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




“나앤, 빨리 와봐! 이 집 완전 좋아!”

 

저택 안으로 들어간 대장은 펄쩍펄쩍 뛰며 나를 불렀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애였다. 내가 대장이랑 있는 건지 애랑 있는지. 나는 대장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대장님, 진정 좀 하세요. 그러다가 넘어져서 중파라도 되면...”

 

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말문이 턱 막혔다. 겉과 달리 안은 웅장하고 나를 압도시켰다. 이 저택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취침 전 대장에게 읽어주는 동화책에 나오는 궁전이 맞는 표현 같다. 아니 그것보다 더 멋지고 더 웅장했다. 나를 처음 반기는 유리로 된 화려한 샹들리에와 목재로 된 계단이 양쪽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왼쪽 통로에는 그림들이 걸려있었지만, 오른쪽 통로는 미사일을 맞은 듯 무너져 내려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대장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앤, 나앤. 나 여기 살래! 이제부터 여기가 내 집이야.”

 

“대장님, 여기서 산다면 아무도 대장님을 보러 안 올 텐데요.”

 

“걱정 마. 내가 오르카 호 바이오로이드들 전부 초대할 거니까. 특히 사령관님 먼저 초대할 거야. 사령관님과 단둘이서 이곳을 걷다가 손이라도 잡으면... 꺄아아아! 나앤 나 사령관님 아내가 되는 거지? 그치?”

 

“대장님, 몇 번을 말합니까. 손잡았다고 다 아내가 되는 게 아닙니다. 손잡는 행위로 아내가 된다면 대장님 자리는 없었을 겁니다.”

 

“아아아아악! 나앤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나 화나면 무섭다아!”

 

내 말에 열이라도 받은 듯 양 볼에 바람을 넣고 뿌우거리며 날 노려봤다. 하는 짓이 귀여워 웃음이 나오지만 웃었다간 오르카 호에 나쁜 년으로 소문이 날 게 뻔해서 참기로 했다. 여러므로 피곤한 대장이다.

 

“죄송합니다. 대장님. 지금 시간이 얼마 없으니 어서 수색하러 가시죠.”

 

“이번만 봐주는 거야 나앤. 지켜보고 있을 거야.”

 

건성으로 대답하며 움직였다. 이럴 땐 빨리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다. 

 

나는 메이 대장님과 함께 돌아다니며 집 구조부터 파악했다. 2층 구조의 집은 1층엔 전시품이 우리를 반겼고, 2층엔 수많은 방이 존재했다. 이런 집을 유지하려면 꽤 고생하겠다고 생각했다. 돌아다니며 가져갈 물건들과 수색할 방을 체크한 후 1층에서 그림 구경 중인 대장님에게 갔다. 

 

“대장님, 집 구조 파악은 끝났습니다. 복귀 시간이라 오늘은 이쯤하고 돌아가시죠.”

 

“아, 나앤 왔어? 이거 그림 봐봐. 이 그림 되게 웃겨.”

 

“긴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이마가 넓네요. 근데 왜 눈썹은 없는 거죠?”

 

“어느 바보 작가가 그리다가 눈썹을 깜빡했나 봐. 크크크.”

 

“대장님, 이제 그만 가셔야 합니다. 대장님!!”

 

메이 대장님은 웃느라 내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나 보다. 다른 그림을 보러 가는 대장님을 결국 붙잡았다.

 

“대장님, 복귀 시간이라 어서 돌아가야 합니다.”

 

“히잉. 나앤 좀만 더 보자. 좀만. 아 좀마아아아안”

 

“안됩니다. 어서 가시죠.”

 

“아아아앙. 나애애애앵.”

 

메이 대장님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바닥에 누워 징징거린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할줄 몰라 대장님 뜻대로 해주지만 난 다르다. 나에겐 공략법이 있으니까.

 

“메이 대장님의 뜻은 알겠지만, 사령관님이 메이 대장님을 기다린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가야 합니다.”

