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으로 심장이 떨린다

결국 오고야 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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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엔 바이오로이드들이 넘쳐난다

가정용, 군사용, 전문직종용, 단순노동용


산업 혁명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 이래

바이오로이드는 기계와 인간을 또다시 대체해 나가고 있었다


"이번에 산 바닐라가 말이야.."

"으엑, 너 결국 그 기종 산거냐..?"

"포티아 기종도 나쁘지 않지. 요리같은건 가끔 태우먹지만"


그리고 산업용이나 군사용과 다르게 가정용 바이오로이드는 우리의 집안까지 파고들어가 있었다


"너도 하나 장만하지 그래? 나쁘지 않다고. 여기 카탈로그를 보면.."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남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가정용 바이오로이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다

어떤 옵션을 추가할 것인가, 무슨 모듈을 달것인가, 특정 부위의 설정과 주인을 대하는 태도라던가.

내용은 엉망이지만 어째서 얼굴만큼은 저렇게 진검일걸까


이해할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한다

음식의 값을 지불하고 거리로 나섰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데 큰 돈을 쓰는걸 이해할 수 없다


집안일은 조금 부지런히 하면 스스로 할 수 있다

밥은 보통 밖에서 먹고 들어간다

청소도 혼자사는 작은 집정돈, 퇴근 후와 주말의 시간을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거기다 바이오로이드는 한번 구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드는게 아니다

바이오로이드 역시 먹고 자고 생물의 활동을 한다

그것들 모두 나의 계좌로 지불해야 될 부담들인 것이다


거기다 다치거나 망가지면 골치아파진다

수리에도 돈이 들고 중고는 터무니 없이 값이 떨어진다

그러니 애초에 그런 싼 가격에 나온 중고는 그런 수준의 것들뿐이다


어째서 이렇게 잘 아는가?

한때는 바이오로이드에 대해 환상을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환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그 환상을 그정도의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는건 아니다

무엇보다 돈이 아깝다


한번 사서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큰 돈이...


"아! 죄송합니다 인간님!"


지나가더 바이오로이드 한명이 나와 부딪쳤다


"어... 괜찮으신가요 인간님?"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그리고 그 눈길은 그녀의 팔뚝에 적혀있는 기업의 상표에서 멈췄다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으니 그만 가봐"


"그..그럼"


회사 소유의 바이오로이드

아마 무언가 직업이 있는 바이오로이드일 것이다

뭐가 됬건 주인이 있는 바이오로이드이다

함부로 손 댈 수 있는것이 아니다











아직 어린 아이였던 시절

가을이 되면 마을 곳곳에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그 잠자리를 잡곤했는데

난 도구를 쓰는것보다 맨손으로 잠자리를 잡는걸 좋아했다


풀잎 위, 철조망 위, 날개를 내리고 쉬고있는 잠자리의 뒤로

떨리는 심장을 뒤로한채 살며시 집게 손가락을 뻣어

어느정도 가까워지면 한순간에 낚아채듯 잡는 그 손맛


다른 아이들은 잡은 잠자리를 통안에 넣고 살펴보거나 금방 다시 풀어주었지만

몇몇 아이들은 달랐다

그리고 나도 그런 아이들에 속했다


손안에 잡힌 작고 약한 생명

하지만 개미나 파리같은 너무 작은 곤충과 달리

분명하게 삶을 주장하는 몸짓을 보여준다

한쪽 날개만 잡고 노아주면 날아가기 위해 나머지 날개들을 힘차게 움직이는

그 반응, 살고자 하는 느낌

살아있다는 느낌이

난 좋았다



그래도 가장 좋은건 역시

가느다란 날개와 가느다란 다리가

마치 장난감처럼 뽁뽁 뽑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모두 뽑고 나면 머리를 뽑고 바닥에 버린다


그걸로 놀이는 끝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서 아이들은 흩어져간다



잠자리를 가지고 논다고 누군가 죄를 묻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건 지금의 바이오로이드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밖에서 간단히 잡을 수 있는 잠자리들과는 달리

