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


- 리리스를 아쿠아에게 보내고, 므네모시네와 단 둘이서 기억의 방주로 향하는 동안 나는 므네모시네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괜찮을까, 므네모시네?]


- 본 개체는 관리자님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므네모시네가 좋아하는 것은?]

[방주에선 어쩌다 나가게 된거지?]

[보호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소에 하는 것은?]


*******************************************************

1.


 

- 본 개체의 선호 사항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본 개체는 방주를 관리하면서 본 개체가 체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검색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혹은, 그러한 것들 중 몇몇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을 시청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므네모시네는 잠시 뜸을 들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그리고, 방주에 나가게 되면서 들꽃을 실제로 보게 된 후,

그것에 대해 관찰, 조사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뿐이지만.


------------------------------------------------------

2.


 

- 본 개체가 방주 밖에서 방주를 관리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처음엔 철충들은 바다를 건너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기가 지나자, 철충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다를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철충들의 공습을 AGS, 글라시아스가 최대한 막았지만 AGS 1기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랬겠지. 바다를 건너올 정도였다면 그 수는 짐작도 되지 않는군.]


 

- 포세이돈에서 만든 홀로그램 생성기를 가동하라는 말과 함께 AGS 글라시아스는 폭주하기 시작했고,

본 개체는 홀로그램 생성기의 가동을 위해 빅 다이오메드를 돌아다녔습니다.

AGS 글라시아스는 극저온 파동과 함께 빅 다이오메드의 철충을 날려버리고,

수복모드로 들어가면서 본 개체에게 리틀 다이오메드로 피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철충들이 방주를 노리진 않았나?]


 

-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본 개체는 짐작할 수 없지만 다행히 철충들은 방주를 노리진 않았습니다. 

본 개체는 리틀 다이오메드로 이동하여 홀로그램 생성기를 가동하여 버텼습니다.

하지만 빅 다이오메드의 레이더가 파손되어 주변 상황을 알아낼 방법이 없어, 리틀 다이오메드에 고립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도중, 관리자님 휘하의 바이오로이드를 발견, 통신을 시도하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

3.


 

- 본 개체의 보호 능력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본 개체, 므네모시네는 후열에서 좌익, 우익, 전열의 아군을 고온,고열로부터 보호하는 보호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증폭기를 전개하여 잠시동안 적들의 행동을 더디게 만들고 더 쉽게 빙결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적이 어느 정도 적응을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

4.


 

-본 개체의 입력된 일과 루틴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본 개체의 일과는 방주의 극저온 저장고의 온도, 내용물의 상태 확인으로 시작합니다.

극저온 저장고의 온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극저온 저장고의 상태 확인으로 행동이 수정됩니다.

현재까지 극저온 저장고의 상태가 문제가 생긴 경우는 5회로,

그중 4회가 AGS, 글라시아스의 영향을 받은 경우입니다.


극저온 저장고의 확인이 끝나면 그 다음은 기록 보관소의 확인입니다.

기록된 내용 중 손상된 내용이 없는지 확인, 손상된 데이터가 있을 경우 복구를 시도합니다.

현재까지 데이터 손상 횟수는 14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관리자님과 유전자가 일치한 인물의 신상 정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가 끝나면 무엇을 하지?]


 

- 통상적으로, 해당 작업을 모두 완료하면 남는 시간은 방주의 경비에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나 리틀 다이오메드로 이동한 후... 경비에 할애된 시간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 개체는 처음엔 기록 보관소에서 와쳐 오브 네이쳐의 영상을,

그 다음엔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영상을...

나중에는 제 발로 직접 섬을 둘러보곤 했습니다.


리틀 다이오메드는 몇몇 주거시설, 통신장비를 제외하면 바위로 이루어진 작은 섬일 뿐입니다.

그러나... 아주 가끔 기온이 상승할 때면... 리틀 다이오메드의 바위섬에도 풀이 자라고, 들꽃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본 개체가 처음 들꽃을 보았을 땐, 그것을 손으로 잡으려 했지만 이내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냉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 아니었어?]


- 기분 탓이었을까, 므네모시네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듯 보였다.

 

- 그렇습니다. 본 개체는 냉기 능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본 개체는 처음으로 들꽃이란 개체를 발견하고... 처음으로 불명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 감정을 느낀 순간, 잠깐동안이지만 본 개체의 능력 제어가 약해졌고... 들꽃은 얼어붙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들꽃을 발견하지만, 직접 손을 대지 않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오르카 호에선 여기보다 꽃을 볼 기회가 많을 꺼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관리자님과의 대화에서 그 불명의 감정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잠시 절제의 시간을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괜찮지 않아? 갑자기 날 꽁꽁 얼릴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야.]


 

- 관리자님의 제안을 승인합니다.

... 기억의 방주에 거의 도착. 전방에 관리자님의 대원으로 추측되는 인원 발견.


************************************************************************

21SummEv2_MainEp5Ed_01.txt

************************************************************************


- 어서오세요, 주인님!

...어? 리리스 언니는 어디 가셨죠?


[리리스는 특별한 임무를 받고 이동중이야. 다른 탐사팀은?]


- 사령관. 글라시아스와 다른 탐사대원은 공동의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만나보는 것을 권장한다.

 진행할 임무는 다른 지휘관들에게 하달받았다.

기록된 정보와 유전자 보관고의 전송은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이행하겠다.


[고마워. 조금만 더 고생해줘, 알바트로스.]


 

- 알겠다. 사령관. 경계 임무로 복귀.


-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조금 지나자 커다란 공동이 나타났다.

이미 화면으로 본 적이 있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동에, 커다란 강철의 용이 자리잡고 있었다.


- 오, 사령관! 여기야, 여기!

어때? 이 커다란 공동을 본 소감은?


