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폐광 안의 풍경은 곳곳에 이름모를 식물과 버섯이 돋아있어, 지상과는 다른 이세계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버섯의 포자에선 약한 빛이 발해지고 있어서 아주 컴컴하진 않았지만 물건의 형체를 간신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서, 여전히 사제의 스태프에서 발하는 빛에 의지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는 없었군요...

그런데 일행의 앞에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일행은 갈림길을 앞두고 자리에 멈춰섰습니다.


잠깐만요, 주사위 굴림 할 수 있을까요?


네, 말씀 해주시지요.


여기서 주사위 두개 굴려서, 보리로 코볼트를 추적해볼게요!


보리, 콘스탄챠님의 사냥개로군요...


와~ 이거라면 쉽게 찾아낼 수도 있겠어요~


쿠후후후, 훌륭한 발상이십니다!

마침 콘스탄챠님의 지혜는 15니까 +1, 여기에 동물친구 보정으로 +1이 붙어 +2 보정이 붙는군요!


합이 7만 되어도 어느정도 길을 알 수 있고, 10을 넘으면 대상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으니 보정이 +2라면 해볼만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이곳은 전체적으로 썩 밝지도 않고 익숙한 풍경도 아닌데다 곳곳에 자라난 버섯의 포자가 퍼져있습니다.

보리는 코를 킁킁대며 다른 냄새를 찾고 있지만... 세상에 쉬운 일만 있지는 않겠지요? 패널티를 -3 드리겠습니다. 


엑, 그럼 보정을 합쳐도 본전치기가 안되잖아.


자~ 그럼 주사위를 굴려주시지요!


주사위의 합은... 8이에요!


패널티를 감안하면 간신히 턱걸이는 성공했군요.


저도요~ 미리 [주문 준비]를 써둬도 괜찮을까요~?


좋습니다! 그럼 마저 이야기를 이어볼까요?

보리는 한참동안 코를 킁킁거린 끝에 일행의 앞으로 걸어나와 갈림길의 좌측으로 들어갔고 폐광의 어딘가 냄새의 근원을 찾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냥꾼 콘스탄챠 양도 발걸음을 옮기자 일행은 보리를 따라 이 폐광 깊숙히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마녀의 주문과 일행의 발소리만이 이 어두운 길 안에 울리던 끝에 일행이 대체 얼마나 걸어갔을까요? 갈림길을 하나 지나서 두번째 갈림길이 나왔을 때, 보리는 더는 쫓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섰습니다.


왼쪽의 길에서는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들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오른쪽의 길에서는 일정한 빈도로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군요.


어느 쪽 길을 택하시겠습니까?


보리까지 멈춰섰으니 이번에야말로 선택의 시간이군요...


알프레드, 하나 질문해도 될까? 방금 설명대로면 왼쪽에는 여러 물체가, 오른쪽에는 하나의 물체만 있다고 봐도 되겠지?


오오~ 날카로운 지적이군요! 젊은 기사님의 지혜는 9... 낮지만 최저치가 아니니 패널티는 없습니다.

7 이상이면 성공이고, 10이 넘는다면 세가지까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으아아아!! 다이스 갓이시여!


7!


쿠후후후, 성공이군요. 네, 정확한 판단이었습니다.

젊은 기사는 조용히 양쪽의 소리에 하나씩 집중했습니다. 좌측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불규칙하게, 다른 크기로 다른 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여러개의 물체가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군요.

반면 우측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단 하나뿐입니다. 무슨 생물이 있는지는 몰라도 한마리보다 많지는 않을겁니다.


저는 오른쪽 길이 좋다고 생각해요!

왼쪽에 얼마나 많은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가능하면 적은 적이 있는 곳으로 가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반대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좌우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우측을 고르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알프레드라면 우측에 무언가 더 위험한 것을 숨겨두었을 확률이 더 높다고 봐요.

단 하나만 있는 무언가라면, 다수의 위험에 비견될 무서운 놈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아무 방향이라도 좋아요~


흠, 흠! 베로니카 님이 앞에 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으로 치겠습니다.

주당인 마녀님은 별 생각이 없어보이시고, 사냥꾼과 사제 아가씨는 의견을 잘 좁히지 못하고 있군요.

젊은 기사님? 숙녀분들의 분쟁을 중재해주실 차례입니다.


