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 응급실, 한 남자는 한 여자의 옆을 지키고 있다.


얼굴에 붕대가 감겨져 있고 그녀는 아름다운 금발과 폭발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


옆의 남자는 잠을 못잔듯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지만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때 여자가 의식을 찾은듯 눈을 떴다.


"음...으..."

"하르페이아! 하르페이아!"


사령관은 하르페이아가 눈을 뜨자 그녀에게 달려 들었다.


"다행이야 눈을 떴구나... 다행... 다행이야.."


사령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사령관... 실패했어..."

"괜찮아..."


하르페이아는 임무를 실패한 적이 없는 엘리트중 엘리트였다. 


수많은 작전을 해결하고 완벽하게 수행한 그녀였다. 하지만 몸에 피로가 쌓였고 갑작스러운 철충의 기습에 당해버린 것이다.


기습을 당한 하르페이아는 죽음의 문턱에 섰었다. 다행히 구조대가 도착하여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몸은 나아지고 있는거 같아?"

"어... 어?"


사령관은 걱정의 말, 사령관의 따뜻한 말 항상 들어왔던 그 말이 하르페이아는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그... 그래...."


하르페이아는 불안해하고 있다.


"저.. 사령관?"

"응?"

"혼자 있게 해줄래?"


하르페이아에게서 나온 위화감이 드는 말, 사령관은 당황했다.


"갑자기 무슨..."

"그게 그..."


하르페이아는 머리를 붙잡고 혼란스러워했다.


"미안해. 사령관 그게 그..."

"... 알았어. 일어났다는 사실도 닥터에게 알려줘야 하고 그럼 나가볼게."


사령관은 병실을 나갔다. 혼자남겨진 하르페이아는 허공을 응시할 뿐이다.


"느낌이... 기분이 달라.."


하르페이아는 바이오로이드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주인의 말을 잘듣기 위해 하나의 장치를 가지고 있다.


주인의 말과 행동에 이끌리는 것, 주인에게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특징을 가지게 된다.


바이오로이드라면 느껴야할 주인에 대한 감정을 지금 하르페이아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르페이아는 사령관을 떠올렸다. 배양실에서 깨어난 자신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처음 작전에 나갔을 때, 같이 책을 읽을 때,


같이 해변을 거닐 때, 동료들과 아이돌을 할 때, 밤에 그의 품에 안길 때를 떠올렸다. 그에게 이끌린, 그와 함께한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리고 방금 들은 그의 말을 떠올렸다.


'몸은 나아지는 거같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느껴지지만 이상한 느낌이 느껴진다. 그를 사랑한다는 기억을 필사적으로 기억하려 한다. 


머리가 깨질거 같지만, 코에서 피가 흐르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되뇌인다.


하지만 머리만 아플 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특별하지 않는 일반적인 개체로 인식될 뿐이다. 


"느껴지지 않아... 설마...."


하르페이아는 이 위화감, 불안한 느낌이 시달렸다.


하르페이아는 더이상 사령관을 주인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


쓰라려온다. 그의 모습을 떠올리고 되뇌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와 행복했던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그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르페이아는 하염없이 울었다.


사령관이 닥터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다.






"닥터, 어떻게 됐어?"

"오빠..."


닥터의 얼굴이 어둡다.


하르페이아가 중파되어 돌아온날, 하르페이아는 죽은 시체처럼 돌아왔다. 


닥터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치료했다. 떨어져 나간 살점을 스테이플러로 붙이고 오리진 더스트를 들이부어 그녀를 치료했다.


그렇게 그녀가 의식을 찾아서 그녀는 안심했다. 하지만 하르페이아는 더 심각한 상태였다.


"블랙 리버의 바이오로이드 품질 검사기를 사용했어."

"품질? 하르페이아는 그런...!"

"언니가 요청한 거야. 언니는 검사 결과는.. 불량품으로 나왔어."

"..."


사령관은 넋이 나갔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간을 뇌파로 인식해 알지? 그런데 주인은 특별히 머리속 특별한 공간에 보관해."


닥터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 보관함의 들어있는 주인의 정보에 이끌리고 행동하지. 그런데 언니는 그 보관함이 망가져 버렸어."

"보관함에 있는 주인의 정보는 타서 사라졌고 보관함의 문이 비틀려서 누구도 열수가 없는 상태야. 그리고.."

"인간을 인식하는 기능도 망가졌어.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닥터는 한숨을 쉬었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해결방법이 있을텐데 젠장...!"


닥터는 분해했다.


"언니는 주인을, 인간을 인식하고 생각하는 기능이 사라진거야. 인간을 위한 도구인 바이오로이드로서 죽은거나 마찬가지라고."

"나는 하르페이아를 도구로 보지않아!"


사령관은 바이오로이드들을 인격체로 대해주려 하는 사람이다. 주종관계가 끊기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르페이아가 주종관계를 끊고 하나의 인격체가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닥터는 슬픈 말이 입에서 나왔다.


"언니는 이제 오빠에 대해 호감을 느낄 수가 없어."

"왜... 왜?"


닥터는 팔짱을 끼었다.


"오빠는 인간이니까. 언니는 주인으로 오빠를 등록해 보관함에 저장했지만 그 보관함을 접근할 수 없어."

