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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외전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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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銳智)를 추구한 끝에 예지(豫知)에 이르렀다.

그 자체만으로 멸망 전 인류가 도달한 기술의 극치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된 계기가 고작 연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것은 골계를 넘어선 광기마저 느껴지는 일이나 동기는 동기고 결과는 결과.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이 그것이라면, 최선을 다해 활용할 뿐이라고 아르망은 담담하게 결론지었다.


거기에 아르망의 예지는 창작물 속의 예언자처럼 신비롭거나 편리한 것은 아니다.

주변의 변수를 취합해 이후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확률을 계산하는, 말하자면 일기예보와 같은 부류의 것.

자연현상 뿐 아니라 각종 인간 군상 또한 연산 대상에 들어가는 만큼 행동 패턴 - 알기 쉽게 말하자면 '성격' - 또한 아르망이 숙지해야 할 정보에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자연과는 달리 이성과 감성을 혼합해 판단하는 사람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지만, 그렇다 해도 충분한 정보가 모이면 대략적인 범위는 예측할 수 있게 마련이다.

'지휘하는 부대가 열세에 처했을 경우 마리는 최후방에 남을 것이다.'라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맞을 것처럼.


하물며 본래의 자신은 돌발행동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샬럿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몸.

충분한 시간을 들여 관찰할 수만 있다면 예측의 범위 내로 넣지 못할 인물은 없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리제 님은."

"어머, 천하의 아르망 추기경이 약한 소리인가요?"


서류를 넘기며 흘린 말을 기다렸다는 듯 낚아챈 알렉산드라에게 부러 난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오르카 호의 참모진으로서 짧지 않은 시간을 협력한 입장, 말투는 짓궂어도 악의가 없다는 정도야 당연히 이해하고 있다.

아니, 알렉산드라라면 자신이 무슨 맥락에서 저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


"제 입장에서는 조금 엉뚱하다 정도로 끝이지만, 역시 아르망에겐 신경쓰이나요?"

"아무래도 예측이 습관이 된 몸이라, 어쩔 수 없네요."


손끝으로 머리를 톡톡 건드리는 것으로 집중력을 되돌리면서, 아르망은 화제에 오른 인물 - 오르카 호의 부관인 시저스 리제를 떠올렸다.


*   *   *


범상하다.

아직 연산 능력을 다 갖추기 전부터 아르망은 리제를 그렇게 파악하고 있었다.

자기 의견을 내는 걸 꺼리지만 마냥 주눅들어서 끌려다니는 것도 아니다.

개인으로서의 욕심을 부릴 때도 있지만 적당히 눈치 보이지 않는 선에서 자제할 줄은 안다.

지능이 눈에 띄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흠이 될 만큼 모자란 것도 아니다.


굳이 특기할 부분을 찾아보자면 배우자 - 사령관에게 홀딱 반했다는 정도인데, 냉정하게 말해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굳이 시저스 리제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바이오로이드의 인격이 제조 목적에 맞추어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평범함이야말로 특이하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예지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그린듯한 템플릿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간혹 정말 예상치도 못한 언행을 꺼낸다는 것이 참으로 곤란했다.


B구역에 방문하기로 한 날의 일이 대표적인 예시였다.

당시의 아르망이 리제를 찾아간 것은 단순히 둘의 심로를 위로할 겸, 적절한 방문 경로 - 다른 말로 데이트 코스 - 를 추천하려는 작은 호의에서였다.


정작 나온 질문은 사령관의 육체적 피로에 대한 것과, 자신의 사령관의 변질을 우려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것이 각각 하나씩.

전자는 어떻게든 납득한다손 쳐도, 후자는 정말로 만에 하나까지 고려하지 않는 한에야 떠올릴 수 없는 발상이었다.


아직 자료가 부족하던 시절의 오산이라고 치부하자니, 예측 범위 내의 행동만 하다가도 이따금 놀랄 만큼 섬세한 통찰을 보이는 경우가 - 주로 몇몇 대원의 심리에 관해서 - 잊을 만 하면 나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어쩌면, 정말로 미래를 보는 건 제가 아니라 리제 님 쪽일지도 모르겠네요."

"꽤 재미있는 농담이었어요."


예상대로의 반응에 역시 그렇죠, 라고 미소지어 동의한 후, 아르망과 알렉산드라는 다시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낀, 추락한 비행체에 대한 보고서가 빛을 보게 되는 것도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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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차후를 대비한 복선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아르망이 몰?루??? 하느라 당황할 뿐이었스빈다

아무튼 다음부터 세인트 오르카 시작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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