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추천 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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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이 저희를 위해서 수영장을 만들어주셨습니다.

해수욕 이외에도 저희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멸망 전 워터파크와도 같은 수영장입니다.


물이 흐르는 미끄럼틀과 파도타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구까지.

주인님과 닥터, 아자즈님이 전두 지휘하여 만들어진 것인 만큼 상당히 꼼꼼했습니다.


저기 경영수영복을 입은 칸님이 보드를 탄체 파도를 타고 계십니다.

모두가 그 모습을 뚫어져라 봅니다.

자기도 해보겠다며 나선 슬레이프니르님은 보드 위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휩쓸려갔습니다.


반대로 다른 곳에서는 한가로이 의자에 앉아 풍류를 즐기는 대원들도 있습니다.

책을 읽는 하르페이아 씨도 있군요.

어린 대원들도 아우로라 씨의 빙수를 한 입씩 먹으며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데 저도 아주 살짝 이가 시릴 정도 입니다.



그렇게 대원들이 노는 소리와 철썩이는 물, 물총으로 서로를 적시다가도 격해지는 물놀이에 거대한 물통을 집어던지기도 하니, 참으로 재밌게 노는 것 같습니다.



정작 자신도 놀아야 다른 모든 대원들이 안심할터인데, 주인님은 그저 누워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바닐라 언니나 콘스탄챠 언니도 대원들이 쓸 수건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외에 프로스트 서번트 씨가 브라우니 대원들에게 뛰지 말라고 하기도 합니다.



저는 주인님의 곁에 있지만요.


"금란, 너도 같이 다른 대원들과 노는 건 어때?"


숨소리가 불규칙하기에 깨어계시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들어 놀랐습니다.


"소첩은 아무래도... 저렇게 거친 물살속에 있으면..."

"하긴 그렇겠네."


주인님이 말하기 이전에 페어리 시리즈의 리제 양이 아쿠아와 함께 거대한 물풍선을 비행장치로 나르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컴페니언 시리즈의 분들과 페어리 시리즈 분들의 물총 싸움 사이에 떨어져 큰 소리가 났습니다.


끅끅 웃는 리제양의 날카로운 웃음 소리가 저에게까지 들립니다.

그리고 리리스 님의 살기도요.


"그럼 조용한 곳에 갈까?"

"네...? 소첩과 함께 말입니까?"

"저번에 같이 있으면 진정된다고 했잖아, 금란을 위해서도 따로 물놀이장을 만들어뒀어."

"어맛..."


소첩을 위해서... 화끈거리는 양쪽 볼의 온도가 몇배로 강하게 느껴집니다.

소첩의 몸은 감정까지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버립니다.


조금의 두근거림도 숨길 수 없으니 난처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 자신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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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이 데려다주신 수영장은 잔잔했습니다.

그런데 출렁이거나 일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슬쩍 눈을 떠보니 그 수영장에 있는 건 물이라기 보다는 걸쭉한 액체였습니다.


"아! 사령관님!"


마이티R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카디 씨, 메인 씨, 레나 씨 까지, '멋진 몸하면 나다.' 싶은 대원들이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여기에서 수영하면 근손실 걱정 없을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확실히 굳기 직전의 찰떡 수준이네요, 몸에는 거의 달라붙지 않지만."

"애들은 여기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겠어, 분명 몸이 푹 빠져서 나오지도 못할테니까."


스카디 씨와 마이티R 씨가 마음에 들어하는 이 수영장에 소첩을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란, 여기는 사람도 적고 물도 심하게 요동치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물 속에 들어올 수 있을 거야, 같이 갈까?"

"예... 알겠습니다."


발을 한 걸음 내딛으니 생각보다 차가웠습니다.

주인님의 손길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니 몸전체를 압박하는 듯한 감각이 저를 위해 만들어진 전신 수영복 사이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전신을 조이는 듯한 감각에 조금 움찔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치 두꺼운 이불을 몸에 두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전신에 힘을 쭉 빼고 있어도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편안한 얼굴에 주인님도 안심하신 것 같습니다.


"어때? 나도 처음에는 마이티R이나 스카디가 요청해서 만들어주기는 했는데 나도 써보니까 생각보다 편안하더라고, 이런 느낌의 수영장이라면 금란도 괜찮을까?"

"네 주인님,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저는 산들바람 하나에도 반응해버리지만 지금은 몸 전체를 두꺼운 이불을 덮는 기분이라 상당히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시도 때도 없이 느껴지는 감각들 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이 걸쭉한 액체 속에서는 마치 주인님 께서 온 몸으로 저를 안아주시는 것 같아서 아주 좋습니다.


"제대로 된 물놀이는 아니지만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워."

"소첩이야 말로 이런 경험을 주시는 주인님에게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언제까지고 물놀이를 할 수는 없겠지요, 이 기분을 그저 걸쭉한 물 안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만으로는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님... 혹시 둘만 있는 곳도 가능할지... 여쭙고 싶습니다..."

"상관 없는데 왜?"

"이렇게 예민한 감각을 쉬게 해주는 수영장도 좋지만... 소첩도... 감각에 미쳐 흥분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서로 푹신한 침대 위에서 물총을 쏘는 건... 어떨런지요, 주인님과의 물놀이가 하고 싶습니다."


주인님은 저의 말에 당혹해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내 결정하셨는지 물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가자."

"네 주인님..."




이렇게 언제나 주인님을 느낀다면 어떨까요.

너무나도 행복해서...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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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상 했을 때 물속을 잠수하는 사령관이 장풍으로 금란을 괴롭히는 내용이 떠올랐었는데 그 뒤가 상상이 안되서 바꾸게 됨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