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파닷!


예고편) https://arca.live/b/lastorigin/25996747


1) https://arca.live/b/lastorigin/26054899


2) https://arca.live/b/lastorigin/26129110


3) https://arca.live/b/lastorigin/26178752


4) https://arca.live/b/lastorigin/26236669


5) https://arca.live/b/lastorigin/26290753


-------------------------------------------------------------------------------------------------------------------------------------------------

 

“…. 미안?”


 “주인님, 혹시 제 가슴을 원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아무쪼록…”


 블랙웜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코르셋을 풀고 가슴을 내보인다. 너무나도 당당한 그녀의 행동에 리앤과 페로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사령관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다급하게 얼굴을 돌렸다.


 “하하… 왓슨? 아무리 그래도 일하는 시간에 그러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


 “주인님, 바닐라 양이 있었다면 엄청난 매도를 당하셨을 거에요…”


 “아… 알아… 블랙웜, 그럴 생각이 아니었으니까 빨리 옷 좀 제대로 입어줄래?”


 “원하시는 대로...”


 블랙웜이 옷을 입지만, 리앤은 여전히 불신스런 눈빛을 보내다가 이내 어디다 연락을 한다. 중간중간 ‘아스널’과 ‘동침’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희망이라고는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블랙웜, 사과라기는 뭣 하지만 원하는 게 있어?”


 “제가 키우는 식물이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걱정이에요.”


 “오르카호의 부상을 원한다…. 알았어. 빠른 시일 안에 부상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


 “감사합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해가 지고, 리앤은 돌아가고, 페로와 리리스가 교대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 시간이 될 때까지도 블랙웜은 말 한마디로 하지 않고 사령관의 옆을 지킨다. 사령관은 드디어 일과가 끝났다는 듯 기지개를 펴지만, 앞으로 다가올 큰 산을 직감하고 침울해진다.


 “제가 뭔가를 실수한 걸까요.”


 “아니, 내가 잘못 한 거지. 인과응보라고 해야하나…”


 “주인님은 이 오르카호의 주인, 주인님이 잘못하신 건 없을 겁니다.”


 “난 그렇게 완벽한 인간은 아닌 걸.”


 “한 번 아자젤님과 이야기해본 적이 있습니다. 주인님은 구원자로써 바이오로이드들을 이끌어 주실 분이라고… 그런 주인님이 완벽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령관은 자신을 신격화 하려는 아자젤의 종교활동을 축소시키고자 마음을 먹은 후 책상의 서랍을 뒤적인다. 페로가 리리스와 인수 인계하는 이 타이밍이 최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서랍에서 꺼낸 동그란 반지를 블랙웜의 눈 앞에 내보인다.


 “누군가와 서약을 할 생각인 건가요?”


 “몇 주 전부터 생각했던 녀석이 한 명 있지.”


 블랙웜은 가슴의 한 켠이 아프다 못해 옥죄다가 터져버릴 것 같다. 자신이 어쩌면 바래왔던, 자신의 주인이 선고하는 것과도 같은 그 증표에 다리에 힘이 풀려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기에, 사령관은 미소를 보이며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오늘 주려고.”


 “오늘이면… 몇 시간 남지 않았군요. 혹시 아스널님인가요?”


 “아니.”


 “그렇다면 곧 들어오실 리리스님인가요?”


 “리리스한테 주면 아마 오르카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녀석이 한 둘이 아닐껄?”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받는 바이오로이드는 평생의 꿈과도 같은 선물일 것입니다. 그 분을 잘 보살펴 주세요.”


 “이 반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내가 생각하기엔 그냥 계약적인 선물로 밖에는 안 보이는데… 솔직히 난 이런 것 보다 너희들의 몸을 더 소중히 했으면 좋겠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저 주인님만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몇몇은 태양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되어 경외시하고 더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주인님에게서 받을 수 있는 털조차 하나의 선물로 받고 싶을 겁니다.”


