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실존하는 인물, 사건 등과는 전혀 무관한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내 이름은 뤼팽. 탐정이다. 내가 주식회사 SM ART에서 일어나는 면류 제품 홍보 마케팅에 대한 비리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지 1주일. 나는 이 홍보 이벤트에 드리워진 어둠의 손길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냈다. 그리고 나에게 보내진 저녁식사 초대장. 내 예상이 맞다면 내가 향하는 이 발걸음이 끝나는 곳에서 배후의 인물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초대받은 장소에 도착하자 한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는 자신감있는 눈동자. 내가 예상한 바로 그 사람이다.



"역시, 당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 이사!"


"후하하하하. 용케도 진실을 깨달았군. 쓸데없는 변명으로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네가 어디까지 진실을 파헤쳤는지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어디 명탐정의 실력을 보여주지 않겠나?"



내 앞에 홀로 당당하게 나타난 배후의 인물. 그의 담대함은 인정하지만 이 승부는 이미 결착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팔짱을 끼고 있는 아 이사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뜬금없이 제품의 포장을 바꾸고 새로운 CM송을 만들겠다는 계획부터가 잘못이었다. 게다가 투표 순위가 가장 높은 3개 제품 모두에 적용시키겠다는 이상하기 이를데 없지."


"흠. 계속해보게."


"게다가 작년도 매출이 가장 높았던 라볶이 제품이었던 '라뽀끄루이'는 투표에서 제외하겠다니. 거기까지만 봐도 뭔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나?"


"아직까지는 초등학생의 소설 수준이로군. 좀 더 탐정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나?"



이런, 탐정의 미학을 모르는 놈이다. 어쩔 수 없군. 원래 이런 건 빌드업이 충분해야 제맛인데.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가야겠다.



"내가 이 투표에 얽힌 거대한 어둠을 느낀 것은 바로 이 자료다."


"호오...?"


※ 이 자료의 글자는 소설과 아무 상관도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도표의 예시입니다.


"이번 투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리라고 생각한 이 자료에는 당신의 음험한 계략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도사리고 있지. 이 투표는 '아라비아따 스파게티' 제품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충분하다는 것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었나?"


"흠. 결과만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인가. 실제로 인기있는 제품이 아닌가."


"하하하.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인줄 아나? 이번 일에 착수하면서 당신들 회사의 모든 직원에 대해 조사해봤다. 특히 아 이사. 당신은 아라비아따 스파게티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더군?"


"자사의 제품을 싫어하는 직원도 있나?"


"물론, 훌륭한 애사심이란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어. 하지만 당신이 저지른 부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당신은 당신네 회사의 아라비아따 제품을 최고 인기 제품으로 만들고 싶어했어. 그러려면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지.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아라비아따 스파게티를  밀어주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야. 다른 쟁쟁한 제품들도 많이 있고 말이지. 그래서 당신은 생각해낸거야. 인기투표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그것 참 재미있군. 계속 해보게나."


"회사의 높으신 분이라는 당신의 입장에서 대놓고 아라비아따 스파게티를 밀어주는 건 모양새가 안 나오지. 그래서 당신은 처음부터 투표 순위 1순위 제품만이 아닌, 3순위 제품까지 홍보 리뉴얼의 대상으로 삼은거야. 3순위에만 아슬아슬하게 걸쳐도 새로운 홍보 기회를 얻게 되니까. 기회만 얻고 난다면 얼마나 투자를 할지는 당신 마음대로 아니겠어?"


"흠. 나름대로 말은 되는 것 같군."


"당신의 치밀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아. 혹시라도 강한 대항마를 만나서 이변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모든 투표에서는 4종의 후보가 다음 투표로 진출할 수 있도록 룰을 만들었지. 이게 다 어떤 경우라도 3위는 문제없이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 아닌가? 혹시라도 1,2위가 될 제품과 만나서 조기탈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아니냐 이 말이야!"


"이런이런, 너무 흥분한 것 같군. 자네의 말이 맞다면 잠시 여유를 가지고 식사라도 하는게 어떤가, 애초에 나는 저녁식사를 위해 자네를 초대했다만."


