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스 리제의 일기


 LRL의 일기



내 이름은 로열 아스널. 오르카호 최고의 변태다.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아! 아침부터 성욕이 넘쳐흐른다! 반드시 오늘 안에 이 욕구를 해결해야겠다. 몇몇 대원들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오르카호의 유일한 기둥에게서 욕구를 해결한다. 오늘도 반드시 그것으로 해결할 것이다. 핸드폰을 꺼내 사령관의 최근 동침일정을 확인했다.

   

 이틀 전에 미호와 마지막으로 하고 지금까지 아무와도 안했다. 딱 좋다! 나는 사령관이 이틀 정도 쌓여있을 때를 가장 선호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세기이다. 내일 순서가 워울프인데 갑자기 난입해 빼버려서 미안하군. 나중에 호드에게 한턱 쏴야겠다.

   

 사령관의 오늘 스케쥴을 봤다.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회의, 그리고 20분간 쉬는 시간 이후 12시 까지 업무. 그리고 1시간동안 점심시간 그리고 1시부터 5시까지 자유시간 이후 계속 업무.... 아무리 나라도 업무시간이나 식사시간에는 안 건든다. 그럼 아침 쉬는시간이나 오후 자유시간인데... 아침 20분은 솔찍히 너무 짧다! 그리고 사령관은 두끼정도 먹어줘야. 힘이 왕성해진다. 오후 자유시간을 노려봐야겠다.

   

 우선 1시부터 3시 반까지는 건들지 말아야겠다. 그에게도 자유시간은 필요하니까. 하지만 나는 3시 반 이후에 함장실을 습격해 사령관에게 한판 뜨자고 부탁을 할 것이다. 물론 사령관의 자유시간이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함께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하지만 이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음란하면서 천박한 노래를 부르고 저질스러운 춤을 추며 사령관에게 걸어가다보면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들은 충격을 받고 함장실을 떠나간다. 비스트헌터는 내가 그짓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종종 말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사령관을 독차지할 효과적인 방법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런 짓을 안 하면 오르카호 최고의 변태라는 별명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아무튼 내가 그지랄을 하면 대부분 함장실 밖으로 나가지만 바닐라 같은 경우는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짐승 쳐다보듯이 나를 쳐다본다. 이럴 때도 다 방법이 있다. 목을 가다듬은 다음 굉장히 신사적으로 ‘내가 사령관과 함께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바닐라라도 ‘아, 내 앞에 있는건 짐승이 아니라 엄염한 지성체구나? 말이 통하겠는걸?’ 이라고 생각하며 순순히 자리를 비켜준다. 그렇게 모두가 떠났을 때 사령관을 잡아먹으면 된다.

   

 됐다! 오늘 욕구 분출 계획을 다 짰다. 나는 오늘 3시반에 함장실을 습격하고 모두를 쫓아낸 다음 업무시간 이전 1시간 반 동안 즐길 것이다. 아침에 기상하고 4분 12초 만에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10분만 더 자야겠다. 비스트헌터가 다시 잠들지 말라며 깨운다. 이놈아! 내 계획의 일부를 방해하지 마라!

   

 아침 회의시간. 사령관의 상태를 보니 오늘 분명히 문제 없을 것 같다. 마리가 발표를 시작했다. 가까이에 있던 철충이 득실거리던 도시에서 갑자기 대부분의 철충이 사라졌다. 수색팀이 몇차례 다녀와보니 철충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문제되는 숫자는 아니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 도시에 중요한 물자들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그래서 마리는 내일 스틸라인 부대를 그 도시에 대규모로 보내서 중요 물자들을 가져올 거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철충의 대규모 습격에 대비해 기동형 부대가 스틸라인을 호위해주고 사령관이 직접 지휘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사령관은 승인했다. 나도 좋은 작전이라고 생각한다.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물자를 구하기 위해선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회의가 끝났다. 후.. 이제 5시간 정도 남았는데 어떻게 기다리지?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 아! 빨리 욕구를 해결하고 싶다.

   

 오후 세시다. 함장실 앞에서 서서히 몸풀기를 한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조용하게 혼자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드디어 세시 반이다! 내 계획을 펼칠 시간이다. 함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대여! 나랑 한판 뜨자!

   

   

   

   

   

 내 계획이 바로 망가졌다. 사령관이 울고 있다. 옆에 있는 아르망과 콘스탄챠가 최대한 달래고 있다. 둘에게 사령관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답했다. 갑자기 왜 우시냐고 물어도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할 뿐이란다. 내가 해결해보겠다고 아르망과 콘스탄챠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둘이 망설이는게 보인다. 걱정마. 섹스 안 할테니. 둘은 그제서야 안심하며 함장실을 나갔다.

   

 함장실에 사령관과 단 둘이 남겨졌다.

   

“그대여. 왜 우는지 정말로 말 안할 것인가?”

   

“...”

   

 사령관이 침묵한다. 사실 내가 해결하겠다고 둘을 내보내기는 했는데 약간 막막하다. 그래도 몸을 몇번 섞은 사이니까 무슨 문제인지 분명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죽거나 크게 다친 부대원은 전혀 없다. 실패한 작전은 없고 오히려 매번 승리하기만 한다. ....이런 문제는 아닌거 같다. 그렇다면 외부의 문제가 아닌 사령관 자신의 문제일 것 이다. 사령관 자신의 문제이면 나는 알 방법이 없다. 직접 묻는 수밖에 없다.

