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충 세력의 최대급 연결체 네스트와의 전투에서 나타난 미지의 괴생명체와의 사투 이후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밤, 스틸라인 지원부대에 파견되어 머물던 라인리터가 지휘관용 관사를 찾았다. 

 

"연대장님, 어제 말씀드린 라인리터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만 여쭙고자 왔습니다.“

 

전투 장비를 모두 벗은 평상복 차림의 피닉스가 라인리터를 맞았다. 가벼운 옷차림과는 별개로, 최근의 끝이 없는 격무 때문인지 과연 밥은 먹고 잠은 자고 지내는지가 의심될 정도로 크게 피로한 모습이었다.

 

 

"저 AT72 라인리터는 과거 수많은 전투를 겪은 역전의 기사로서 어떠한 전장에서도 능히 활약할 수 있다고 자부하였으나, 그 증오스러운 철충 놈들과의 전쟁에서는 최전선에서의 사투는 커녕 불명예스러운 후퇴를 맛보았고, 지크프리트 요새가 붕괴될 때까지 절대방위구역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허나 연대장님께서는 이 오르카 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1세대 바이오로이드로서 그 1차 연합전쟁 이래로 한없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무공을 만방에 떨치고 있으니, 경애해 마지않는 연대장님께 제가 감히 가르침을 구하고자 합니다. 

 

 

피닉스가 대답했다.

 

"음... 가르침... 이라기보다도. 언제나 노력해서 자기 본연의 역할을 다한다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저로서는... 그런 말씀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부디 구체적인 교리로 말씀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훗. 그리 대단한 교범이 아니야. 나로 따지자면... 제대 내에서 선제공격이 어려우면 행동하지 말고, 공격지원이 없으면 공격하지 말며, 기동형 아군과 함께면 움직이지도 말고, 지정보호가 없으면 나서지 않았지."

 

 


"예? 아니,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물러서지 않는 공격정신이야말로 저희의 가장 기본적인 교리이며 행동원리인데, 저희의 모든 행동이 곧 종심돌파와 전과확대를 통한 섬멸전으로 이어져야 하거늘, 그리 한다면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이 지나치게 속박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피닉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 말은 이해하지만... 결국 그런 무조건적인 공세를 취할 때 전장에서 쓰러지는건 우리 오르카 호의 보병대야. 강경론을 내세우는건 쉽지만 쉽게 오가는 한두 마디가 앞으로 내몰리는 수많은 인명의 행방을 좌우하지. 전쟁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최선책을 택하는 것이 옳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지도 위의 숫자로 아군을 소모한다는 전제는 용납할 수 없어. 연합전쟁 시대라면 몰라도, 지금은 이게 사령관님의 방침이야."

 

 

"허나 저희들은 모두 도구로 태어난 전쟁병기로써, 전장에서 싸워 철충들을 몰아내기 위해 이 세상에 만들어졌습니다. 설령 무의미하게 파괴되더라도 후회는 없으며, 이미 그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외람되오나... 레드후드 참모장님께서도 동일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르고, 라인리터가 다시 음성을 자아냈다.

 

 

"그 날, 저와 동료기들 모두가 통감했습니다. 그 저주스럽기 짝이 없는 흉물, 별에서 온 오만한 짐승이 역겨운 몸뚱이를 놀리는 동안 그 어떤 용맹스러운 바이오로이드도 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제 말을 이해한다고 하셨습니까? 최선책이라 하셨습니까? 하늘의 옥좌에 앉은 인간들의 신, 피와 살로 이루어진 최고의 영웅들이 온갖 동기와 화려한 미사여구로 필연적인 공격을 논한들, 결국 똑바로 나아가는 총알 한 발 못한 공상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오르카 호가 세상의 마지막 인간과 함께 차가운 심해로 가라앉을 위기에 놓였지 않았습니까?. 놈의 혈족이 또다시 나타난다면, 바이오로이드들이 따라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바로 저희가 명령 없이라도 놈에게 달려들어 끝장내겠습니다. 설령 이것이 반역 행위가 될지언정, 저희 55연대의 AGS 모두가 논리회로를 공유하여 연산한 뒤 공동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저희 모두의 뜻이 같으며, 모두가 납득할 수 없는 한 이 결정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라인리터 103번. 연대의 군권이 나에게 있는데. 그 말을 입에 올린게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

 

"물론입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피닉스의 머릿속이 어두워진다.

 

‘지금 이 녀석에게 레드후드의 흉내를 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고... 이건 그냥 묵과하고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야. 어떤 말로라도 저들의 골을 메워야 한다.’ 

