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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리제의 심장이 한층 더 빠르게 뛰었음.

그렇구나. 닥터 개인의 취미로 해낼 정도라면 당연히 비용도 거의 안 들겠지.

전쟁 중이기에 자제한다- 는 원작의 설정 따위, 그와 서약을 한 날에 이미 무시하기로 결정했고.

오르카 호 내부적으로도 2세를 기대하는 멤버가 적지 않을 만큼 인간관계적인 문제도 없고.


- ……완성하려면 얼마 정도 걸릴 것 같아?

- 으응- 별 일이 없다면 1년 정도려나?


8지까지 끝난 후라고 생각하면 시점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

정말로, 아이를 가질 수 있겠구나.


- 으음, 그래도 결국은 미완성이니까. 아예 다 끝나고 알려주는 편이- 우왓?!


갑자기 자신을 끌어안은 리제의 행동에 놀란 것도 잠시.

고맙다고. 그리고 미완성된 연구고 뭐고는 상관없이, 사령관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나직하게 속삭이는 말에 닥터도 곧 티없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보였지.


*   *   *


그날 밤.

오드리가 나무 틀로 만들어둔 작은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리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어.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의 설렘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는데, 좀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거든.

나는 사령관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주지.


아니, 그야 당연히 준비는 진즉 해 놨어.

소완의 도움으로 - 심한 소리 안 섞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갈굼도 덤으로 얹어서 - Ok 사인을 받을 만큼은 익혀둔 채소 케이크라거나. 수복실 생활 동안 열심히 떠둔 목도리라거나.

그렇긴 한데 닥터가 저런 엄청난 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는 내심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짜잔☆ 제가 선물이었답니다' 라며 밤의 이벤트를 여는 건 어제 홧김에 써먹어버렸… 달까, 사실 항상 하는 짓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여유 시간에 쇼핑몰이라도 돌아다녀 볼걸.


- ………….


가만, 아직 사령관의 희망사항 중에 보류 중인 게 있긴 했는데….


- 아니, 아니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최소한 좀 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에나 생각하든 말든 하자.

원작에서 레오나가 그랬던 것처럼 간만에 술이라도 할까, 아니면…….


-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 당신에게 줄 선물이 모자라지 않은 가 싶어… 서?!


다른 것도 아니고 사령관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이런 실책이 다 있나.

딱 굳어버린 리제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사령관은 스스럼없이 탕 안에 들어왔음.


- 미안.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였어?

- …딱히 서프라이즈 같은 건 아니니까 상관 없는데요.


물론 김이 새는 건 어쩔 수 없지.


- 어제 이미 멋진 '선물'을 받았는데, 또 준다고 하니까 부담스러울 정도네.

- 이번에는 그런 거 아니거든요?


팔목을 찰싹 때리면서 태클을 걸자 과장스럽게 아쉽다는 한숨이 나오고, 리제도 피식 웃는 바람에 뚱한 표정은 오래 가지 못했지만서도.

사령관이 그대로 리제를 끌어와 품에 안고, 두 명은 온천에서 나란히 하늘을 바라보았음.


-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천이라니,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이네요.

- 그런가? 둘 다 겨울 다우니 어울리는 것 같은데.

- 뭐, 멸망 전의 선입견일 뿐이니까요.


산타라거나, 순록이라거나, 녹색과 붉은색과 흰색으로 범벅된 데코레이션이라거나.

뭐, 원작에서 이 때 즈음 나온 포티아나 운디네의 스킨도 정직하게 순록이라고 주장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으니 이 정도로 적당적당한 게 라스트오리진 다운 걸지도.

어제의 자신에게 영감을 준 소스를 떠올리며 키득이다가, 리제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음.


- 아, 그래도 한 가지는 지키고 있네요.

- 어떤 거?

- 크리스마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날이라는 거요.


넓게 보면 오르카 호의 모두가 가족이고 사랑한다고 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둘만의 것이라고 주장해도 벌 받지는 않겠지.

몸을 돌려서 사령관의 턱선에 입을 맞추고, 리제는 배시시 웃었는데-


- ……어.


아랫쪽에 와닿는 감각으로 훌륭하게 반응하게 만들어버렸다는 걸 바로 깨달아버렸음.


- 괜찮을까?


뭐, 의도한 건 아니지만 싫은 것도 아니고. 체력에 여유도 있고.

사실상 개인용 탕이니 좀 격하게 쓴다 한들 오드리도 뭐라 하진 않겠지.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리제는 사령관의 목에 팔을 감아 몸을 끌어올리고는 귓가에 속삭였음.


-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에두른 긍정에 사령관이 행동으로 대답한 거야, 당연한 일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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