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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저러니해도 심적으로 한계기는 했는지, 메이는 청사 옥상에 사령관을 올려놓기 무섭게 나이트 앤젤에게 안내를 떠넘기고 다시 날아가 버렸음.

고생하습니다, 라고 태연하게 맞아준 나앤에게 사령관은 애매한 미소로 답할 수 밖에 없었지.


- 물어보지는 않는 거야?

- 저 꼴을 봤는데 굳이 또 물어볼 필요가 있을 리가요.


거침없는 말투 치고는 한 시름 놓았다는 기색이 숨김없이 나오고 있었지만 사령관은 굳이 지적하지 않기로 했음.


- 어렵네, 사랑이라는 건.

- 저항군 전체에서 유일하게 연애 중인 분이 하실 말씀인가요, 그거?

-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실감하는 게 아닐까?

- 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의 저하고는 가슴 만큼이나 인연이 없는 이야기지만요.


과연 천하의 사령관도 그 말에는 식은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지.


*   *   *


그 후에는 뭐, 평범하게 돌아다니게 되었어.

지니야들의 만찬에 끼어들거나, 우르르 몰려온 실피드들이 잘 나가는 남자는 이런 걸 해야 한다면서 하나둘 얹어준 패션 아이템에 깔려 죽을 뻔 하거나.

호드와 다른 의미에서 어수선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가 웃고 있다는 건 같았으니 그것대로 좋았고.


그렇게 적잖은 시간을 보내고 나앤이 안내 역을 인계한 - 이러니저러니해도 메이의 상황을 보러 갈 생각이었던 것 같아 - 다이카에게, 사령관은 특정한 바이오로이드의 위치를 탐색해 달라고 부탁했어.


- 인간?! 와 줬… 크흠, 흠. 그래서, 무슨 일로 굳이 찾아온 거야?


다름 아닌 그리폰 - 그 중에서도 21 스쿼드 소속으로 사령관을 발견했고, 현재는 유일하게 승급을 받아 사실상 자매기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그리폰' 이었지.


- 그냥,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 …고작 그런 거야? 당연히 잘 지내지.


그리폰은 노골적으로 기대해서 손해봤다는 표정을 지었음.


- 이제 비행선으로 돌아갈 시간인데, 호위해 줄래?

- …어쩔 수 없네. 사령관이나 되어서 혼자 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으니까.


사령관이 적당히 타이밍을 봐서 던진 한 마디에 단번에 다시 확 인상이 펴지긴 했지만.


*   *   *


다만, 그리폰은 그리폰대로 마냥 들떠있을 수는 없었음.


- 그래서, 인간. 진짜로는 무슨 생각이야?

- 그렇게 티 나?


열 받을 만큼 유들유들한 - 그리폰의 관점에서 - 태도가 트레이드 마크인 사령관이 꽤나 진지하게 생각에 잠겨 있었거든.


- 별로 숨길 생각도 없었으면서.


볼을 부플리면서 중얼거린 말에 하하 웃어보이고, 사령관은 시선을 좀 더 높이 - 스카이나이츠나 둠 브링어가 아직도 날아다니고 있는 저녁 하늘로 - 올렸어.


- 그리폰이랑 직접 보는 것도 오래간만이지.

- 어? 그, 그렇지? 자매들을 이끄느라 바쁘기도 하고. 인간도 인간대로 바쁘고.

- 예전에는 거의 한 부대처럼 움직였는데 말이야.


너, 콘스탄챠와 요안나, 리제와 LRL까지.

그 말에 그리폰도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 하지만 사실은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며 씩 웃었음.


- 그렇네. 철충들이 쳐들어왔을 때는 정말 끝이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라비아타가 지휘하던 때보다도 훨씬 커졌지.

- 그야 물론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조금 아쉽기도 해서.

- 엥? 무슨 소리야?


언제 죽을지 몰라서 불안해하고 참치캔 하나에 감동하던 시절의 어디에 아쉬울 게 있다고?

표정만으로 뒷 문장을 온전히 전달하는 재주를 보인 그리폰에게, 사령관은 조금 주저하면서 대답했지.


-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모두가 같은데, 인원이 늘어난 만큼 모두에게 똑같이 신경 써주기 어려워졌잖아.


그건 정말로 당연한 이야기였어.

단순히 구성원 중 하나도 아니고, 이 모든 바이오로이드의 구심점이 된 - 유일한 인간인 시령관의 무게감이 저항군의 규모에 비례해 커지지 않을 리도 없었으니까.

그나마 지금은 이렇게 돌아다녀 볼 수라도 있지만, 점령한 지역과 합류한 대원이 계속 늘어나다 보면 대부분의 평대원에게 사령관은 사실상 구름 위의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 테지.


그것이 어떻게 생각해도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령관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리폰은 들으라는 듯 크게 코를 울렸음.


- 흥. 고작 그 정도야? 난 또 뭐라고.

- 그리폰?

- 자매가 늘어나면 인간이 전부 신경 써 줄 수는 없는 건 당연해.

 뭐, 그야 나도 조금 쓸쓸… 할 리는 없지만!


에이미가 주변에 없어서 다행이다.

짧은 헛기침으로 꼬인 말을 덮어버리고, 그리폰은 살짝 날아올라 사령관과 정확히 같은 높이에서 시선을 맞춘 채로 이야기했음.


- 그래도 괜찮아.

 멀리서 보기만 해도, 인간이 우리를 위하고 있다는 것은 전해지니까.


바이오로이드인 우리도 소중하게 여겨주는 마음을 잃지만 않는다면.

말해놓고 보니 어딘가 낯뜨거운 대사라 고개를 홱 돌린 그리폰의 귀에, 평소대로 어딘가 힘이 빠진 사령관의 대답이 들렸음.


- 좀 더 열심히 해야겠네.

- 그래. 내가 좀 더 편해질 수 있게 하라고.

 …그런다고 인간이 과로하진 말고.

- 응. 그렇게 할게.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폰. 

- …메리 크리스마스.


세인트 오르카를 바로 앞에 두고 조금 우물거리며 나온 대답에 손을 흔들어 재차 대답하고, 사령관은 다시 비행선에 올랐음.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잠시 쉬면서-

리제와도 다시 만날 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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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그리폰은 아직은 츤데레라기보단 악우에 가까운 느낌이빈다

물론 연애감정이 없는 건 아니빈다

아무튼 이걸로 세인트 오르카 전반부는 마무리라는 느낌인데 전반부만으로 다른 이벤트랑 비슷한 길이가 되어버렸스빈다

1년 결산이란 느낌의 이벤트라 그런 걸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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