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레드후드와 첫날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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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바탕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 날.

그날도 평소와 다를바없이 스틸라인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있었다.

"하아... 병장을 경계 세우는 게 어딨어... 으아아... 날씨는 또 뭐야..  왜이리 더운거야..."

"후우...이거 받으세요. 아이스팩이에요. px애들한테 받아왔어요. 데고있으면 조금은 시원해질거에요. ...그러게 하필이면 걸려도 연대장님께 걸리셔서는..."

"그 얘긴 더이상 꺼내지마...으아...집가고 싶어.. 집 보내줘..."

노움이 건네준 아이스팩을 이프리트는 뜨겁게 익은 얼굴에 문지르면서 이 지옥의 불길같은 더위를 욕했다.

두달... 앞으로 두달만 기다리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

돌아가면 여름엔 에어컨틀고 치킨먹고 자고
겨울엔 전기매트 위에서 한발짝도 안나가야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이 불지옥을 견뎌보려했지만 집가고 싶다는 마음만 배로 커졌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무더위로 고생하며 경계를 서고 있을 때 였다.

"이프리트 병장님. 저쪽에 있는 남자애 이쪽으로 오는것 같지 않나요."

"뭐야... 이쪽으로 왜오는건데? 진짜네... 입대하러오나... 쟤가 오면 난 집에 가도 되는걸까..."

"병장님...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말이 되는 소릴하세요.그리고 오늘은 신병오는 날도 아니잖아요."

이윽고 남자는 둘이 서있는 곳까지 다다렀다.

"기다려주십시오. 무슨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노움이 남자를 제지하며 묻자 남자는 긴장한 듯 말을 조금 떨며, 들고온 아이스박스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저, 실례합니다. 그. 사람을 한 명 만나러 왔는데요..."

사람? 누구 만나러 온거지?  아이스박스인거 보니까... 도시락같은 건가?
차는 없는 거 같고... 나이는...아직 학생인가?

"어떤 분을 찾아오신겁니까? 어디 소속인지 말씀해주십시오."

"17연대라고 했어요."

"17연대... 대대는요?"

"네? 대대요? 그냥 17연대라고만 했는데... 대대같은 건 말 안해줬어요..."

노움의 대답에 남자는 당황했다.

그녀가 연대만 알면 된다며 17연대라는것만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군인이 아닌 그로썬 노움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고, 그는 그녀가 알려준대로 연대만알면 그녀를 찾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신원확인이 되지 않으면 부대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그 말에 남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비춰졌다.
여기까지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녀를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자신이 직접 시장을 둘러보며 재료를 골랐다. 아침부터 정성들여 만든 도시락인데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후...야. 노움. 쟤한테 누구 만나러 왔는지 물어봐봐. 우리 연대라고하니까 혹시 모르니까... 누구 남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 더위에 직접 저렇게 바리바리 싸왔는데... 그냥 돌려보내기는 그렇잖아..."

아까 올 때 저쪽 길에서 걸어왔으니까... 아마 버스타고 왔겠네.

버스정류장에서 여기까지 보통 걸어서 한 15~ 20분 정도 걸리는데...


흠... 이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가 자기가 직접 운전해서 왔을리도 없고..

저 아이스박스도 꽤 무거워보이고...

이 여름에 저런거 싸들고 여기까지 직접 온다고...? ㅁㅊ...

누구 남친인지는 모르겠는데 쟤 여자친구는 완전 복에 겨웠네...

아으....쬬끔 부럽네...

"후.. 알겠어요."

"저기 학생이시죠? 학생? 찾는 분 이름이 어떻게 되죠? 혹시 저희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말해줄래요?"


"네? 아 네! 이름이..."

평화로웠던 스틸라인에 오전이 끝나고,

수제 도시락과 오후의 열기가, 파란이 되어 스틸라인에 불어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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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인 대신 전해드립니다.

현재 스틸라인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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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쇼! 섹!"

"야!!! 아 쫌!!! 그만하라고!!!"

"왜에?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14살 차이면 너 고등학교 다닐때 이제 막 아장아장 걸어다닐 나이 아냐? 내말 틀려? 맞지? 사실이지?

아! 누가 그랬더라~? 흠흠 마리 대장님. 부하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게 조금만 자중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푸흡!! 푸하하하하핳! 누가 누구한테 자중하래. 꺄하하! 아이고~ 배야! 자기는~ 14살 어린 애기를 키워서 잡아먹은 주제에~

어라? 레드후드. 왜에? 화났어? 웅?  때릴꼬야?  때릴꼬야?"

"피닉스!!!!!!!!!!!! 너 가만 안둬!!!"

벌컥!!

"승리! 마리 대장님? 갑자기 무슨 일로..."

"승리! 마리대장님~ 레드후드가 저 괴롭혀요~ 꺄하하핫"

"승리. 피닉스 대령. 장난은 그쯤하게. 그보다 레드후드."

"네."

"아.."

"음..."

"그....키잡이란 건...어떻게 하는 것인가?  나에게도 그.. 키잡이란 걸 알ㄹ..."

"으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 기다리게! 레드후드!  기다리라니까!"

"......"

"피닉스 대령? 어째서 그런 눈빛으로 이쪽을 보는 건가?  단지 호기심일세. 맹세코 다른 마음은 없으니까..!"

"

"그만둬주세요. 저는 다 이해해요."

"오핼세. 그러니까...!"

"그만."

" ? 피닉스?"

" 다 이해하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그러니까... 더이상 말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