나는... 왼쪽 길을 택하겠어.

"단 하나뿐"이라는 게 자꾸 걸려. 여럿이 무언가 있다면 이곳의 구조상 코볼트 외의 무언가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기도 하고.


구원자님의 뜻대로.


제 생각과는 다르지만... 주인님이 선택하신 길이니까, 그래도 괜찮을 거에요!


젊은 기사님의 결정 하에, 일행은 다시금 그의 방패를 앞세우고 갈림길의 왼쪽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저벅, 저벅... 그들의 발소리가 좁은 통로 안에 울릴수록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부스럭 소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고 빈도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로의 끝에서... 무언가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틀림없는 코볼트였습니다.


"인간이다!"


"드디어 전투 시작이군요!"


통로를 나온 일행 앞에 네마리의 코볼트가 각자 다른 무기를 들고 다가왔습니다!

"인간, 양초 못 가져간다!" "보물도 못 가져간다!"

"가진 거 다 내놓고 사라져라!" "반짝이 내놔라!"


전투로군요. 물러날 순 없습니다.


여기선 민첩 판정에 따라, 제일 먼저 콘스탄챠 님에게 공격권이 돌아갑니다!


[다 내놔라] 코볼트를 화살로 공격하겠어요!

민첩 보정 +1, 주사위는 2와 4니까 또 7이 나왔고 석궁 보정에 보리 사나움 보정까지 합쳐서 피해도 3 늘려요!

피해 감소 패널티는... 1!


"키에에엑-!!"

[다 내놔라] 코볼트는 화살을 가슴팍에 맞고 비틀거리다가 팔까지 보리에게 물려 쓰러져버렸습니다!

큰 부상을 입은 [다 내놔라] 코볼트 대신, [양초] 코볼트가 일행의 선두에 선 젊은 기사를 향해 단도를 휘두릅니다!


가죽 갑옷에 방패까지 있으니 피해는 2 감소해서 들어올거고-

주사위 값은... ...5?


"양초 칼 받아라!"

단도를 든 [양초] 코볼트는 꽤나 실력있는 놈이었는지 아직 미숙한 기사의 방어를 뚫고 단검으로 한번 어깨쪽을 그었습니다.

기사가 움찔거리는 사이 [반짝이] 코볼트도 몽둥이를 들고 제일 앞의 기사에게 달려듭니다!!


엑, 피해 4면 체력의 ¼나 되네.

아니 그래도- 이번엔 3이라고?!


"죽어, 죽어, 죽어!!"

[반짝이] 코볼트가 몽둥이로 마구 기사를 내리칩니다!! 기사는 있는 힘껏 방패로 막으려 하지만, 한번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 코볼트의 공격이 기사의 다리를 노리고 파고들었습니다!

세번째, [보물] 코볼트 역시 기사가 약해졌다고 판단하고 기사를 향해 삽날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왜 나만?!


그야, 가장 앞장서서 있었으니까 제일 가까이 있기도 했고... 원래 일점사가 싸움의 정석 아니겠어요?


벌써 체력이 9나 줄었잖아?!

이번에는 6?!


"키에에에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 [보물] 코볼트의 삽날이 기사를 내리쳤습니다!

기사는 간신히 방패를 들어올려 공격을 막아냈지만, 쨍- 소리와 함께 팔이 저려옵니다.

이제 [다 내놔라] 코볼트의 차례지만, 아까의 치명상으로 [다 내놔라] 코볼트는 뒤로 어기적거리며 기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틈을 타, 마녀의 손아귀가 저 야만적인 짐승들을 손보기 위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스킬 코인 하나를 써서, [비전 화살]을 쓸게요.

미리 [주문 준비]를 했으니 지혜 +2 보너스 받고 주사위 굴림 합니다~!

5,3에 2 더해 10이니까 부작용 없이 성공!


최고다 키르케!


여기에 [주문 강화] 붙여서 [양초], [다 내놔라] 대상으로 이중 시전까지 판정 굴립니다~


"키에에에에엑-!!!" "아악, 아파!!"

첫번째 마탄에 맞은 [양초] 코볼트는 뒤로 나가떨어지다, 솟아오른 종유석과 충돌하며 툭 떨어졌습니다!