 “어우… 심각하네…”


 “시각의 차이이지만, 그 정도로 주인님이 소중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지요.”


 사령관은 블랙웜의 말에 뭔가 생각하듯 한참을 바라보다, 밖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그녀에게로 반지를 건낸다. 블랙웜은 자신에게로 내밀어진 사령관의 반지를 보고 한참을 쳐다본다.


 “안 받고 뭐해? 혹시 싫어?”


 “…제게 주는 건가요?”


 “서약식 때 주면 되지만, 어쩐지 마음이 진정되지를 않아서 미리 주려고.”


 블랙웜이 그제서야 사령관의 손 밑으로 양손을 모은다. 반지는 사령관의 손으로부터 그녀의 손 위로 안착하고, 그녀는 천천히 양손을 꽉 쥐어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간다. 기쁘다거나, 황홀하다거나, 이제 가질 수 있어 화가 난다거나, 아니면 슬프다던가, 그런 감정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이해하는 건 그저 사령관이 가장 아끼는 바이오로이드에게 주는 축복과도 같은 물건이라는 것 뿐이다. 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행복해할 자신임을 이해했기에 이 반지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주인님, 착한 리리스가 왔어요!”


 “그래, 카페테리아로 가서 몸 보신 할 게 있는지 같이 보자. 아, 블랙웜?”


 “네?”


 “나중에 생각나는 하객이 있으면 말해줘. 그런 애들 위주로 앞자리에 앉혀줄테니까. 그리고 적당히 청소하다가 방으로 돌아가.”


 “알겠습니다…”


 “잠깐, 주인님? 하객이라뇨? 무슨 말씀이죠? 저 리리스는 언제 그런 걸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착한 리리스는 언제나-.”


 재잘거리는 리리스의 말은 닫히는 문을 뒤로 점점 작아져 간다. 빈방에서 블랙웜은 반지를 손으로 집어본다.


 금색의 원에 사각의 흰 진주가 박혀 있는 반지다. 그녀는 재빨리 이 진주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순수, 순결, 건강, 장수, 사랑, 성공과 행복’… 이해할 순 있지만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몇 개 생각나기에, 정말 이걸 받아도 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한다. 게다가 사령관의 진지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는데 혹시 장난삼아 준 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려도 해본다. 의심을 걷지 못하고 시험삼아 자신의 약지에 끼워본다. 딱 맞는 이 반지가 절대로 장난삼아 준 게 아닌 게 아니라고 확신시켜주기에 그제서야 마음을 놓는다.


 

 

 전날 리리스가 조잘대는 탓에 몇몇 바이오로이들의 귀로 블랙웜이 반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흘러들어갔고, 그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게다가 다음날 아침 목걸이를 지니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 목걸이의 끝은 가슴골의 안쪽에 숨겨져 있어서 의문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래서 소문의 답을 얻고 싶어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직접 물어보려고 했지만, 소통 자체가 시원스럽지 못한 현상태의 블랙웜에게 물어보는게 좀처럼 쉽지도, 용기도 나지 않았다.


 아침의 회의장에서 지휘관 개체들은 정기회의가 끝나고 소문에 대해 물어보려고 준비한다. 물론 이들 중 받은 자들도 있고, 받지 못한 자들도 있다. 물론 받았다고 그것을 자랑하면서 남을 내리깐적도 없고 못 받았다고 시기하는 이들도 없었지만, 일단은 ‘여성’이자 오르카호의 ‘인원’들은 반지의 소문 자체가 하나의 흥미로운 가쉽가리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질문이 있다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주군, 소인이 듣기론 ‘블랙웜’이 서약의 반지를 받았다 들었는데…”


 무적의 용이 물어본 말에 모두가 귀를 귀울인다. 사령관은 벌써 소문이 퍼진건가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축하할 일이 아닌가! 오늘은 파티를 기대해도 되는 거겠지?”


