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 3 스포주의----



수 양 록


스틸라인 본부


NNNN년 N월 N일 직할대 소속 레프리콘


먼 자리에서 띄워진 홀로그램만 보고 정작 스카이나이츠들을 점처럼 보는 통에 제대로 못 보는 것이 아쉬웠다 생각한 적도 단 한번도 없습니다.


정작 제가 위치한 위치는 생각보다 가까운 편인데다, 자리도 엄연히 특별석이니까 오히려 매우 잘 보이는 편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주둔지에 있어야 하니 오르카호에 없어서 아예 그 작은 점 조차 보지 못 하는 전우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이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인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엿한 레프리콘으로써 전선에 투입되어서, 철충들을 상대로 총열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 까지 방아쇠를 당길 때에도 이렇게까지 두렵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전선에서는 사령관님이 계시는 한돌아가지 못 하는 일은 아무도 없을거라고 믿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의 상황 만큼은, 사령관님이라도 저희를 지켜주지 못 하실 것 같았습니다.




제 앞에는 마리 대장님께서, 임펫 원사님께서, 피닉스 대령님께서 앉아 한창 공연을 관람하고 계셨습니다. 당장 제 눈 앞만 해서 이 정도였지, 조금만 떨어진 곳에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레오나 대장님, 호드의 칸 대장님, 호라이즌의 용 대장님까지. 그나마 일전 동굴 근처에서 저희에게 미운 털이 박혀버린 나이트앤젤 대위님과 메이 대장님이 계신 둠브링어는 제일 멀리 있었습니다.


별과 꽃이 끝없이 쏟아지는 상황은 사령관님을 볼 수 있는 직할대, 오르카호에 있는 스틸라인 모두에게 주어지는 시련과 같은 일이니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담스럽기는 엄청나게 살떨리지만 그래도 사령관님을 자주 본다는 것은 특권과도 같으니 만큼 대가겠죠.

마치 전 스틸라인을 뒤집어 엎어버린 브라우니와 사령관님의 초소 동침사건처럼, 저희같은 병사에게는 기약없는 동침을 어쩌면 장교들을 앞질러버리고 해버릴 수 있다는 것도 절대 오르카호 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스카이나이츠의 공연을 모두 합친 것 보다 곱절은 강력한 호응과 함께 사령관님의 깜짝 등장이 끝나갈 무렵은 지휘관님들도 내심 불타오르시는 것 같을 정도로 여파가 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MC인 스프리건씨가 등장해 인터뷰를 하려 관객을 참여시켰고.

요주의 인물인 브라우니 2056이 올라갔습니다.





오늘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오르카호에 없이 그저 멀리서 레드후드 연대장님의 호령을 들으며 전선에 있는 것이 백 배는 낫다고 곱씹으며 눈물을 위아래로 참고만 있는게 고작이었습니다.


사령관님의 깜짝 무대는 모든 지휘관님들을 동요하게 만들었고, 특히나 지휘관 특별석은 아래에 있는 대원들의 함성과 진동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 떨려오기까지 했습니다.


호위를 서던 저와 노움 상병님은 순간 불안한 마음이 스쳐지나가 서로를 바라봤고, 상병님은 따뜻하게도 괜찮을 것이라는 듯 고개를 저어주셨습니다.


마리 대장님은 당당하게 손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브라우니를 보고 호탕하게 웃으며

"그래! 우리 브라우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지!"

하고 소리치셨고, 그 때까진 웃고 계셨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게나마 웃고 있는 저와 상병님과는 달리, 시종일관 약간의 불만이 서려있던 이프리트 병장님은 일말의 불만의 기척도 없이, 공포에 사로잡혀 떨고 있었고, 곧 상병님과 저도 마찬가지로 떨게 되었습니다.


브라우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어서, 잘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단지 "장성 분들과 저희같은 작대기를 달고 있는 브라우니들은 다르지 않슴다!" 라는 외침만이 기억납니다.

그 순간 특별석의 공기는 오르카호가 남극 근처에서 부상한 때 하필이면 외부유입공기로 환기를 해 새벽에 얼어서 죽어버릴 뻔 했던 그 날이 되었습니다.


유전자 씨앗으로 돌아간다면 기꺼이 앞다퉈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상병님과 저는 공포에 떨었고, 이프리트 병장님은 서서 죽어버렸습니다.


마리 대장님과 피닉스 대령님은 황당한 표정이 되었고, 원사님은 색욕에서 분노로 더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사령관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부대를 볼 용기는 저에게 없었습니다.


공연 후 취침 이전까지는 다른 부대와 같이 자유로이 시간을 보내라는 명령을 받고도 스틸라인에서는 그 누구도 웃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봤습니다. 빠짐없이 전선에 있어야 할 레드후드 연대장님이 오르카호 안에서 보였고, 인파속에서 브라우니 2056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취침시간 직전인 지금, 아직 브라우니 2056은 내무반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