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8665794


--------------------------------------------------------------------


- 저 혼자로 충분해요.


예상하지 못한 발언에 리제가 당황하는 동안, 사령관은 별 말 없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어.

정찰 결과에서 예상되는 철충의 규모과 레아의 능력을 가늠한 것이겠지.

회의에 참석한 전원 사이에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긴장감이 흐르고-


- 감당해낼 수 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정보를 찾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인데, 어때?

- AGS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에이다 씨의 단말이라거나, 보안 상태에 따라서는 램파트 씨 정도로도 충분할 수도 있고요.

막힘 없이 나오는 대답에서, 레아가 충동적으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란 점은 분명했어.

흔들리지 않는 미소의 레아를 한동안 관찰이라도 하려는 듯 쳐다보던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 기묘한 대치 상태는 해소되었지.


물론 그것으로 완전히 끝이 아니라는 것은 - 회의가 파할 즈음 해서 사령관이 리제에게 가볍게 보낸 눈짓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   *   *


- 언니.

- 어머, 엘리.


저 엘리라는 별명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 걸까.

들을 때마다 매지컬 프린세스 엘리자베스가 생각나서 영 꺼림칙한데.

-라는 불평을 내심 몇 번이고 하면서도 직접 말로 꺼낸 적이 없는 건, 참으로 의외롭게도 정전기가 무섭기 때문은 아니었음.

자신에게 순수하게 호의를 향하는 대상에게 굳이 싫은 소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얼굴 가죽이 두껍지 않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레아가 자매에게 상냥한 성격이기는 해도 자신에게 향하는 호의는 뭔가 방향성이 다른 것 같은데 설명은 못 하겠고.


그렇게 다소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따라오는 리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레아는 몸을 빙글 돌려서 오르카 호의 복도를 나아가며 말했음.


- 혹시 주인님께서 기분 상해 하셨을까? 너무 갑작스럽게 억지를 부려서.

- 그이가 그럴 리 없다는 건 알고 계시잖아요.

- 응, 그랬지.


그 사소한 걱정 가지고도 리제의 대답에서 살짝 뾰로통한 기색이 어린 걸 눈치채고 레아는 스스럼없이 웃었음.


- 그러니까야.


……응?

사령관이 관대한 거랑 자원봉사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길래?

점점 더 영문을 알 수 없게 된 리제에게, 레아는-


- 정말로,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라고, 언젠가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시 읊조렸지.


*   *   *


리제 기준에선 도무지 만족할만한 대답이라고는 할 수 없었는데, 대화를 전해들은 사령관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음.

뭔-가 소외된 기분이 들어서 찜찜하긴 하지만 깊게 파고들고 싶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리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리제는 깔끔하게 레아가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그 문제를 내던지기로 했지.


다음 문제는 복원이 완료된 아우로라인데, 초대면에서의 인사나 브리핑 같은 건 무난하게 진행되었어.

다만-


- 여, 여기이….


기능 점검 겸 만든 디저트를 선보이는 자리에 리제 본인이나 경호 담당 컴패니언은 물론이거니와 소완에 알렉산드라까지 모인 상태였다는 게 결정적으로 달랐지.

거기에 하필 오늘의 경호 담당은 블랙 리리스.

뭐야, 이 초고난이도 압박면접은?


벌써부터 눈이 뱅뱅 돌아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아우로라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 지는 분명했지.

도와주고 싶긴 한데 뾰족한 방법도 없어서, 하다못해 스콘이 만족스러웠다는 상투적인 반응이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 기술적인 면은 합격이옵니다.


소완 쪽에서 먼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어.

원작의 퇴짜 연발에 비하면 목적이 짬처리(?) 라고는 해도 복원을 신청했을 정도니 나름 좋게 봐 주는-


-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되겠군요.


것일 리는 없었네.


- 네? 저기, 뭐, 뭐를요……?

- 당신께 주어진 첫 일이 무엇인지는 기억하고 계시옵니까?

- 아, 네. 그러니까 여기 분들에게 초콜릿을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 뛰어난 장인과 뛰어난 교사는 다른 법이지요.

 신청을 한 대원의 수가 적지 않으니, 낭비가 없도록 교수법을 익혀 주셔야겠어요.


시간이 별로 없으니 엄격하게 가겠다는 통보까지 덤으로 붙이며, 알렉산드라는 채찍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탁탁 두드렸지.

결국 아우로라는 오래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손에 연행되듯 끌려가버렸음.

막차 타는 심경으로 맛있었다고 전해주긴 했는데, 저 상태에서 잘 들리긴 했을지는 모르겠네.


--------------------------------------------------------------------

다음 편은 Ex로 레아 시점일 것 같스빈다.

본편에 포함되는 내용이라 딱히 외전은 아니빈다.


그리고 2회 미스 오르카 투표에서 리제를 제발 잘 부탁드리빈다… (9)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8791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