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 게임 -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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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게임 - 14




                                                     

용기란 1분 더 길게 공포를 참는 것이다.

- 조지 S. 패튼




가장 적은 수의 바이오로이드를 가진 팀 규모의 부대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공적을 쌓아올린 것은 기적과 같았다. 아니면 오히려 숫자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임무를 성공한 덕에 더욱 공적이 높게 쌓이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거짓된 왕, 세바스티안이 왕관의 무게에 짓눌리고 쓰러질 때, 왕좌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없을 테지.


칸은 여전히 본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칸의 역할과 임무는 변하지 않았다. 그 보상까지도.


"항구가 보여요!"


카멜이 사념에 잠겨있는 칸을 큰 목소리로 깨웠다. 그녀의 말대로 저 멀리서 불빛이 사라진 항구가 잠든 모습이 칸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와서 통신기를 새로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만을 넘어 본대에 있을 통신기에 무전이 닿을 장비를 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테고.

그러나 항구라면 칸이 필요로 하는 무전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차하면 골든 아일랜드에 있을 홍련에게로 연락을 건네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몽구스 팀의 공적은 더더욱 치솟겠지만.


항구에 도착해 통신장비가 있을 무전소로 향한 앵거 오브 호드는 미로같은 컨테이너와 건물들을 가로질러 무전소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래된 듯한 건물은 바닷바람에 삭아 세월을 실감시키고 있었지만 칸은 그 안에 있을 장비에 대해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고는 해도 왕도의 근처에 있을, 게다가 통신장비라면 수리가 마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건물의 리모델링은 늦을 수 있지만 항구의 통신시설이 불량이면 행정업무가 쉬이 처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칸이 알고 있는 세바스티안은 적어도 그런 운영을 할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짓을 할 인물이라고도 생각은 못 했지만.'


칸은 다시 불굴의 마리가 흘린 피눈물을 떠올렸다. 회의장에 나타나 자신의 아들의 머리를 들이밀며 울분을 토해내던 그녀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특히 새하얗게 질린 마리의 아들의 머리는,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였다.

세바스티안이라는 인물을 알고 있던 칸이었기에,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던 사건에 더욱 충격이 컸다. 후계자에 대해서는 냉철하던 세바스티안이었지만, 처음 생기는 형제들에 그렇게 단칼로 베어버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던 것이다.

특히 휴전 협정을 하기 위해 보낸 사신을 죽여버리는 짓은 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법이지.'


어쨌든 결과는 세바스티안의 불명예스러운 처형이었고, 이제는 세바스티안의 처형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적어도 마리는 그 단두대에 직접 서기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사념을 깨어내고 고개를 들어 올린 칸은 무전소의 근처로 다가가 안쪽을 살폈다. 다행히 근처에 AGS는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무전소의 앞까지 다가간 칸은 문을 여는 대신 창문이 잠겨있는지 확인했다. 창문은 걸쇠가 걸려있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창문을 밀어낸 칸은 빼꼼하고 얼굴을 들어 내부를 살폈다. 여전히 AGS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슬며시 안으로 건너가려던 찰나, 칸은 무언가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큰 진동은 아니었으나 마치 몸 안이 울려 퍼지는 것과 같은 소음에 자신이 긴장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하고 말았지만 


"어... 대장?"


워울프가 조심스럽고 작게 입을 열고는 칸을 불렀다.


"그... 뭔지 잘 모르겠는데, 왠지 땅이 울리지 않아?"


칸은 그것이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라고 인지하고 말았다. 그렇게 사고가 바뀌자 이제서야 그녀는 건물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잠시의 사념이 그녀를 무뎌지게 만들고 만 것일까, 뒤늦게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칸은 서둘러 전투태세를 갖추려고 했으나


- 크아아아앙!


어디선가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자 몸이 굳고 말았다. 멀리서 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가까운 듯한 음성. 그러면서도 그 울부짖음에 실린 감정은 이해하기가 쉬웠다.

분노와 굶주림. 야생에 풀려나온 듯한 짐승이 사냥꾼이 되려는 고함이었다. 


"대장님... 이거..."


카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짐승의 고함은 칸을 비롯한 세 명의 움직임을 멈추고야 말았다. 그 울부짖음이 내뱉는 감정이나 흉포성 따위에 겁먹은 것이 아니다.

그 내면에서 드러나는 공포감, 그리고 자신의 안에 스며들어 있는 공포감이 근육을 긴장시키고 말았다.