[화면으로 본 것보다 넓어서 놀랐어.]


 

- 그렇지, 그렇지?

이런 것 때문에 탐험은 빛이 바랠 일이 없다니까?


 

- 이해 불가. 해당 공동은 화면, 영상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 아, 이 분이 글라시아스가 말하던 '얼음의 현자'구나!

음... 맞아. 확실히 이런 걸 영상으로 전송받아 모니터 화면으로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는것과는 많이 달라.

피부에 닿는 공기, 냄새, 발에 닿는 대지의 감촉...

피로감 끝에 발견한 장엄한 광경...

그런걸 보게 되면 두근두근해진다니깐?


 

- 인식명, 트리아이나에게 질문합니다.

두근두근이라는 건...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생기는 느낌인 것입니까?


 

- 어? 어음... 그렇지?

물론 그럴때만 두근대는건 아니지만...


- 소란스러워진 것을 보니, 손님이 여길 방문한 것 같구나.

허나, 조금 목소리를 낮추어 줄 수 있겠는가?

여기엔 지금 안식을 취하고 있는 공주님 한 분이 있어서 말이지.


[공주님 한 분? LRL?]


- 글라시아스는 몸을 웅크린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 네가 말하는 LRL이, 스스로를 진조의 프린세스라고 하는 아이가 맞느냐?

그 아이는 내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그래, 맞아.]


 

- 비록 공주님이 잠들었지만,

손님이 왔는데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 글라시아스가 고개를 들어 나와 므네모시네를 바라보았다.



- 안녕하십니까. AGS, 글라시아스. 55년, 4개월, 11일만에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므네모시네의 인사를 못들은 건지, 글라시아스는 계속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 ...! 그대는...

설마...운명이란 정말 얄궂구나.


[왜 그러지?]


 

-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그대의 모습이,

내 맹우의 모습과 흡사해서 놀랐을 뿐이다.

...그래, 기억의 방주를 그대의 배로 옮긴다 하였는가?


[그 편이 므네모시네에게 좋을 것 같아서.]


 

- 그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아는가?

신중히 생각을 하고 말한 것이길 바란다.

그대는 지금, 자신의 재보를 지키는 용에게 그 재보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물론. 그리고 난 네 재보를 달라고 한 적은 없어.]


 

- ...무슨 의미지? 얼음의 현자에게 양도받은 이 기억의 방주는 나의 것.

그 안의 것을 가져가는 것은 곧 내 재보를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재보를 여전히 네가 지킬 수 있다면, 너에게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겠지.]


 

- 그것은 그대의 생각인가? 아니면 얼음의 현자가 한 생각인가?


- 므네모시네의 생각이지. 므네모시네는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하여 널 데려가는 것을 권했지만,

난 단순히 므네모시네가 전력을 생각해서 이야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오랫만에 다시 만난 친구가 이곳에 홀로 남는걸 바라지 않는 눈치였지.


- 친구라고...? 너는 용과 인간이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보느냐?

너희는 우리의 힘만을 원하지.

여기를 지키고, 저기를 파괴하고, 그것을 멸하고.

그저 전쟁 병기일 뿐인 것을, 너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보는 거냐?


- 강철의 용은 어느새 머리를 내 앞까지 들이밀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머리만 가까이 있을 뿐인데도, 용이 내뿜는 한기가 몸에 서리는 듯 하다.


[므네모시네를 부탁한다는 말, 기억해?]


 

-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건 전쟁병기가 아니라 친구를 걱정하는 주책맞은 도마뱀에 더 가까운데.]


- 잠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내 말을 듣고 트리아이나도, 엠프리스도, 스노우페더도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 (으아, 사령관 이 바보! 용한테 도마뱀이 뭐야, 도마뱀이!)


- 엠프리스가 입을 뻥긋거리면서 바들바들 떠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글라시아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글라시아스의 머리가 뒤로 물러났다.


  

- ...그래. 그 눈.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그 눈동자 말이다.

보면 볼수록 용살자와 똑 닮았구나.


[글라시아스, 너의 대답은 어떻지?]


 

- 그래, 방주의 내용물을 옮기거라. 그 동안 잠시 시간을 다오.

짧지만 나름 긴 시간을 이 곳에서 보냈으니, 마지막으로 이 곳을 둘러볼 시간은 필요하지 않겠느냐.


[그러도록 해. 그리고, 고마워.]


 

- 사령관, 오르카 호에서 급보가 왔다.

3번째 홀로그램 생성기가 갑자기 튀어나온 AGS에게 파괴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틸라인이 경계를 서고 있었잖아?경계팀의 피해는?]


- 경계팀의 피해는 없다.

AGS는 갑자기 사각에서 튀어나와 자폭을 시도하였고, 대원들이 아닌 생성기만을 노렸다고 한다.


[상황이 안좋게 흘러가네... 생성기가 모두 파괴되면 글라시아스가...]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설마, 지금 이 상태에서 저 봉인석이 모두 파괴되면 그대는 내가 미쳐 날뛸꺼라고 생각하는 건가?


[므네모시네에게 그렇게 들었어. 홀로그램 생성기가 분노를 봉인하는데 쓰였다고...]


 

- 분명 그랬지.

그러나 지금은 내가 이성을 모두 회복한 상태.

저 봉인석에 담은 내 분노가 되돌아온다 해도 셋으로 나눈 것이 한꺼번에 오지 않는 이상, 그 분노를 제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거란다.


[그 말은... 지금 하나가 파괴되었으니...]


 

- 그래. 오히려 하나가 먼저 파괴된 덕택에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란다.

그러니 안심하고 방주의 이전 준비를-


- 주인님, 긴급 상황이에요.

레모네이드 감마가 다시 연락을 취해왔어요!


다음 사이드 스토리

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