 

 

 

"제정신이라고 볼 수가 없네. 다시 생각해 보는게 어때? 연대 병력의 AGS 모두가 돌진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능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는 없어. 처음부터 잘못된 명령을 따라 사지로 들어간 경기병대의 돌격처럼 훗날 언젠가의 호사가의 입에서만 오르내릴 뿐, 명예도 실익도 무엇 하나 없는 개죽음이 되겠지. 애초에 우리들은 모두 아무 것도 다르지 않아. 그 방향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너희는 분명 바이오로이드들보다 우수한 전력이지만, 바이오로이드는 바이오로이드에게, AGS에게는 AGS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있어. 예를 들어 너에게는. AGS 병력들과 전열의 보호군, 그리고 주력인 스틸라인 부대가 전진하는 동안 공격 지원을 맡을 것."


그녀가 천천히 권총을 꺼내들며 말했다. 




 

"본래 그 공격 지원이란 것 역시 어느 하나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그에 호응하는 이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와 같은 고충을 가지고 계시다고 생각하여 연대장님을 찾아왔거늘, 연대장님께서도 그것을 모르셨습니까.“

 

라인리터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뭐?"

 

"곧 진정한 공격지원을 연대장님께 보여드리지."

 

"무, 무슨 짓이야?"

 

라인리터는 그 가냘픈 동체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안 되는 속도로 피닉스를 제압하고 피닉스의 아랫도리를 벗겨버린 후, 벽으로 밀어붙였다.

 

 

 

"이 AP는 좀 아플거다."

 

라인리터는 자신의 하반신에 장착된 60mm L/10 급유기를 전개한 후, 전광석화와 같이 피닉스의 엉덩이로 전진하였다.

 

"허, 허억…"

 

피닉스의 아픈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라인리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것이 공격지원의 이치이다. 한 사람은 공격하고, 한 사람은 답하기를 하면서, 결국은 서로에게 지극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 

 

‘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 틴틴틴틴틴틴틴틴틴틴!’

 

 

 

마침 주변에는 다른 간부들도 없었다. 레드후드는 당직이라도 서러 간 모양이고, 마리는 비밀의 방에 찾아간 모양. 덕분에 방 안에는 마찰음과 신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너, 너어... 반역도 모자라... 상관을 범하는게 얼마나 중죄인지를 몰... 라...? 나는... 사령... 간님에... 직속 부... 간... 으응, 으응…"

 

 

피닉스는 라인리터에게 당하면서도 이를 갈면서 부르짖었다. 라인리터는 계속적으로 허리를 움직이며 이렇게만 답할 뿐.

 

"군군신신부부자자라. 연대장께서 올바른 공격지원의 도리를 모르시니, AGS 로보테크 소속인 나라도 가르쳐줄 수밖에! 그래서 불치하문이라 하지 않았는가!"

 

‘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 틴틴틴틴틴틴틴틴틴틴!’

 

라인리터는 열심히 허리를 움직여 댔다. 피닉스는 더 이상의 반항을 하지 않았다. 다만 신음소리만 낼 따름이었다.

 

 

"하악... 아으... 안대... 사령관님 거보다... 훨씬 커... 으읏... 사령관... 님... 헤윽... "

 

 

"귀공. 아까전까지의 당당함은 어디로 가셨는가? 역시 네년도 별 수 없는 음탕한 섹돌 암캐에 불과했던 거다."

 

피닉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 틴틴틴틴틴틴틴틴틴틴!’

 

"후읏... 우으... 으앙...“

 

 

 

어느덧 8시간이 지날 무렵, 피닉스의 입에서는 하염없는 신음만 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기운도 빠진 듯, 두 손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으읏. 이제 때가 된 듯 하군. 나도 이젠 더 못 견디겠... 으, 으윽...!"

 

"읏,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응으으으앗!"

 

피닉스의 외마디 비명이 방을 메웠다.

 

 

 

한참 뒤, 자가진단을 마치고 뒤를 돌아본 라인리터는 깜짝 놀랐다. 피닉스는 온 바닥을 흥건히 적신 채 혼절해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몇 달이 흘렀다. 마리 사단장이 라인리터를 불러 물었다.

 

"스틸라인에서 합동작전을 뛸 때 누가 가장 화력지원에 뛰어났는가?"

 

 

 

라인리터는 약간 인상이 일그러지더니 뒤에 있는 부대원들을 돌아 본 후, 겨우 답하였다.

 

"피닉스 대령님이셨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둠 브링어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은 없습니다."

 

라인리터가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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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고 영감받았는데 어쩐지 피닉스한테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