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시저스 리제. 나에게는 주인님이 있다. 지구에 한명뿐인 너무나도 멋진 인간님이다. 나는 주인님이 정말 좋다. 다른 해충들을 제처두고 항상 옆에 있고 싶을 정도다.

   

오늘은 내가 주인님의 일일 부관이 됐다. 부관이 되다니 나는 정말로 행운아다. 함장실로 빠르게 올라갔다. 문을 열자 너무나도 멋있는 분이 나를 반겨주셨다. 입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주인님은 오늘 열심히 일한 대원 100명을 위한 편지를 쓰실거라고 하셨다. 그걸 위해 큰 종이를 100개의 작은 종이로 자를 거라고 하셨다. 가위질은 리제가 정말 잘 할거라며 도와주라고 하셨다. 나는 주인님과 함께 종이를 잘랐다.

   

계속 주인님을 보며 종이를 잘랐다. 주인님이 자기를 보지 말고 종이를 보며 자르라고 하셨다. 그럴 수 없어요 주인님. 저는 그 얼굴을 1초라도 더 보고 싶어요. 계속 종이를 자르다가 실수로 내 손을 잘랐다. 심한 상처는 아니었다. 주인님은 놀라면서 급하게 서랍에서 반창고를 꺼내 내 손에 붙여주셨다. 너무 기쁘다. 주인님이 내 손을 만지며 상처를 감싸줬다.

   

나는 가위로 내 양손을 난도질 했다. 손이 완전히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피가 넘쳐 흐른다. 주인님. 치료해주세요. 반창고를 잔뜩 붙여주세요. 그런데 주인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이상하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건가?

   

“리제야.”

   

“네 주인님?”

   

“당장 치료실로 가서 붕대로 싸고 와. 당장!”

   

주인님이 나에게 소리치셨다.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는 인간의 명령을 거부 할 수 없다. 주인님이 계속 보고 싶지만 나는 치료실로 갈 수 밖에 없다.

   

복도를 천천히 걷는데 다른 해충들이 나를 피한다. 내가 가는 길엔 손에서 떨어진 피가 뚝뚝 떨어진다. 복도를 걷는 시간이 너무 길다. 손은 하나도 안 아프다. 마음이 너무도 아프다.

   

치료실에 도착했다. 다프네가 급하게 나와 내 손을 봤다.

   

“언니 손이 대체 왜그래요? 오늘 주인님 부관을 하신다면서요.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나를 데리고 의자에 앉혔다. 다프네가 내 손에 치료를 시작했다. 따갑다. 처음으로 손이 아팠다.

   

“아파..”

   

“아프시죠? 제가 빨리 치료해드릴게요.”

   

나는 왜 여기 있지? 내가 내 손을 난도질 했지 

난도질은 왜 했지? 주인님이 잔뜩 반창고를 붙여주실 거라고 생각해서

반창고는 왜 붙였지? 가위로 종이를 자르다가

가위질은 왜 했지? 주인님이 잘한 대원 100명에게 준다고 하셔서

   

.....

   

   

   

그럼 지금 주인님은 뭐하시지?

나 없이 혼자 종이를 자르고 계실거다.

분명 주인님은 리제는 가위질을 잘 할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뭐를 했지? 

가위질을 하다가 실수를 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가위질을 할 수 없도록 내 손을 아작냈다.

   

아 그랬구나. 주인님은 그래서 화를 내신거구나. 함께 가위질을 할 수도 없어서 화를 내신거구나.

   

그런데 나는 뭘 했지? 나는 내 손을 아작냈다. 너무도 멍청한 짓을 했다. 이러지 않았으면 주인님 얼굴을 계속 보며 주인님 곁에 있었을거다. 나는 너무 멍청하다. 이런 내가 너무 싫다. 갑자기 나를 혼내던 주인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두려웠다. 주인님이 두려운게 아니라 이런 쓸모없는 내가 버려질까봐 두려워졌다. 

   

“다프네... 아파..”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안 아플거에요. 거의 다 끝나가요.” 

거기가 아픈게 아니야. 내 마음이 아픈거야. 갑자기 눈물이 났다. 몸에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의자에서 넘어졌다. 다프네가 뭐라고 말하는데 안 들린다. 다프네가 나를 흔드는데 왜 흔드는지 모르겠다. 끝없이 슬프다. 나는 버려질거다. 쓸모없는 나는 버려질거다.

   

   

정신을 차렸다. 아침에 치료실에 들어왔다가 저녁에 나왔다. 함장실로 천천히 돌아갔다. 나는 어떻게 될까? 버려질거다. 너무나도 두렵다. 분명 문을 열자마자 꺼지라고 하실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망치고 싶다. 꺼지라는 말을 듣지 못할거니까. 하지만 나는 갈 수 밖에 없다. 주인님이 분명 손을 붕대로 싸고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느리게 함장실로 갔다.

   

문 앞에 도착했다. 손의 붕대 때문에 문을 열기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열었다. 100명을 위한 편지를 쓰는 주인님이 보였다. 주인님이 나를 보며 웃어줬다. 하지만 나는 주인님을 볼 수 없었다.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유는 모른다.

   

주인님이 깜짝 놀라서 나에게 다가오셨다. 주인님은 나에게 꺼지라고 하지 않으셨다. 다만 안아주셨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셨다. 나는 버려지지 않는구나. 안심이 됐다. 하지만 눈물은 더욱 심하게 났다. 입을 열고 말했다. 가위질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유일하게 잘 하는건데 그걸로 주인님을 돕지 못했다고.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주인님은 나를 소파로 데려가 앉혀주셨다. 그러고는 입에 초콜릿을 넣어주셨다.

   

달다.

   

눈물이 멈춰간다. 주인님의 얼굴이 다시 보인다. 너무 멋진 분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인님.”

   

“왜 그러니 리제?”

   

“저를 버리지 않으시는 건가요?”

   

“내가 너를 왜 버리니.”

   

“저는 쓸모없는 존재잖아요.”

   

“너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야.”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가위질을 못하는데요.”

   

“가위질을 못하면.... 노래를 불러줘!”

   

당황스럽다. 나는 노래를 부를 줄 모른다. 그런데 주인님은 내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신다. 내가 아는 노래가 뭐가있지? 하나 있다. 숙소에서 아쿠아가 부르던 동요.

천천히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인님은 가만히 듣고만 계신다.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같이 따라부르시고 계신다.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노래를 다 불렀다. 주인님이 말해주셨다.

   

“리제야. 너가 아직도 쓸모 없는 존재같니?”

   

“아니요.”

   

“그럼 너는 뭐를 할 수 있는 존재니?”

   

“주인님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존재요.”

   

나도 모르게 주인님에게 입맞춤했다. 주인님은 당황하지 않으셨다. 주인님과 함께 소파에 누웠다.

   

   

   

긴 시간이 흘렀다. 숙소로 돌아갈때가 되었다. 주인님을 더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갑자기 주인님이 나에게 편지를 주셨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 리제야. 나의 부관이 되어줘서 고마워.”

   

나는 오늘 한게 없다. 그런데도 주인님은 나에게 고맙다고 하셨다. 기분이 이상했다.

내 손이 붕대로 감싸져서 편지봉투를 열지 못했다. 주인님에게 봉투를 열어달라고 했다.

주인님은 봉투를 열어 나에게 주셨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눈물이 났다. 나의 사랑하는 리제에게... 더 이상 읽지 못했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주인님은 처음엔 놀라셨지만 이내 나를 안아주셨다. 

   

나는 버림받지 않는다. 나는 사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