"그 보관함을 억지로 열려하면 뒤틀린 문을 억지로 열듯이 벽이 무너지고 문이 부서질거야. 의사로서 허락할 수 없어."

"그리고 인간을 뇌파로 인식할 수 없어. 인간에 대한 우선권이 사라진거야. 인간과 관련된 정보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면 그 정보는 어디로 갈까. 사라져 버리겠지" 


사령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되돌리는 방법은 있어?"

"없어. 완전히 비틀려있어서 외부에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 만약 공장초기화를 한다면 가능한데."

"그러면 하르페이아가.."

"언니의 존재가 사라지는 거니까.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일단 경과를 두고보자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닥터는 한숨을 쉬었다.








병실 침대에 누운 하르페이아는 한숨을 쉬었다. 사령관과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은 기억나지만 사령관에게 아무생각이 들지않는다.


전에 닥터한테 진찰받을 때 억지로 사령관을 떠올리려했다가 코와 귀에서 피를 흘린 뒤로 의사 소견에 따라 자제하기로 하였다.


'왜... 왜 이럴까.'


그녀는 베개에 머리를 박고 한숨을 쉬고 있다.


사령관에 대한 위화감, 눈을 감기 전만해도 사랑한 그였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르페, 하르페!"

"응?"


하르페이아는 자기를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슬레이프니르다.


"으... 전대장...."

"사령관과 닥터가 보냈어. 이제 숙소로 돌아가게 될거야."


사령관과 닥터는 외상은 없고 정신문제는 주인을 인식못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없기에 하르페이아를 숙소로 돌려보내기로 하였다.


숙소에서 케어를 받는 다면 상태가 호전될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스카이 나이츠도 다른 자매들도 모두 걱정하고 있어. 돌아가자."

"전대장..."


하르페이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레이프니르에게 안겼다.


"나 어떡해..."

"무 무 슨일이야? 그렇게 의젓한 너가 나한테 울면서 안기다니?"


슬레이프니르는 평소와 다른 하르페이아의 모습에 당황했다. 평소에 똑똑이의 모습이 아닌 울보의 모습이었다.


"그게..."


하르페이아는 울먹이면서 슬레이프니르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을 털어놨다.


"인간을 인식할 수 없다라..."

"응..."

"그러니까 사령관을 인식하는 거에 지장이 있는거야?"

"어... 뇌파도 느껴지지 않고 내가 가졌던 사령관에 대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하르페이아는 베개를 껴안고 얼굴을 박았다.


"사령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한테 와닿지 않아. 그러니까 전에 느꼈던 것 처럼 소중하다고 느껴지지 않아."

"응..."

"내 모든 것인 사령관이 느껴지지 않아..."


하르페이아는 속상한 듯 말했다.


"음... 멸망전 기사에 기업전쟁 직후 바이오로이드들 중에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는 걸 본거 같아."

"어? 그걸 전대장이 어떻게 알아?"

"너가 보여줬던 기사였으니까."


기업 전쟁은 많은 부상당한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들었다. 다리가 결손되기도 하고 눈이 망가지기도 했다.


그 중 머리가 다친 바이오로이드들도 있었다. 주인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간의 뇌파를 느끼지 못하는 불량품.


주인을 등록할 수도 없고 명령이 먹히지 않아서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탈주가 발생하기도 하였고 주인에게 위해를 끼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했다.


바이오로이드 회사는 그러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처리하기 어려워하였고 민간인들에게 헐값에 넘겨버렸다.


"그렇게 헐값에 넘어간 바이오로이드들은 실험소재로 쓰이거나... 그..."


슬레이프니르의 말에 하르페이아는 더 울상이 되었다.


"아냐아냐아냐! 사령관이 그럴리가 없잖아. 뚝!" 

"흑..."

"만약 그런일이 생긴다면 내가 책임지고 사령관 날려버릴..."

"알아."

"응?"

"사령관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내 기억속 사령관은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


하르페이아는 울음을 그쳤다.


"단지, 단지 내가 사령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무서울 뿐이야. 나는 두려워. 내가 사령관을 의심하고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까."

"핫!"


슬레이프니르는 기합소리를 내며 하르페이아의 머리를 눌렀다.


"너 같은 착한 아이가 그럴리가 없잖아. 걱정하지마!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봐."


슬레이프니르는 웃으며 말했다.


"그 기사를 보았을 때 너가 말했어. 저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유를 얻은 거라고 주인 없이 스스로 살 수 있는 자유."

"어... 어? 내가 그랬나."

"그랬어. 인간에 가까워졌기에 인간이 두려워한다고 너가 말했잖아."


오랜만에 비번이 있을때 도서관에서 본 신문기사, 그것을 본 하르페이아는 그렇게 말했다.


'주인이 없는 바이오로이드는 사람과 같아.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


"자유잖아."

"하지만 난 사령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내가 사령관 말 거부하며 떼쓰라했어?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거 잖아."


하르페이아는 슬레이프니르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고마워. 전대장."

"자 일단 방으로 돌아가자."

"응!"


하르페이아는 슬레이프니르의 뒤를 따랐다.







하르페이아는 스카이나이츠에 복귀했다. 비록 업무 수행능력은 예전같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령관과 닥터는 다행이라며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하르페이아는 하나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 사건이 일어나고 두달뒤 하르페이아는 사령관을 찾아갔다.


"사령관! 나 휴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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