"하.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남았나? 좋아. 끝까지 어울려주지."



중간을 너무 생략해서 별로 아름답지 못한 모양새가 되었지만 어쨌든 기선은 잡았다. 다음은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아 이사의 패배선언을 듣는 것 뿐. 아 이사가 준비할 수 있는 비장의 한 수라고 해봐야 소고기덮밥개발부에 보관중인 최면어플 뿐. 하지만 그 최면어플은 내가 몰래 고장낸지 오래다. 그러니 순순히 체크메이트를 받는게 좋을거야. 아 이사.



"자. 많이 들도록 하게. 나는 새로운 손님을 식사자리에 초대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는 버릇이 있어서 말이야."


"하하하. 이거 참. 스스로 자신이 범인이라고 선언하는 꼴이군. 뭐 좋아. 응해주도록 하지."



나와 아 이사의 앞에 놓여진 바로 '그' 아라비아따 스파게티 제품. 정말이지 담대함만은 따를 사람이 없을 정도군. 아 이사. 나는 천천히 젓가락을 들어 스파게티를 한 입 맛보았고 그 순간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았다.



"아니...이 맛은...?!"


"입에는 잘 맞나?"




"마...말도 안돼...! 이 내가 음식을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니! 최면어플은 내가 처리해뒀을텐데!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냐!"


"최면어플? 하하하! 나에 대한 조사가 불충분했군. 나는 그런 게 필요없다네. 자네의 패인은 지금까지 나의 꿀보이스를 듣고 있었다는 것이야.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 라비☆아따앙~♡'을 입에 댄 것도. 아, 지금부터는 말하기 힘든 걸 이해하니 천천히 듣도록 하게."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고쳐쓰는 아 이사. 하지만 나는 점점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스파게티를 씹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 계획은 자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만들어진 계획이야. 그래...예전에 '아! 라비☆아따앙~♡'을 2가지 맛으로 출시했던 때부터 말이지...아무래도 한 가지 맛으로는 세계를 지배할 수 없을 것 같더군."


"서...설마...그렇게 예전부터......"


"그렇다고는 해도 밑준비일 뿐, 본격적으로 계획을 시작한 건 지난번 CM송 제작을 할 때쯤 부터라네."


"그 때 부터라니...그렇다면......철충뮤직을 점령하는 이벤트도...?!"


"그래. 그 것 부터가 내 계획의 시작이었지. 회사 내의 반대파들을 설득하려면 충분한 실적을 확인시켜줘야 했지. 그래서 내가 조금 힘을 써서 목표를 달성했던 거라네."


"그...그렇다면...그 천마원 공약도 노린 거였나...!"


"물론이지. 천마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내 야망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깝지는 않네. 그리고 무엇보다도...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나?"


"크....크읏....하...하지만...반드시 당신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자네가 지금 왜 이렇게 된 건지 잊었나?"


"무...무슨....설마....!"


"어~륀지가 아주 좋은 일을 해주었어. 내가 목소리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는가."


"크...크읏....에라이 3회 방송을 할 생각인가...!"


"이 정도면 설명은 충분하겠지? 자, 대화는 이제 끝났으니 마저 드시게."



아 이사의 말을 듣자 입과 손이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스파게티를 위장으로 밀어넣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안돼...! 나는...! 깐프 크림 파스타가 가장 좋았는데...! 크읏...머...머리가....!



"아! 라비☆아따앙~♡!!!!!"


"후후후. 끝까지 다 먹었군. 그래, 기분이 어떤가."


"저를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이사님. 앞으로 아 이사님의 야망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하하하. 어둠의 라비단...아니지, 우리의 새로운 지지층이 된 것을 환영하네."



그렇게 탐정 뤼팽은 죽고 새로운 아라비아따 스파게티의 열광적인 지지자가 하나 탄생했다. 과연 아 이사의 계획은 성공해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인가.





- 1달 후 -



- 끝 -



구상할 때는 재밌었는데 쓰고 보니 약만 빨았지 재미가 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