그리폰을 제외한다면 가장 빠르게 합류한 A등급 바이오로이드가 미호와 핀토, 스틸 드라코를 위시한 몽구스 팀이었거든.

아마 시가전에 능숙한 만큼 와해되었다가 복귀하는 것에도 능숙했던 것이겠지.

하여튼 그런 이유로 리제가 부관으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현장에서 얼굴을 보는 사이였음.


하지만 그 이후로는 정말로 접점이라는 게 없어졌어.

몽구스 팀 자체가 홍련이 합류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부대로 행동한다기보단 개개인이 필요한 곳에 투입되는 소방수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기도 했고, 전방에서 활약하는 것을 즐기는 핀토가 리제가 일하는 함교 인근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기도 했고.

그런 걸로 아쉬워할 만큼 친분이 강했던 것도 아닌 만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면담이라니.


해서 의아해 하며 찾아갔는데…


- ……내기라도 걸었어요?

- 아, 아닌데?


그럼 굳이 뻔히 보이는 데서 스틸 드라코랑 미호랑 불가사리가 빼꼼거리는 이유는 뭘까.

일단 하찮은 용건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어서 리제도 자세를 편히 했음.


- 그럼, 승급을 앞두고 면담을 요청하신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 그…… 그게 말이지.


핀토가 뭔가 말하는 데 주눅들 성격은 아니라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곧 눈을 질끈 감은 채 지르듯 질무니 들어옴.


- 강화 시술을 받지 않는 이유를 알려줄 수 있어?

- …네?


그걸 왜 님이 물어보세요?

숨길 생각도 없이 표정에 드러난 의문에 핀토는 몇 번 머리를 긁적이다가 털어놓듯이 이야기를 함.


- 그게, 닥터가 사전조사로 검진을 하면서 말하더라고.

 '기동형 첫 피험자는 당연히 리제 언니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라고.


그러고 보니 그랬던가.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몸 뿐인 만큼, 순수하게 신체 능력의 의존도가 높은 경장형 전투원에게 적용하기 쉽다는 의견서도 있었지.

사용하는 장비까지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중장형이 당연히 제일 난이도가 높았고.

기동형은 그보다는 쉽게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으니, 사령관 합류 초기부터 활약한 부분을 평가해서 핀토가 선정된 건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내가 더 먼저겠구나.

한 번 S승급을 고사했을 때 사령관이 가볍게 끄덕이고 넘어가서 그렇게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 그래서 애들한테 이야기해 봤더니, 그럼 네가 물어보고 오라고 떠밀려서….


아하.

대충 무슨 분위기로 그렇게 된 건지 깨닫고 리제는 시선을 위로 올렸음.

그야, 단순히 코스트를 생각해서 승급을 거절한 건 아니었지.

기본적으로는 전선에 설 일이 없는 사령관이 최고급 바이오로이드에 맞먹는 몸을 가지고 호신술도 배우고 있듯, 개개인의 무력이 상식을 벗어난 이 세계에서 부관이라고 그냥 잉여하고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아니, 그렇게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승급만 했어도 조랭이떡이 아니라 곤줄박이 정도 취급은 받았을 테고.

그래도, 말이지.


- 비밀로 해주실 수 있으면?

- 물론이지! 히어로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뒤에서 나머지 셋이 맹렬한 항의의 눈빛을 보내거나 말거나 핀토는 흔쾌히 승낙했음.

어어하다 여기까지 내몰린 것에 대한 소소한 복수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뭐 비밀 엄수는 잘 해줄 것 같으니 좋다손 치고.


- 사실은…….

- 응… 으으응?!


리제의 속삭임을 듣던 핀토는 처음엔 그냥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얼굴을 확 붉혔음.


- 비밀, 이에요?

- 다다다, 당연하지! 리제… 부관도 조심해!


돌아서자마자 와글거리며 달려드는 친구들을 거의 뿌리치다시피 하고 날아가는 핀토를 보고 리제는 작게 웃었음.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아이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모체로부터 받는 오리진 더스트라면, 굳이 이 몸의 오리진 더스트 함량(?)을 늘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라니, 객관적으로 봐도 어지간히 극성맞았으니까.


이걸 사령관한테 말했다가는 그날 밤이 무섭고, 소완이나 리리스에게 말하면 그건 그것대로 반응이 무섭고, 좌우좌에게는 할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이래저래 묻어두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말하니까 좀 시원하기도 했어.


핀토는 입을 다물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유난 떠는 태도에서 적당히 윤곽을 잡아낸 미호가 유도신문으로 진실을 알아내고, 다시 그것이 입소문을 타서 우려했던 후폭풍 전부를 고스란히 맞이할 때까지 일주일 남짓 남았다는 점은 일단 넘겨두기로 하고 말이야.


--------------------------------------------------------------------

빙의 리제가 승급을 안 한 이유를 설명 안 하고 넘어간지 꽤 시간이 지났길래 핀토 SS 승급도 언급할 겸 엮어봤스빈다.

겸사겸사 중장형이 유독 SS승급이 늦어서 그것도 조금 떡밥으로 써봤스빈다.

핀토는 정말 세번째 SS승급 대상인 것 치고는 스토리상 비중도 적고 성능도 별 말이 안 나와서 불쌍하다고 생각하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6069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