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는 불도를 닦으며 깨달음에 대한 이치를 추구하고자 했다.
이념을 전파하고자 고국에 가고 있던 승려는 근처 마을에서 이름 난 고승 하나가 다비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흥미가 생긴 승려는 이를 구경하고자 했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 하나가 그를 말렸다.

 “하지만 스님, 그 마을에는 요상한 악귀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악귀는 모두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업이 높은 고승의 다비를 직접 보게 될 귀한 기회가 또 얼만큼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며 승려는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마을로 향했다.

근처에는 마을 사람들 뿐 아니라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좌탈입망의 고승 시신을 보며 사람들은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암송하고 있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그것은 고승을 기리는 명호라기 보다는 흡사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조바심 같았다. 

나무에 불쏘시개가 넣어지고 연잎에 불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목탁 소리가 울려퍼지자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기 시작되었다. 

곧 이어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수습된 사리의 양을 보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담겨진 사리는 2과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장면을 지켜 보는 모든 이들은 술렁거리더니, 점차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도를 닦았던 분이, 이 정도의 사리 밖에 나오지 않는 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수행이 부족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 
“선업을 닦지 못하였습니다.” 그 광경을 본 승려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 복을 빌어주는 것이 아닌 사비의 대소에 집착하는 민심도 낯설었으며, 명성이 높은 고승이라면 그에 걸맞는 양의 사리가 나오리라 스스로 조차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뒤에 있던 구경꾼에게 말을 걸었다. 
“저들은 어찌하여 신성한 의식에서 저리 분노하는 것이오?”. 그러자 구경꾼 중 나이가 매우 많은 노인 하나가 대답했다. 

“서민들은 자신들의 생활이 궁핍하여 기적을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그대 역시 불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데,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승려는 사뭇 노한 어조로 말했다. 

“출가자가 몸을 닦고 성품을 기르며 열반에 도달할 때 사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함부로 바라는 것이 아니며 무릇 자연스럽게 비롯되는 것인데 어찌 기적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지금 장례를 치르고 있는 저 고승은 평생토록 선행을 쌓으신 분으로 자자합니다. 자신의 식량을 빈민에게 나눠주고, 헐벗은 이에게는 의복을 베풀었습니다. 하지만 저들의 말마따라 부처의 뜻에는 결국 도달하지 못하였는지 사리는 2과도 채 나오지 못했습니다. 생전에는 존경받고 덕으로 이름을 알리어도 후세에는 열반에 오르지 못한 불쌍한 중이 된 것입니다. 스님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부끄럽지 않게 지금까지...” 

“어느 절의 스님은 다비에서 300과의 사리를 얻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바야흐로 치성하니 오색 빛이 번쩍였고 다 타고 남은 사리는 구슬처럼 둥글었다고 합니다. 나라에선 그를 위하여 4채의 절을 지었습니다.” 

승려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허나 사리는, 공양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부타가 8말 8되의 사리가 나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스님 역시 언젠간 육체가 노쇠해져 극락왕생의 품으로 향하겠죠, 모두가 다비를 구경할 날이 올 것입니다.” 

“.....................” 

“유골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면 그대는 장차 삼계의 죄인이 될 것이고 모든 정성은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리, 모두의 눈이 트일 만큼 번쩍이는 사리들이 쏟아진다면 그대의 이름은 후세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황제는 감탄하여 그대의 이름을 딴 백 간 짜리의 절을 지어줄 것이며 , 온 나라의 사람들은 그 탑을 보며 염불을 외울 것입니다. ”

 “.....................”

 “스님은 장차 위대한 미륵이 될 몸이시기에 이 비천한 노인이 몇 마디 일컬어주는 것 뿐입니다. 스님, 여기서 5리를 더 가면 나오는 한 언덕에는 오래 된 불탑이 몇 개가 있습니다. 낡고 부서져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탑입니다. 그 탑 속에는 잊혀진 고승들의 치아사리가 봉양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면 흙으로 돌아가 모두 무가 될 것입니다. 그를 취한다면 스님에게는 어찌 부타보다도 많은 사리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제서야 승려는 그 노인이 노인의 목소리도 아니었으며 행색도 이상하다 생각되어 얼굴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노인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순간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승려는 마귀의 놀음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노인의 말을 잊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잠을 청하려고 하여도 계속해서 노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 날 밤 승려는 잠이 오지 않아 산책을 할 겸 밤길을 걸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오래된 탑을 한 바퀴 돌고 있었다. 그 탑은 승려가 머물던 곳에서 5리는 떨어진, 노인이 일컬어준 그 언덕이었다. 탑에는 아주 오랫동안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지역 설화 일부 발췌> 한 밤 중에 이 지역의 탑과 불상 주위에는 수상쩍은 소리가 들린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와 함께 긴 팔과 손톱,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입을 가진 아귀가 출몰한다고 한다. 깨진 염주를 쥐고 있다는 묘사도 있었지만 자세한 묘사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아귀가 다녀간 후에는 봉양되어 있는 사리함이 억지로 열려 있고 안에 있는 내용물은 모두 사라져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머물게 되는 스님들은 반드시 홀로 잠에 드는 일이 없어야 하며 근처의 절에 방문하여 마귀를 물러가게 하는 부적을 지니고 다녀야만 한다. 

이 지역에는 이 설화가 널리 퍼지게 되어 다비를 행할 때 마다 사리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 현대까지 이어졌다.

亦僧子乎 (여승자호)
亦僧子乎 (여승자호)
今汝不必僧 (금여부필승)
魔羅汝不極樂往生 (마라여부극락왕생) 

해석한 말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승려입니까?
당신은 승려입니까?
당신은 더 이상 승려가 아니며, 
요괴는 극락을 갈 수 없습니다.” 

스스로가 요괴가 되었음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승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