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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어서 라비아타를 비롯한 참모진은 모두에게 등을 떠밀리며 휴가를 즐기러 떠났음.

그리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배틀메이드 측으로 합류한 라비아타와는 달리 아르망은 조금 고민하다가 코헤이 교단 쪽을 택했지.

출발하기 전에 리제를 잠깐 걱정스레 바라보던 게 조금 신경쓰이긴 했는데, 심각한 문제면 직접 말해줬을 테니 뭐 소소한 일이겠거니.


지휘관들도 나눠받은 업무를 확인한 후에는 각자의 부대로 돌아갔고, 이제 세인트 오르카에는 운행에 필요한 최저한의 인원-포츈과 닥터, 그렘린 몇 명-에 콘스탄챠, 사령관과 리제 정도만 남아 있었지.


- 그러면, 한 발 먼저 오르카 호로 돌아갈까.


아무리 사령관이 능숙해졌다고 해도 참모진이 빠진 상태에서 업무 전체의 관리를 세인트 오르카에 설치된 간이 설비만으로 해니기는 힘들었으니까.


- 그럼, 출발할게요~!


운용 인원이 줄어든 덕분에 아나운스 역할을 맡게 된 그렘린이 흥겹게 외치는 것을 신호로, 세인트 오르카는 느릿하게 떠올랐음.

작게나마 발생하는 흔들림과 소음 속에서 리제는 콘스탄챠와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주고받고는 고개를 끄덕였지.


*   *   *


그리고 슬슬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둘까.


사령관의 말을 신호 삼아 리제는 자기도 모르게 기지개를 켜면서 앓는 소리를 냈음.

그래도 꽤 줄이고 나눈 일인데도 쉽지 않네.

한때 부관 일을 맡아봤던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진즉 나가떨어지지 않았을까.


- 수고 많으셨어요.

- 콘스탄챠도.


물론 잡무를 맡아준 콘스탄챠가 없었다면 더더욱 택도 없었을 테고.

건네진 차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누리고, 일행은 느릿하게 함장실로 향했어.

콘스탄챠도 따라오는 건 특이하다면 특이했지만 컴패니언의 동행에 익숙해져 있던 사령관은 그리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음.

그리고, 함장실의 문이 열렸을 때는-


- 늦었어, 인간.

- 아직 날짜는 안 바뀌었으니까 세이프거든?

- 흐아아암……?

- 기다리고 있었다네, 주군.


완전히 크리스마스 풍으로 꾸며진, 본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함장실에서 그리폰과 포츈, 좌우좌와 요안나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지.

사령관이 아연해하며 뒤를 돌아보면 말없이 웃고 있는 리제와 콘스탄챠가 있었고.


- 모두….


왜 이 멤버인가, 를 알아채지 못할 리는 없었지.

이번 휴가 기간 동안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기회가 잦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최초의 만남 자체가 사령관에게 깊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 서프라이즈예요. 제- 아니, 우리 모두의.

- 응. 정말 놀랐어.

- 덕분에 난 휴가도 접고 날아왔지만 말이야. 별로 인간이 쓸쓸해하던 게 마음에 걸린 건 아니지마……안?! 


평소대로 마음에도 없이 툴툴거리려던 그리폰이 입을 떡 벌린 건, 사령관이 지은 표정 때문이었어.

천장을 향해 고개를 올린 채 붉어진 눈시울을 누르는 건 - 리제도 본 적이 없었으니 뭐, 놀랄 만도 하다고 할까.

어느 정도는 예상한 리제도 새삼 생경한 기분이 들어서 사령관의 손을 가만히 잡아줬고.


사령관이 진정한 후에는, 모두가 모여서 소박한 뒷풀이를 즐겼지.


잠기운에 눈을 끔뻑이면서도 케이크는 기어코 볼이 미어터지게 우겨넣은 좌우좌에게 그리폰이 기막혀하고, 옛 이야기에 살짝 눈물샘이 약해진 콘스탄챠의 어깨를 요안나가 두드려주고. 포츈이 사령관이 오기 전의 '얌전하고 어른스러운' 리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서 사레가 들리게 만들고.


힘들었던 과거도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게 된 지금에 감사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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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짧긴 한데 이야기 단락이 잘 나와서 여기서 끊겠스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8248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