 

“엣헴. 뭐 하고 있나 나앤. 어서 돌아가자고. 이러다 늦겠어.”

 

바닥에 뒹굴고 있던 울보 대장님은 어디 가고 무용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군기가 바짝 든 대장님이 서 있었다. 그렇다. 사령관님이 기다리고 있단 말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리 바보 대장님은 사령관님이란 말에 즉각 반응한다. 이렇게 난처할 때 쓰면 즉각 반응한다.

 

“우헤헤, 사령관님. 금방 갈게요. 좀만 기다리세요~”

 

수색 장소로 올 때만 해도 거의 중파 수준이었던 대장님이 돌아갈 때는 막 수복실에서 뛰쳐나온 듯 쌩쌩했다. 그래, 이거면 됐다. 이대로 복귀하면 안 업어도 되겠지.

 

“나애앵. 나 다리아파아.”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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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로 복귀한 나는 곧바로 사령관님에게 보고 드렸다. 집 구조와 가치 있는 물건들을 설명해 드렸고, 몇 번 더 가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다. 그동안 우리 대장님은 내 뒤에 서서 사령관님만 쳐다봤다. 보고가 끝난 후 나가려고 할 때 ‘고생했어, 메이’라는 사령관님의 말에 얼굴이 머리색보다 더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간단한 묵례와 함께 뛰쳐나갔다. 저 한마디에 이렇게 과한 반응을 보인다니. 역시 아직은 어린 애인가 보다. 

 

 

“우헤헤. 나앤 너도 들었지? 사령관님이 내 이름을 불러줬다고! 꺄아아아~”

 

“대장님, 이제 그만 잘 시간입니다. 어서 자야 내일도 수색하러 나가죠.”

 

잘 시간이 되면 나는 메이 대장님을 재우고 내 방으로 돌아가 잔다. 평소에는 동화책을 읽어주지만, 오늘은 읽어주기엔 힘들 거 같다. 사령관님의 한마디에 이렇게 들떴다니. 

 

“메이, 나 심장이 두근거려. 사령관님과 한 걸음 더 가까워졌지? 그런거지?”

 

“네 대장님. 그러니 어서 잘까요? 내일 일찍 가서 더 많이 가져오면 사령관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나는 영혼 없는 대답으로 대장님의 말에 공감해 줬다. 오랜만의 수색 작업이라 피곤해서 빨리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알았어. 나앤도 어서 자. 그래야 내일 일찍 수색하러 나가지.”

 

“네, 그럼 대장님도 잘 자요.” 

 

“응. 잘자 나앤.”

 

대장님은 만족한 듯 토끼 인형을 껴안았다. 나는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왔다. 이제 해방이다. 어서 가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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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앤, 나 너무 아파.”

 

어린아이가 침대에 누워있다. 아프다며 괴로워하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가씨, 제가 안아드릴게요.”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줬다. 아이는 조금 나아진 듯 몸부림치지 않았다. 

 

“나앤, 노래 불러줘..”

 

“알겠습니다. 아가씨.” 

 

나는 아가씨라 불렀다. 이 아이가 아가씨인가 보다.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노래가 끝나자 방금까지 살아있던 아이가 피를 흘린 채 내 무릎에 누워있었다. 

 

“으아아아악”

 

허억허억

 

평소와 다른 꿈이었다. 하지만 방금 겪은 듯 너무 생생했다. 게다가 꿈에서 노래는 처음 불러보는 노래다. 근데 왜 잘 알고 있는 거지? 이게 뭐지? 누군데 내 무릎에서 피 흘리며 죽은 거지? 뭐야? 악몽인가? 머리가 아프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거다. 그 집에 가고 난 후 꿈의 내용이 달라졌다. 그 집에 뭔가가 있다. 

 

“정말 일찍 가야 할 판이군. 꿈에 대한 해답을 얻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