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049554


--------------------------------------------------------------------


- 반갑소이다. 소관은 용이라 하오. 그대가 이 배의 함장이시오?

- 응. 만나서 반가워,


실제로 본 무적의 용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위엄이라는 게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음.

……저런 포스 넘치는 장군님이 원작에선 그-렇고 그-런 스킨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뭔가 다른 의미로 껄끄러운 기분이 들긴 했지만.

각자의 상황을 간단하게 교환한 후 멀리서도 똑똑히 보일 만큼 거대했던 괴물 - 별의 아이가 무엇인지 아냐는 질문에, 사령관은


- 휩노스 병의 원인이자, 철충과 인간 모두의 적.


라고 정말 심플하게 대답했지.


- 흠…. 예상되는 전력은?

- 가장 작은 것도 네스트 타입과 호각으로 맞설 수 있는 정도일까.


당분간 전면전은 불가능하겠지. 라고 단정에 가깝게 이야기하는 사령관에게 용도 별 말 없이 동의했음.

그 후로도 FAN파를 통해 별의 아이를 피하는 법.

주요 함선에 FAN파 탐지 장치를 설치하고자 하니 해당 기간 동안에는 함대를 따로 운용하지는 않고 용도 오르카 호에 머무르는 것.

그 후에는 확보해둔 섬을 중심 삼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과제로 삼는 것,

해당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는 용도 오르카 호에 참모로서 합류하는 것까지, 대화는 누가 끼어들 틈도 없이 물흐르듯 진행되었어.


어쩐지 뻣뻣해 보이는 블랙리버의 지휘관기들을 리제가 태평한 기분으로 관전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 마지막 남은 인류가 훌륭한 지휘관이라는 점을 알게 되어 기쁘오.


라는 용의 코멘트를 방점 삼아서 길었던 대화는 일단락되었지.


- 그 무적의 용에게서 이런 평가라니 영광이네.

- 그 수식어는 빼 주었으면 하오. 부끄러운 수식어이니….


라는 마무리 덕분에 다소 사무적이던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진 것도 좋은 일이었고.


- 흠, 흠. 아무튼 당분간 신세를 지겠소.

- 그래. 그러면 오르카 호의 안내를…


이라면서 사령관이 고개를 돌릴 즈음해서 남아있는 간부(?)는 리제 뿐이었지.

딱히 도망쳤다거나 한 건 아니고, 이야기 도중 정박지 인근에 철충이 출몰했다는 통신이 나올 때마다 하나둘 의욕적으로 자원했던 거야.

……그게 도망친 거랑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해지긴 하지만, 상사랑 붙어다니는 걸 좋아할 별종은 많지 않으니 너른 마음으로 이해하기로 할까.


- 부탁해도 될까? 리제.

- 맡겨주세요.


사령관이 지은 쓴웃음에서 자신과 같은 감상이 묻어 나오는 것이 즐겁다면 즐거웠지.


*   *   *


오르카 호의 안내 자체야 무난하게 진행되었음.

용이 중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도 아니고, 닥터의 연구실 같은 몇몇 장소를 제외하면 그렇게 주의할만한 시설도 없었고.

용이 보일 때마다 혼비백산해 썰물처럼 갈라지면서도 어김없이 귀퉁이에서 힐끔거리곤 하는 브라우니들이랑 그런 브라우니를 기겁해서 끌고 가는 레프리콘 정도가 재미있는 부분이었으려나.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무용이 사용할 방이었지.

아직 완전히 합류한 건 아니었지만, 지위로든 실제 맡을 업무로든 라비아타에게 밀리지 않는 용이었으니 당연히 평대원용 방을 줄 수는 없었어.

그래서 결정된 곳이 어디냐면-


서약식 이후 리제가 함장실로 옮기면서 사용하지 않게 된 전 부관실.

그러니까, 전전 비밀의 방이었음.


……괜찮을까? 그 무적의 용을 비밀의 방에서 재워도 괜찮을까?!

아니, 물론 인테리어 같은 것도 깔끔하게 바뀌어져 있는 데다가 사령관과 나눴던 정사의 흔적이 지금까지 있을 리는 더더욱 없지만.

그래도 기분상 말이지……?


-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물론 리제가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호위로 동행했던 하치코는 손을 방방 흔들면서 문 밖에서 대기했고, 용은 용대로 태연하게 방을 돌아본 후 급히 정해졌음에도 훌륭한 방을 준비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으로 리제를 바늘방석 위에 앉혔지.

이러다간 나앤 패시브를 배워버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안내도 다 했으니 그냥 빨리 도망쳐도 되겠지?


- 저도 이ㅁ….

- 조금 묻고 싶은 것ㅇ….


거의 동시에 엇갈린 말에 서로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수습하고, 리제는 의자 하나를 끌어다 앉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음.

정작 용의 표정은 다소 떨떠름한 것이 그대로 이야기를 끝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는 건 좀 의아했는데-


- 사령관의 반려는 리제 공이 유일한 것이오?

- 아, 네. 지금은요.


너무 의외의 질문이라 놀라면서도, 리제는 왜 용이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인지 바로 납득했지.


- 무례한 질문이었군. 내 사과하겠소.

- 아뇨. 익숙하기도 하고, 차라리 솔직한 쪽이 여러모로 편하기도 하고요.

- …그렇소?

- 네.


설마하니, 설마하니.


- 아직은 첫인상일 뿐이지만. 그런 핑계로 묻어두는 편이 더 염치없는 일이겠지.

 …소관은 그가 마음에 드오.


그 용이 이렇게나 빠르게 함락될 줄이야.


-------------------------------------------------------------------


7지 마지막에는 무용이 굳이 함대와 동행하며 지휘할 필요는 없으니 참모로서 오르카 호에 남겠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작 흐린 기억에서는 인프라 구축 때문에 떠나 있었다는 설정이라 몬가몬가 하다가 그냥 782 정도까지만 머물렀다가 떠는 쪽으로 처리하기로 했스빈다


그리고 그 경우 통신 정도 말고는 별로 길게 붙어있을 짬도 없는데 흐린 기억 시작부터 포상을 요구하는 걸 보아 의외로 무용은 사령관에게 빠르게 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스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177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