두번째 마탄은 반동으로 마녀의 몸이 휘청인 탓에 생각한 곳에서 살짝 빗겨맞았지만 [다 내놔라] 코볼트를 절명시키기엔 충분했군요!

[보물] 코볼트가 눈치를 보는 사이에 여사제님도 스태프를 들고 저들에게 마땅한 신벌을 위해 기사님의 옆으로 걸어나왔습니다.


저도 스킬 코인 하나를 써서, [성스러운 일격]으로 [양초] 코볼트를 확실히 끝장내겠습니다.

주사위 값은 12, 추가 발동 없이 확실하게 사살하도록 하죠.


엑, 잠깐.

여기선 지금 체력 6이 남은 나에게 힐을 주는게 맞지 않아?!


한순간 주변이 밝게 빛나더니, 황금빛으로 빛나는 빛의 화살이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던 [양초] 코볼트에게 적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력을 회복한 젊은 기사님도 다시 한번 검을 고쳐쥐고, 정의를 위해 일어났습니다!


그래, 기다렸다고! [반짝이] 코볼트에게 이번에야말로... 5... 라고...?

아니, 이런 게 어딨어!!


기사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미숙했군요.

지나치게 흥분해있던 기사의 단순한 공격을 [반짝이] 코볼트는 가볍게 피했습니다.

게다가 이 공격 실패로 겁먹었던 [보물] 코볼트도 정신을 조금 차린 모양입니다.

차례는 다시 여사냥꾼에게 돌아갑니다!


아, 저기... 사냥꾼은 위기에 처한 동료를 도울만한 스킬이 거의 없어서...

죄송해요 주인님...


이게 게임이냐


쿠후후후후, 원래 용사의 여정은 험난한 법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주인님을 대신해 저 코볼트를 손보겠어요! [반짝이] 코볼트를 공격!

주사위 값은 9! 민첩 보정 합치면 대성공에 다시 사나움 보정 +2!


여사냥꾼이 기사를 공격한 코볼트를 향해 쇠뇌를 당기자 일격에 [반짝이] 코볼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습니다!

[보물] 코볼트는 가장 가까이의 기사를 향해 다시 삽날을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 이번에야말로 9!! 성공했으니 피해를 반으로 줄인다!


그럼 여기서 제가 코인을 하나 더 써서 [얼음창]을 쓸게요~

11으로 대성공~!


이번에야말로 기사는 수도원에서 배운 기술을 잊지 않고, 방패를 빗겨들어 정확하게 코볼트의 공격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법사가 쏘아낸 냉기의 창날이 코볼트에게 적중! [보물] 코볼트 역시 일격에 사망했습니다!

네마리 코볼트 전부를 쓰러트렸으니 전투가 끝났습니다!


그럼 먼저 지금 상태부터 점검해보자...


점검이라고 해도... 스킬 코인이 저랑 주인님은 전부 남았고, 키르케 님이랑 베로니카 님에게 세개 남았고...

피해는 온전히 주인님만 받으셨으니...


우와, 체력 16으로 설정해두고 갑옷이랑 방패로 피해 감소까지 설정했는데 체력 6밖에 안 남았다니.


여기선 제가 스킬 코인을 하나 사용해 구원자님께 [순간 치유]를-


아니, 생각해보니 나한테도 [안수 치료]가 있어. 혹시 모르니까 코인은 아껴두자.

주사위를 굴려줘 알프레드.


그럼 어디~! 주사위를-



2...?


어... 행운 +1 보정 붙여도... 턱없이 모자라네...


...젊은 기사님은 동료들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안수 치료를 실시했습니다만, 실전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만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서서히 줄어가던 고통이 오히려 역류하며, 기사님의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기사님의 숨소리가 한층 거칠어진 것을 눈치챈 동료들의 눈은 갈곳을 잃고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피해량이 고작 2라서 살았지만... 이제 체력 4 남았나요...?


구원자님...?


그래, 코인 하나 쓰자.


일행은 잠시 부상을 입은 기사님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상황을 재정비하기로 했습니다.

이제야 첫 전투이건만 의뢰란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군요.



자신만만하게 폐광으로 발을 들였건만, 첫번째 전투부터 이렇게 험난할 줄이야!

과연 모험가들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여관은 둘이 들어가서 셋이 나온다는데, 이 폐광은 넷이 들어가서 몇이나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이 모험의 앞길은, 잠시 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