 “아직은 서약식을 언제 올릴지 정하지 않았어 아스널. 블랙웜이 진정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반지만 줬을 뿐이야.”


 사령관의 말에 몇몇은 서약식 날에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내고, 또 몇몇은 그 자리에 있을 자신을 대입하여 상상해본다. 핑크빛만 도는 회의장에서 아르망이 입을 연다.


 “폐하, 지금까지 반지는 서약식 날 줬는데, 이번엔 미리 주셨사옵니다. 행여나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불안하옵니다.”


 “바이오로이들끼리는 피해주지 말라고 했는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


 사령관은 웃으면서 말함과 동시에 벽쪽의 인터폰이 빨간 빛을 내며 울린다. 가까이에 있던 콘스탄챠가 그걸 받고 표정이 험악해지더니, 이내 끊고 사령관에게 달려간다.


 “주인님?”


 “응? 무슨 일 있어?”


 “블랙웜이 바다에 빠졌다고 합니다.”

 


 

 반지를 받았다는 소문이 오르카호의 대부분의 귀에 들어갔다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랙웜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부상한 오르카호의 갑판에서 선물 받은 식물에 물을 준다. 반지의 의미 대해 몇 번이나 곱씹다가 이내 화분에서 넘쳐나는 물을 보고 황급히 생수의 뚜껑을 닫는다. 소나의 구멍으로 흘러들어가는 물줄기를 바라보자 이내 갑판의 아래에서 짜증을 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변을 둘러보자 일광건조를 나온 스틸라인이 보이기에 누군지 예상하며 갑판의 아래쪽으로 고개 숙여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또 너야?”


 이프리트가 중얼대며 다가오더니, 이내 블랙웜을 등지고 자리에 눕는다. 블랙웜도 저번과도 같이 자리에 다소곳이 앉았다.


 “…소문으로 들은 게 있어서 하는 말인데, 수술 받을 때 안 아팠어?”


 “굉장히 아팠어요. 하지만 이것 또한 주인님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참아지더군요.”


 “아프다는 건 감정이 아니라서 똑같구만… 감정이 없어진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잘 말하지 못하겠어요. 상태로 말하자면 의식은 명료해지고, 목적은 확실해지며, 그리고 감각적으로 날카로워졌다고 할까요.”


 “그거 완전 AGS잖아?”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건가요.”


 이프리트는 몸을 세워 블랙웜을 바라본다. 무심한 그 표정은 블랙웜을 위아래로 훑더니 이내 모르겠다는 듯이 하늘을 보며 다시 눕는다.


 “네가 타기 전에 일어난 사건인데, ‘램파트’라는 녀석이 감정이라는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걸 없앤 적이 있었데. 정확한 이야기는 나도 모르지만, 결국 다시 감정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더라고. 듣기론 모두가 사령관에게 부탁해서 다시 설치했다던데… 네 경우는 조금 다르려나?”


 “제게 그런 말을 하심에 있어서는…?”


 “우리 부대는 네가 와주는 것 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데, 타 부대에서 너에 대한 불만이 많다더라고. 솔직히 이렇게 얼굴을 아는 사이인데, 비난 받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잖아. 그래서 한 번 해본 말이긴 한데…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내 눈에 보이는 넌 하나도 바뀐 거 같지도 않은 걸? 감정 억제 모듈을 제거할 필요가 있는 녀석도 있고, 없는 녀석도 있는 거겠지.”


 “하지만 제가 이 억제 모듈을 달고 나서 사령관님의 표정이 좀처럼 펴지는 걸 보지 못했긴 했어요.”


 “그러고 보니 너 반지 받았다며? 그게 진짜면 너를 인정하는 거겠지. 아니면 그냥 사랑한다던가. 그런데, 진짜로 반지를 받은 거야?”


 블랙웜은 목걸이를 풀어서 이프리트에게 보인다. 이프리트는 눈 앞에 보이는 금빛의 반지에 작은 함성을 내뱉고는 신나는 듯 말을 한다.


