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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도 리제는 이른 시간에 눈을 뜰 수 있었음.

오늘은 살짝 둔한 피로감이 남아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양반이지.

사령관이 먼저 떠난 건 좀 아쉽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어.


- 오드리, 잠시 오르카 호에 돌아갈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 노 프라블럼. 오늘은 이쪽도 휴식이니까요.


그러면, 하고 리제는 온천에 남아있던 - 사령관은 이번에도 로크를 이용한 모양이야 - 세인트 오르카에 올라갔음.

파티까지는 그럭저럭 시간이 남았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준비할 수야 있겠지.


-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사령관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   *   *


파티 자체는 성황리에 진행되었어.

아자젤이 이끈 예배는 간식 분배 외에는 좀 심심한 편이었던 것을 노래 - 막노래 말고, 좀 제대로 된 쪽 - 에 재능을 보인 브라우니들이 캐럴을 부르는 것으로 채웠고, 덴세츠의 공연은 리허설 이상으로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었고.

그러는 사이 도시 곳곳에 퍼져 있던 대원들도 전부 모인 상황에서, 사령관이 짧게 소회를 밝혔음.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던 시절을 넘어서 지금에 이른 것은 모두의 덕분이고, 내년에도 지금만큼, 아니면 지금보다도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 그러면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마무리에 맞춰서 세인트 오르카에서 선물을 뿌리는 것으로 진짜 파티가 시작되었지.

함성…… 이라기엔 좀 과하게 - 주로 브라우니와 워울프들 쪽에서 - 중구난방으로 울려서 알아듣기 힘들었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대답.

대부분은 보존식이지만 주방에서 만들어낸 요리도 빠짐 없이 포인트로 들어간 만찬.

웃고 떠들고 소리지르며 부플어오르는 활기는 그야말로 축제에 - 크리스마스의 저녁에 어울리는 것이었음.


살짝 상기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는 사령관을 바라보며, 리제도 작게 중얼거렸어.

메리 크리스마스, 바꿔 말해서-


- 잘 되게 해주세요….


라스트오리진이 아니라, 이 곳의 모두가.


*   *   *


파티 자체는 완전히 궤도에 올라탔으니 더 손대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

은근슬쩍 모인 각 부대의 지휘관 및 부관 바이오로이드와 리제를 데리고 사령관은 세인트 오르카를 향했어.

물론 서프라이즈 파티를 할 준비도 만반으로.


지휘관기들이 고깔모자라거나, 폭죽이라거나, 케이크라거나, 코끼리 피리 등을 등 뒤에 숨긴 모습은 참 기묘했지만 - 메이는 질색하는 반면 칸은 은근 의욕적이었다는 건 리제에겐 그리 놀랍지 않았음 - 그만큼 재미있기도 했어.


- 라비아타, 나야.


물론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 서프라이즈!? …… 어, 오빠?!

- 닥터?


서프라이즈가 교차하는 부분이었지.

세인트 오르카의 승무원들은 예상치도 못한 대규모 방문에 아연실색했고, 사령관과 지휘관들은 성장 닥터의 존재만으로 말문이 막혔으니까.

그렇게 얼빠진 채 시선만 교환하던 침묵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는 것으로 끝났음.


- 오빠 쪽부터 할래?

- 부탁해.


놀라움이 사라진 자리를 즐거움이 대신한 것은 금방이었지.

라비아타에게 사령관이 손수 적은 감사장과 휴가증을 전달하고, 각자의 파티 준비를 합쳐서 한꺼번에 축하하고.


- 저 때문에 다른 분들의 휴가가 줄어드는 것 같아서…….


라며 주저하던 라비아타도,


- 라비아타 통령의 노고를 생각하면, 이 정도도 부족하지.

- 음. 사령관이 있는 지금이라면, 조금 정도는 내려놓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저항군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마리와 칸의 이야기에 눈시울을 살짝 붉히면서 받아들였음.


- 정말 다행이에요, 주인님을 찾아낼 수 있어서.

- 나도 라비아타가 나를 찾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원작이랑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역시 저 둘의 관계가 아닐까.

리제가 내심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차례는 어느덧 닥터의 프레젠테이션으로 넘어가 있었어.


- 그래서, 건강한 육아라는 고지가 머지 않았다는 말씀!

- …….

- 어때? 놀랍지!


의기양양한 질문에, 사령관은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면서 닥터와 자신을 번갈아 보다가- 이 이상 없을 만큼 환하게 웃었지.


- 물론 완성까지는 조금 남긴 했는데-

- 괜찮아. 얼마가 걸려도 기다릴 테니까.

- 히히. 그럼 서프라이즈는 성공인 거야?

- 응. 아마 이것보다 기쁘면서도 놀라울 순 없을 정도로.


뭐, 사령관이라면 당연히 기뻐하겠지.

기뻐하겠지만.

그 당연한 반응이, 리제는 무엇보다 안심되면서도 좋았음.


- 태어난 후부터 투약하면 되니까, 여차하면 지금 만들어도 되는데?

- …….


닥터의 발언에 산통이 와장창 깨지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좋았으니 되었다고 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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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마무리가 가까워지고 있스빈다.

덧붙여서 이쪽 닥터의 성장약은 개인 취미가 아니라 나름 공인된 프로젝트에서 낸 성과였기에, 성장 닥터도 제대로 사이즈에 맞춘 옷을 입고 있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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