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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런트가 네스트의 사출 제어 장치를 파괴한 후 바로 육박전에 돌입하고, 알바트로스가 지휘하는 AGS 편대가 타이런트를 보조한다.

네스트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령관이 제안한 작전은 정말로 간단했어.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만.


멸망 전 1차 연합 전쟁에서 그트록 강력한 타이런트를 다수 보유한 정부가 패배한 이유가 뭐였더라?

타이런트의 힘에 취해 다수를 동시에 동원하면서 발생한 내분이었지.

전투 능력을 높이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증폭된 흉폭성 때문에랃, '보조한다'라는 서술은 타이런트에게 붙는 순간 '자멸한다'와 같은 뜻이 되어버리는 걸.


닥터를 포함한 기술진이 최선을 다해 제약을 추가한 후 복원한 오르카 호의 타이런트라고 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사령관이 알바트로스에게 제안한 건 엄밀히 말하면 이런 뜻이었어.


[네스트와 타이런트라는 두 괴물이 사생결단을 내는 사이에, 타이런트의 주의는 전혀 끌지 않으면서도 네스트에게는 유의미한 타격을 누적시켜 타이런트의 승리를 유도해라.]


무리한 요구에도 정도가 있지.

승리만을 거듭해 온 동형기들이 인간의 지휘를 받을 때는 종종 파괴되었다는 것이 납득갈 만큼 말도 안 되는 소리였어.

그렇기는 하지만.


적어도 끝까지 행동을 제약한 멸망 전의 인간에 비하면, 방침만 결하고 전권을 맡기는 방식에는 확실히 와닿는 것이 있었지.

자신의 감정 모듈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면 '호승심'에 가까울 이 감정을- 알바트로스는 사양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리고 그 결과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괴로워하며 스러진 네스트로 나타난 것은 물론이고.


저 위험한 짐승이 전투의 잔열을 가실 대상을 찾다가 동원한 병력을 찾아내 버리면 곤란하니, 승리를 확정짓기 이전에 퇴각을 우선해야 하는 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알바트로스는 크게 괘념치 않기로 했어.


아무튼 눈 하나 깜짝 않고 터무니없는 제안을 내놓곤 하는 사령관 - 유일하고도 최후인 시민은 이러니저러니해도 자신이 수행한 임무를 정확히 평가해 줄 테니까.


*   *   *


- 수고 많았어, 타이런트.

- …흥.


코웃음치는 와중에도 어딘가 만족스러움이 느껴진 것은 타이런트가 네스트를 파괴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었을까.

처음 네스트에게 돌격해 물어뜯을 때에 비하면 여유로움까지 느껴지는 속도로 타이런트는 귀환했지.

그 쿵쿵거리는 걸음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야 오르카 호의 대원들은 간신히 숨을 내쉴 수 있었어.


- …터무니없는 것을 봐 버렸군.

- 어떻게 할까? 조금이라도 수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 아스널조차 경직된 미소를 짓는 것이 최선인 와중, 메이는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해야 할 일을 제안했지만 거부의 말은 사령관보다도 먼저 유미에게서 튀어나왔음.


- 사령관님의 명령대로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전파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FAN파와 지극히 유사한 신호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위험해요.


무엇이 위험한가, 어째서 위험한가.

말하는 쪽도, 듣는 쪽도 '그것'을 입에 올리고 싶지는 않았기에, 사령관이 출발을 지시하고 포츈이 그것에 응했을 때도 함교에선 초조한 침묵만이 감돌았지.


최고 속도로 출항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쿠궁, 하고.

멀리서도 생생히 들을 수 있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원근감을 상실할 만큼 거대한 촉수 하나가 수면 위로 솟아올라 흔들거렸어.

뭔가를 찾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몇 번 휘저어진 그것이 못내 아쉬운 듯 느릿하게 가라앉을 즈음, 오르카 호에 난적을 쓰려뜨렸다는 승리의 여운은 조각조차 남지 않았지.


- …사령관. '저것'은 적인가?

- 그래.


목소리는 침착할지언정 뺨을 타고 흐른 땀을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칸의 질문에, 사령관은 담담하게 긍정했어.


- 이길 수… 있을까?

- 이겨야지.


냉철한 가면으로도 채 감추지 못한 감정이 담긴 레오나의 질문에, 사령관은 시선을 위로 돌리며 대답했지.

사령관의 말이라면 그 무엇도 의심한 적 없는 마리조차 눈을 질끈 감고 호흡을 고른 후에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침묵은 무겁고도 무거워서.


- 삐빗.


고작 승선을 요청하는 신호음에 깨져버린 것이 오히려 실감나지 않을 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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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무용이랑 만나고, 뗑컨편을 비롯한 사이드 스테이지 쪽까지 진행하고 나면 7지도 마무리이빈다.

노벨피아 쪽에도 올려보라는 댓글을 보고 한 번 해볼까 생각중인데

시간상 전부 소설처럼 리파인하는 건 어렵기도 해서 대부분은 그대로 복붙하겠지만 제대로 된 프롤로그 좀 붙이고 몇몇 복원 시점 관련 설정오류 좀 손보고 하는 식으로 하려면 7지까지 마무리짓고 잠깐 휴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스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118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