 “그래서 서약식은 언제야?”


 “사령관님이 빠른 시일에 하자고만 말씀하셨지,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흐응... 그래도 서약식 준비할 때 또 우리가 동원 되려나? 누구씨처럼 서약식 준비에 이것저것 참견만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럴 땐 차라리 훈련하는 게 나았다고 생각되었으니까.”


 “아직 전 바라는 것이 없기에 참견할 것이 없습니다.”


 “’아직’말이지? ‘아직’”


 이프리트의 말에 블랙웜은 잠시 고민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서약식이란? 하지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인정받고 사령관의 사랑이 담긴 반지만 받을 수 있다면 더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블랙웜은 걱정하는 이프리트에게 말했다.


 “주인님에게서 가까운 바이오로이드들을 가까운 좌석에 앉혀준다고 하였어요. 그 자리 중 한 자리에 이프리트님을 초대하고 싶군요.”


 “정말이야?”


 “저와 일 이외의 대화를 나눌 정도면 가까운 사이가 아닌걸까요?”


 “그 말 잊지 말아! 난 3021 이프리트야! 아싸 그날 하루종일 농땡이 부릴 수 있겠다!”


 대부분의 모습을 흐느적 거리는 이프리트에게서 블랙웜은 처음으로 활기찬 이프리트를 보게 되었다. 기뻐하는 이프리트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오다니 이내, 그녀를 덮친다.


 “호오? 농땡이? 3021 이프리트? 지금 내가 들은 게 맞나?”


 “임펫 원사님!”


 이프리트는 임펫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자리에 일어서는 순간, 우왕좌왕하던 팔이 블랙웜의 팔을 쳐버린다. 갑작스런 충격에 블랙웜의 손으로부터 반지는 튕겨나가고, 갑판의 아래로 점점 굴러 떨어져 나간다. 임펫과 이프리트는 굴러가는 반지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지만, 블랙웜은 자신의 손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그것을 다시 잡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반지는 바다로 떨어졌고, 블랙웜도 곧장 바다 위로 다이빙을 한다. 임펫과 이프리트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다.


 “이프리트! 당장 긴급 구조를 전파한다.”


 “알겠습니다!”


 이프리트는 말을 듣자마자 근처의 유미에게로 달려가고, 임펫은 블랙웜이 뛰어든 곳으로 뛰어들었다.


 블랙웜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반지가 어디로 갔는지 살핀다. 보이지 않기에 깊숙이 잠수해 보려고 하지만 방패가 그것을 방해하기에, 방패를 놓아주고 깊숙이 들어간다. 수많은 물고기들과 오르카호로부터 올라오는 공기방울에 반지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어진다. 짧은 시간동안 반지가 어디로 갔는지 생각해본다. 반지는 가벼운 물체고 여긴 바다의 한복판 위니 어쩌면 바다속으로 가라앉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싶어 수면의 위로 올라가본다. 금빛의 반지가 햇빛에 비쳐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푸른 바다는 오히려 햇빛을 받아 금빛을 반사하고 있었고, 넘실대는 파도는 제대로 된 시야조차 유지하지 못하게 했다.


 “블랙웜!”


 블랙웜은 자신을 부르는 임펫을 보지도 않고 반지의 행방만을 생각한다. 이내 임펫이 그녀를 잡아내지만, 놓으라는 듯 몸부리를 쳤고, 임펫은 혼자의 힘으로는 블랙웜을 꺼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조명탄을 위로 발사한다. 스카이나이츠의 대원들과 호리이즌의 네레이드까지 가세해서야 블랙웜을 갑판 위로 간신히 올려올 수 있었다.


 “당장 이걸 놓으시죠!”


 신경질적인 블랙웜을 도저히 가만히 둘 수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네레이드와 수많은 브라우니들이 자신의 체중으로 눌렀다. 잠시 뒤 일제히 힘을 푸는 것을 느껴져 그들을 뿌리치듯 일어선다.


