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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세요, 주인님. 배틀 메이드 프로젝트, 컴패니언 시리즈, 애니웨어 시리즈, 페어리 시리즈.

 이상의 4개 부대에서 별도 임무를 할당받은 자매를 제외한 전원,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의 호텔에 도착했을 때, 가장 앞에서 사령관을 맞이한 건 레아였음.

그 뒤로도 순서대로 - 아마 이런저런 말이 오간 결과로 정해진 의전에 따라 - 바이오로이드들이 늘어서 고개를 숙였어.

블랙리버 계열의 부대에서 - 심지어 그 호드에게서조차도 - 느껴지는 강직함과는 다른, 부드러우면서도 일종의 기품이 느껴지는 분위기는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와 맞물려서 색다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지.


- 휴일에 너무 격식을 차리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한걸.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달라는 말을 신호로 대부분은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고, 몇명은 남아서 사령관, 그리고 뒤따라온 라비아타 및 알렉산드라의 주변에 모여들었음.


그러는 동안 리제는 뭘 했냐면-

도착 직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참으로 놀랍게도 매우 안정적으로 사령관의 옆을 지키고 있었지.

그렇다고 갑자기 약화해제 스킬을 깨우쳤다거나, 전투 자극제를 장비했다거나 같은 비법이 있는 건 아니었음,


- 세상에, 엘리? 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 그러…… 네, 요…….


'상태가 어떻든, 비행 장비를 쓰면 날아다니는 것엔 문제가 없다'는, 매우 간단한 사실을 재확인했을 뿐이니까.

역으로 비행 장비가 없으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상태인 거냐고 묻는다면 - 유감스럽게도 실제로 그러했음.

그 전부터 이미 숙련도는 위험 수위로 올라와 있었는데, 각방을 쓰면서 진정하긴커녕 오히려 더 애타던 몸에 작정하고 장난질이 들어온 시점에서 이미 리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까놓고 말해서, 그야말로 달아오를 만큼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지.


- 응.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네.

- 앗…….

- 어머.


그리고 그 범인인 사령관은 가증스럽게도(?) 걱정을 잔뜩 담은 연기를 하면서 능숙하기 그지없게 - 어쩌면 사용자 본인보다 더 - 비행 장비를 멈추고 리제를 안아올렸어.

슬슬 자기 자리를 찾아가던 바이오로이드 전원이 그야말로 한 순간에 시선을 집중해버린 건 물론이었지.


레아는 그야말로 좋은 걸 봤다는 양 싱글벙글에, 소완은 여전히 읽기 힘든 미소.

리리스는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리는 정도로 마무리지었지만 앨리스랑 원작 리제는… 일단 넘겨둘까.


그나마 리제의 현 상태를 '부끄러워서 그런가?'라고 속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참으로 하잘 것 없는 위안이라면 위안이었지만- 이미 수치회로에 과부하가 오고도 남은 리제로서는 사령관의 품에 얼굴을 묻고 주변의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었음.


- 일단 리제를 쉬게 해주고 싶은데, 어느 방으로 가면 될까?

- 안내하겠습니다.


그나마 바닐라가 잽싸게 따라붙으면서 상황이 그럭저럭 수습은 되었는데- 정작 리제에겐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어.

당연하지만 사령관과 리제를 위해 준비된 방은 최상층에 있었으니, 도착하는 것만 해도 적잖이 시간이 걸리겠지?

그러는 동안 리제는 계속 사령관에게 안겨 있었고.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

한동안 - 비행선에서의 장난질을 포함해서 - 닿을 일이 없던 살내음을 다이렉트로 맡고 있었단 거지.

안고 있는 자세를 십분 활용해 틈틈히 장난을 건 사령관은 덤이고.


- 금방 돌아갈 테니까 잠시 문 밖에서 기다려 줄래?

- 굳이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당연히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 …….


결과적으로 스위트룸의 큼지막한 침대에 올려질 즈음 해서는-


- 윽… 당신……!

- 응. 리제.


스위치가 완전히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어.

와아, 1지 이후로 처음이야, 이런 감각. 그런데 하나도 안 반갑네.


- 두고, 봐요……!


그나마 사령관이 절묘하게 선을 지키는 수준에서 멈췄다는 점이나 나름 익숙해진 부분도 있다는 점 덕분에 항의를 할만한 이성은 남아있었는데,


- 응. 당연히 그래야지.

- 으응……!


씩 웃으면서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등을 지탱해주던 손을 그대로 쓸어내리니까 뿅 하고 사라졌네?

풀린 눈으로 애타게 허공을 움켜쥔 손을 잡아서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정성스럽게 입을 맞춰주고, 사령관은 외투를 벗어 덮어준 다음 방을 나섰어.


- 기대해도 좋아.


라는 말과 함께 닫힌 문 뒤로는, 정말로 리제만이 남겨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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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2일 전에 방치플이라니 수준 높아……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 :

라비아타가 없는 시점에서 처음 사령관을 맞이할 때 누가 대표로 나설 것이냐를 가지고 앨리스 / 리리스 / 레아 / 소완 사이에서 신경전이 있었다.

이 중 소완은 애니웨어 시리즈 자체가 결집력이 강한 부대는 아니었기에 빠르게 빠졌고, 남은 셋의 경합에서는 결국 리제 빨이 있는 레아가 승리했다.

대신 소개 순서에서 페어리 시리즈를 제일 뒤로 미루는 것으로 다소 배려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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