바이오로이드는 그렇게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인 있는 바이오로이드를 건드리는것은 범죄이다

하지만 돈을 주고 사기엔 1회용 장난감 치곤 너무 비싸다


그 결과가 지금의 불연소 상태이다

아름다운 모습

인간과 같지만 인간이 아니다


그 감촉은

그 손맛은

어떤 느낌일까









특별히 그 생각에 잠겨있던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 먹고 장난감 생각에 하루종일 빠져있는건 아니다

다만 마주쳐 버렸다

저번에 개장한 테마파크의 광고

영상을 보기 전 짧은 광고속에 나온 테마파크의 모습

어른도 아이도 모두함께 즐기는 A구역

어른의 은밀한 즐거움이 넘치는 B구역

그리고 아무런 설명도 적혀있지 않은 C구역


저곳엔 특별히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알 사람은 알고

모를 사람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그런곳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날은 왠지 달랐다

C구역에 대해 조사해보면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고

애초에 숨겨져 있지도,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지도 않았다


흥분에 몸이 떨렸다


이곳이라면 조금 비싼 1회용 장난감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을것이다


어차피 폐기처분 될 상품들이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곳

날개 꺽인 잠자리들과

해맑은 아이들의 놀이터


드디어 욕망의 분출구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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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구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고객님"


제일 싼 물건으로 골랐다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완전히

마음껏 놀아도 부담없는걸로


"이번에 보실 기종은 흔한 기종으로.."


옆에서 지배인이 뭐라뭐라 설명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건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것과

더 중요한건 가격이 싸다는거다


"그럼 부디... 마음껏 즐기시길"


지배인이 문을 열어주고 길을 비켜주었다


나는 긴장과 환희의 맘으로 방안에 발을 들였다

아, 어떤 바이오로이드 일까

어떤 모습일까

키는 얼마만할까

어떤 머리색, 눈색일까

어떤 목소리일까



궁굼증은 곧바로 해결되었다


주황색 머리, 주황색 눈

아담한 키


"... 그럼으로 광산에서 일하던 개체지만 위험하지는 않을겁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되시길"





그곳엔




천사가 있었다






"...예?"

"진심이신 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여기 오신분들중에 이런 행동을 하신분은 처음인지라..."

"폐기 직전의 기종이라 별로 권해드리지는 않습니다만..."

"예, 알겠습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즐기시고 싶어하시는분들도 있는법이니까요"

"가격은 이정도입니다. 놀라셨나요? 평균적인 바이오로이드들보단 당연히 저렴합니다"

"단순한 중고가 아닌 수명이 거의 다되가는 기종이니까요"

"애초에 저렴하기도 하고요"

"그럼 여기에 싸인을 해주시고... 다 됐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테마파크 입구로 돌아와 있었다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걸까

비어있는 손으로 볼을 꼬집어본다

분명히 아품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뭘까


비어있지 않은 손으로 눈을 돌려본다


주황머리, 주황눈동자

아담한 체형의 그녀


처음 보는 그 순간

천사를 보는듯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을 표현할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저, 비슷한 단어가 아마 저것이었을 것이다

뭘까 이 기분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마음속 어딘가 두근두근하다

아까전과는 다른 떨림에 괜시리 잡은 손이 땀에 젖어간다


"...일단은, 집으로 가볼까"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바이오로이드

그걸 사버린 나


"그럼... 이름이 더치걸이던가?"


대답은 없다


내 손을 잡고 있지만 반대쪽 손은 힘없이 축 쳐져 있다

작은 요정같은 모습의 그녀지만 얼굴에 생기는 없고

몸은 겉으로 보기에도 앙상하다


이래서는 안된다


"앞으로 잘부탁한다 더치걸"


우선 그녀를 대려가 씻기고

딱봐도 말라보이는 그녀의 몸에 맛있는걸 먹인후

피로에 찌든 그녀를 침대에 재울것이다


그래


뭘 해야 될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것들 부터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런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