 “…”


 일어서면서 힘을 주었기에, 가감없이 휘둘러지는 팔꿈치로 바로 앞에 서 있던 사령관의 얼굴을 가격해버린다. 블랙웜은 그제야 자신을 풀어준 이유를 알아채고, 자신이 고의든 아니든 가격해버린 대상이 사령관이라는 사실에 얼어붙는다. 아무리 경황이 없었지만 자신의 주인에게 손을 댔다는 충격은 감정이 없을 그녀를 실이 끊긴 인형처럼 무너지게 만들었다. 브라우니들과 네레이드는 다시 블랙웜을 억압하며 붙잡았고, 블랙웜은 자신의 죄를 안다는 듯 순순히 억압당한다. 사령관은 입가에서 느껴지는 철의 맛에 힘차게 갑판 위로 침을 뱉어낸다. 새빨간 피자국의 위로 새하얀 이물질마저 보이자 네레이드가 소리친다.


 “사령관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한 대 칠 기세의 네레이드에게 사령관이 말한다.


 “블랙웜을 풀어줘.”


 “하지만-.”


 “괜찮아. 어서.”


 네레이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블랙웜을 풀어주자 브라우니들도 그녀를 풀어준다. 인형처럼 축처진 블랙웜은 고개를 들어 사령관을 본다. 사령관의 뒤쪽으로 분노한 지휘관들도 보였지만, 그녀에겐 그 지휘관들보다는 사령관의 얼굴만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에게 맞은 부위는 빨갛게 부어올랐고, 표정에서는 노여움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블랙웜은 어째서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하지 않는 것인지, 그와 동시에 자신이 어떻게 사죄를 해야하나 생각하며 머리를 떨군다.


 “…지금 어떻게 된 건지 정확하게 아는 녀석은 앞으로 나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목소리에 전원이 굳어버린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발단일 수 있는 이프리트가 앞으로 나온다.


 “스틸라인 연대! 번호 3021! M-5 이프리트 병장입니다!”


 “어떻게 된 거야?”


 “제가 기상하던 도중 블랙웜의 팔을 쳐버려서 반지가 바다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휘관들은 그제야 블랙웜의 상태를 이해하겠다는 듯이 안쓰럽게 쳐다본다. 그 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블랙웜이 말한대로, 사령관이 생각한 그 이상의 물건이기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사령관 잠시 여길 봐. 얼굴 꼴이 엉망이니까 당장 수복실로 가도록 해.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 게.”


 레오나가 간신히 말을 하자. 사령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블랙웜을 뒤로 한다. 마리는 한 숨을 내쉬고는 장병들에게 고했다.


 “신변은 우리 스틸라인이 맡는다. 임펫과 이프리트는 피닉스 대령 아래에서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갑판 위에서의 한바탕 소동은 블랙웜이 브라우니들에게 이끌려가면서 끝이 났다. 칸은 기적(汽笛)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듣고 아무도 없어진 갑판을 뒤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눈에 보이는 조그마한 화분을 발견하고는 집어든다. 짙은 풀에 자주색의 꽃봉오리가 맺어있는 이 식물은 블랙웜이 키우고 있는 식물이란 것을 깨닫는다. 잠시동안 자신이 돌보아 주어도 괜찮겠지 싶어 함께 오르카호의 안으로 들어간다.


-------------------------------------------------------------------------------------------------------------------------------------------------


 오늘은 8000자 입니다.


 6000자 맞추려고 했는데 안됬네 ㄷㄷ


 흑츙 행복하게 해주세요 ㅜㅜ



어떤 댓이라도 좋음.


욕해도 좋고, 의견도 좋고, 검수의 글도 좋음.


암튼 다 좋음 ㅋㅋㅋㅋ


내일도 8시에 찾아오겠음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