   

“그대여. 우리가 남인가? 우리가 여자라고, 우리가 바이오로이드라고 해서 그대를 이해하지 못 하는건 전혀 없다. 우리는 누구보다 그대를 이해해줄 수 있는 자들이다. 솔직하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줬으면 좋겠다.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대의 고민을 알 수 없다.”

   

.......

   

사령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부담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최근에 매번 승리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르겠다고한다. 다들 나 하나만 보고 있는데 이러다가 한 번의 실수가 발생하면 모두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며 실망하게 될 것만 같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실수로 친한 동료들이 갑자기 죽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계속 참았지만 오늘 갑자기 터져버렸다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이 남자가 두려움을 안 느끼며 천하무적인줄 알았고,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부담감을 전혀 안 느끼는 줄 알았는데 그냥 표현을 안했던 것 뿐이었다. 나는 사령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여. 모두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모두를 지키며 완벽한 지휘를 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오르카호의 사령관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겠어. 그냥 참아야지.”

   

 이윽고 다시 사령관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갑자기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사령관 책상에 있던 비상 호출벨을 4번 눌렀다. 비상 호출벨을 4번 누르는건 오르카호의 중요 인력을 말 그대로 전부다 함장실로 긴급소집한다는 것이다.

   

“!!! 뭐하는거야!”

   

“그렇게 힘든걸 이해 못할 바이오로이드 한명도 없다! 실망 할 바이오로이드도 한 명도 없다! 자신감을 가져라 그대여!”

   

“쥬인님! 착한 리리스가 왔어요! 무슨 비상상황인가요?”

   

블랙리리스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이윽고 하나 둘 도착했다. 함장실이 꽉 찼다. 라비아타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무슨 일이세요?”

   

“그대여 얼른 말하게.”

   

“...”

   

“안말하면 내가 말하겠네!”

   

“알았어 말할게. 근데 모두들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령관이 모두에게 이 자리에 대한 부담감을 말했다. 언젠가 지휘를 실패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다 말하니 사령관의 표정이 후련해보인다. 다른 자매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아르망은 이런 것도 예측 못했다며 자책했다. 블랙리리스는 사령관 몸에 기어올라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라비아타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저희들이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하고 전부 주인님에게 기대려고 해서 정말 죄송해요. 당분간 일은 하지 않고 휴가를 길게 가지시는 건 어떠세요? 저희들이 그동안 일정을 잘 조정할게요.”

   

 사령관은 잠시 침묵하더니 휴가를 달라고 말했다. 모두가 이해해줬다. 아마 사령관이 휴가를 받으면 당장 내일 스틸라인부대가 도시에서 물자를 가져오는 작전부터, 사령관이 지휘하려고 했던 크고 작은 전투들은 다 취소가 될거다. 그리고 지휘관들이 할 업무가 늘어날 것이다. 아! 일하기 싫은데. 새로운 일정을 짜기 위해 지휘관들은 회의실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메이드들은 사령관과 상담을 진행한 다음 어린 바이오로이드들과 놀면서 생각을 비우고 쉴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회의실로 가면서 마리에게 물었다. 오늘 좋은 작전을 세웠는데 취소되어서 아쉽지 않냐고. 마리는 아니라고 답했다. 물론 내일 작전을 하는게 최적의 타이밍이긴 하지만 그래도 각하의 심신상태가 안정되는게 우선이라 별로 안 아쉽다고 말했다. 역시 마리답군. 아 맞다! 내 욕구를 해소하는 완벽한 계획 또한 어쩌다 보니 취소가 되었다. 나는 마리와 다르게 너무너무 아쉬웠다. 아! 그냥 스스로 해결해야될라나?

   


 일을 다 끝내고 내 방에 돌아왔다. 씻고 자려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들겼다. 설마?

   

 문을 열었더니 기운을 회복한 사령관이 와인을 들고 서있다. 그대로 보쌈해서 침대로 데려왔다.

   

“이제 좀 힘이 나는가.”

   

“그래 괜찮아졌어. 메이드들이랑 얘기하고 좌우좌같은 애들이랑 놀다보니 부담감 같은게 많이 사라졌어.”

   

“오눌 쭉 돌아봤는데, 우리의 기둥과 같은 자가 사실은 부담감이 많고 두려움이 많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실망한 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앞으로도 안심하고 우리에게 마음의 짐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그래. 알았어.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건데 혹시 원하는 플레이 있어?”

   

“음... 아귀 플레이가 해보고 싶군.”

   

“아귀 플레이? 그게 뭐야?”

   

“내가 방금 지어낸걸세. 아귀 수컷은 아귀 암컷을 발견하면 암컷을 깨물고 놓지를 않지. 그리고 둘은 이윽고 완벽한 한 몸이 된다. 그러니 우리도...”

   

“진짜 오르카호 최고의 변태답네.”

   

“하하. 농담이다. 그냥 가볍게 했으면 좋겠네. 매번 힘이 넘치는 것만 했으니 미호양 대하듯이 가볍게 하면 어떻겠나?”

   

“좋다. 다만 약해서 실망할지도 모른다?”

   

“난 그런걸로 실망하지 않는다!”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아! 아침부터 성욕이 넘쳐흐른다! 바로 옆에 있는 사령관에게서 바로.... 그냥 참자. 

   

 매번 거칠게 해서 몰랐는데 가볍게 욕구분출을 하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어제 아침에 계획했던 힘이 넘치는 욕구 분출은 못했지만 새로운 매력을 찾아서 다행이다. 사령관은 두고 아침회의에 참석했다. 우리가 가려고 계획했던 도시에 철충이 다시 득실득실 해졌다는 보고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