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27403591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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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군, 상륙 준비!”

 

 오르카의 32명의 바이오로이드들이 갑판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 거기 좀 맡아주는 거거든?”

 

 “LRL, 넌 오르카에 남아.”

 

 “유미, 연결 준비! 그렘린 넌 일로 와.”

 

 “얘들아, 따라와! 아쿠아!”

 

 “이번 근무는 지상이면 좋겠는데...”

 

 “토모, 워울프, 따라와, 바보들아.”

 

 “브라우니, 저희는 서서 죽습니다!”

 

 전투의 준비. 아, 가슴이 웅장해진다...

 

 “괜찮을까, 콘스탄챠?”

 

 “걱정 마세요. 어떤 수를 써서든 주인님만은 지켜 드릴 테니까요.”

 

 “그래, 고마워. 너희 몸도 잘 챙기고.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후퇴하기. 잊지 마.”

 

 작전이 성공하면 너무 좋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오르카의 대원들이 안전한 것이다. 막 어디가 잘린다거나, 뚫린다거나. 상상하기도 싫지만, 전투라면 반드시 상정해야 하는 경우다.

 

 “사령관, 준비 끝났거든?”

 

 “좋아. 상륙 준비해.”

 

 

 

 

 

 오르카의 선체가 육지와 맞닿는다.

 

 “좋아, 5분 후 모두 바다로 뛰어든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항 입구에서 집결한다!”

 

 “예!”

 

 역시 지휘관. 마리가 없는 관계로 지금은 레오나가 오르타의 총지휘관을 맡고 있다.

 

 “헤헤, 사령관님! 나가기 전에 노래 한 곡만 뽑아주시지 말임다!”

 

 노래.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랜 한 곡밖에 없다.

 

 “그래요, 한 곡 불러주세요, 주인님.”

 

 갑자기 오르카의 모두가 날 주시한다. 브라우니...

 

 “크음.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나를 다 던져 이 두 쪽 세상에.

 

 Can't hold me down cause you know I'm a fighter.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

 

 Find me and I'll gonna live with you!”

 

 또 한 번, 적막만이 감돈다.

 

 “이 작전의 성공과 여러분의 행복을 위하여.”

 

 모두가, 말없이 박수를 친다.

 

 “자, 시간이 되었다! 입수!”

 

 그리고, 바이오로이드들이 한 명 한 명 물속으로 빠진다. LRL은 어려서, 포츈, 그렘린, 유미는 통신을 위해서 오르카에 남기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남아야 하지만, 난 내 의지로 이곳으로 왔다. 17세의, 한창 고등학생일 나이인 브라우니들과 레프리콘마저도 전투에 총을 들고 보병으로 참전한다. 나만 안전하게 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과거 한반도의 남쪽 끝으로써 상당히 활기를 띠었던 도시엔 폐허만이 남아 있다. 도처에 파괴된 AGS들과 철충이 널브러져 있다.

 

 “모두 모인 게 확실한가?”

 

 “네, 대장님. 사령관님까지 33명. 모두 합류했습니다.”

 

 “좋아, 계획을 한 번만 더 짚어 주겠다! 우린 이곳에서 마리 대장이 있는 곳까지 쉬지 않고 진격한다! 예측하기로는 내일 아침쯤 도착해 있을 것이다. 스토커와의 교전에 대비해서 식량과 전력을 최대한 아끼고, 발견되는 바이오로이드는 전부 그 즉시 우리의 동료다! 알아듣겠는가?”

 

 “예!”

 

 “사령관, 명령을 내려 줘.”

 

 “알았어. 자, 모두 진격! 철충들을 쓸어버리세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오나를 필두로 한 소대가 뚫려 있는 도로로 진군한다. 내 명령 덕인지, 그녀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철충을 박살내고 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추정상 70여 개체쯤 된다던 주변의 철충은 깔끔하게 정리됐고, 이제 우리는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서 광주로 직행한다.

 

 총소리가 사방에서 들리지만, 그저 전쟁 영화를 보는 것처럼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들의 표정에도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신나게 죽여버리자는 생각이 더 깊게 서려 있는 것 같다. 바이오로이드들은 정말 쾌활하게, 속 시원하다는 듯이 총탄 세례를 뿌려주고 있다. 지운기인 레오나조차도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P86G 권총으로 철충들의 머리를 꿰뚫고 있다. 자신들의 주인들을 죽인 것에 대한 분노. 그런데도 인간의 뇌파가 느껴지기 때문인지 그녀들은 인간의 명령 없이는 그것들을 죽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명령 한 마디로, 그녀들은 지금까지 쌓여왔던 그녀들의 살해욕을 마음껏 풀고 있다.

 

 인간은 위대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인간은 신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인간은 결국 신이 아니다. 모종의 이유로 갑자기 지구를 침공해서 인류만을 광적으로 공격하고 결국 멸망시킨 철충. 사실 그것들은 인간의 ‘징벌’을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닐까?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를 구출했고, 29명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군대는 이제 120명이 넘는 군대로 발전했다. 예상보다 4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광주광역시 주변까지 이미 와 있다. 역시 스토커가 가까워져서인지, 철충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의 수도 많아졌으니, 손쉽게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심한 부상병은 나오지 않고 있고, 이미 부상당한 채로 발견된 동료들은 그녀들의 동료 2명과 함께 닦아 놓은 길로 오르카로 돌아간다.

 

 “사령관님, 거의 다 왔습니다.”

 

 통신으로도 목소리가 들린다.

 

 “거기 주변 10km 내에서 스토커 신호 감지됐거든? 조심하는 거거든?”

 

 “그리폰, 콘스탄챠, 요안나, 토모, 원래 오르카에 있던 브라우니 11명과 레프리콘 2명, 샌드걸, 워울프, 호명한 인원들은 나를 따라와.”

 

 “네, 주인님?”

 

 “이 인원이면 스토커를 잡을 수 있을 거야, 아마도. 이 인원들만 날 따라서 스토커한테 간다. 나머지는 스토커를 보면 괜히 상대하려 하지 말고, 주변 땅의 철충을 최대한 정리해. 알겠지?”

 

 “네!”

 

 “포츈, 스토커 위치 전송해줘.”

 

 스토커를 향해 뛰어간다.

 

 “이 인원으로 충분할까요, 주인님?”

 

 사실, 잘 모르겠어. 그런데 이런 말은 꺼내면 안 되겠지.

 

 “물론이지.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너희들은 지켜낼 거니까.”

 

 “자기 목숨이나 더 신경 써, 인간. 괜히 걱정되게...”

 

 장장 50분을 뛰어가다 보니 스토커의 위치는 170m 앞. 그리고...

 

 “저게....”

 

 내 눈앞에, 4년을 넘게 마리를 방해했던 스토커가 있다.

 

 “전군, 조준.”

 

 내 뒤에서 들리는 장전 소리.

 

 “발사! 요안나, 워울프, 진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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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와의 전면전!


역시 봐줘서 고맙고, 다음화 기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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