"미치겠네... 저게 왜 여깄어?"


워울프도 이미 존재를 느끼고 손가락을 떨었다. 칸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 하나가 가느다란 코를 지나 뺨 아래로 떨어졌다.

쿵쿵거리는 소리는 점차 앵거 오브 호드를 향해 가까워졌다. 칸과 자매들은 이 짐승의 목표가 자신들임을 깨달았다.


"타일런트..."


칸은 작게 중얼거리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상체를 통신소의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통신장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않았다. 

창문을 건너 넘어가는 칸의 모습을 본 다른 대원들도 칸을 따라 창문을 넘어 통신소의 안으로 몸을 뉘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대로 타일런트가 지나가길 기도하는 눈치였다.


본래라면 타일런트는 단 한기만 운용하는 전투 병기였다. 그 위력도 위력이지만 전장에서 날뛰는 성질로 인해 두 대 이상을 운용하더라도 자기들끼리 싸워버리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멸종이라 불리던 사례가 그 증거가 되었다.

결국 최후의 전쟁이 끝나고 마지막 남은 타일런트는 사령관을 따라 대서양을 건너 오르카 호의 아래로 잠들었다. 412톤에 달하는 무게의 폭군을 감당하지 못한 오르카 호는 당연히 왕도의 지하로 타일런트를 옮겼는데 그 뒤로 평화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그 사냥 본능을 잠재운 채로 수면에 들어갔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평온을 취할 것만 같았던 타일런트를 깨운 것은 우리의 최강 지휘관, 알바트로스였다. 왕도를 둘러싼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점차 밀릴 것을 대비한 알바트로스는 세바스티안에게 현재 수비선인 해안가가 밀릴 경우를 대비해서 방어책을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타일런트를 꺼내 서부 해안의 지하에 잠들도록 위치를 옮기는 것이었다. 여차하여 서부 해안이 밀리고 왕도의 AGS와 바이오로이드들이 후퇴하게 되더라도 그 자리를 차지한 연합군의 가운데에 타일런트를 깨워 내부에서 초토화시키겠다는 작전이었다.

결국 전쟁이 끝날 무렵까지 잠들어있어야 할 타일런트였지만, 알바트로스는 계획을 달리 바꿨다. 어차피 페어리 시리즈가 배신을 한 순간부터 왕도에 승산이 없게 되었다. 남부의 AGS 공장을 지키던 페어리 시리즈의 배신은 더 이상 AGS의 생산과 지원이 끊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페어리 시리즈의 배신은 아픈 실책이었다.


언젠가는 왕도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알바트로스는 왕도를 지키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해안의 AGS들을 물리고 칸과 레아의 페어리 시리즈를 모조리 몰살시키는 것이 그 방법이었다.

물론 남부에 아직 남아있을 페어리 시리즈를 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티타니아가 적들의 손에 사로잡힌 지금, 페어리 시리즈를 이끌며 최고의 전력을 가진 것이 레아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레아만 쓰러진다면 남은 페어리 시리즈를 소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남부의 AGS 공장도 왕도의 북부에서 방어전을 펼치고 있는 배틀 메이든 프로젝트에게 부탁하여 부대를 양분하여 지키는 방법도 있었다. 

즉, 페어리 시리즈를 배제하고 남은 부대들로 어떻게든 왕도를 지켜낸다. 그걸 위해서는 방어선을 축소시켜 소수 병력으로도 왕도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타일런트는 두 가지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지하를 뚫고 대지로 나와 발울림을 시작한 타일런트는 우선적으로 통신이 들어오는 적들을 찾아 헤맸다. 현재의 총사령관인 세바스티안에게서 명령권을 이양 받은 알바트로스의 첫 명령은 해안가로 가서 앵거 오브 호드의 잔당, 세 명을 찾아 물어 죽이는 것이었다.

게다가 타일런트에 탑재된 탐색 프로그램은 해안가에서 밖으로 나오는 모든 통신 정보들을 도청하여 그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금이야 알바트로스에게서 받은 위치 정보를 토대로 앵거 오브 호드를 찾아온 것이었지만 혹시라도 칸이 무리하여 통신을 보낼 경우, 순식간에 붉은 연옥이 통신소의 안에 펼쳐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사실을 칸을 비롯한 앵거 오브 호드가 알고 있을 리 없다는 점이었다. 탈론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기억을 더듬어 조언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앵거 오브 호드의 눈은 아까 혼자서 쓸쓸히 감겨버렸다. 


결국 다가오는 공포감에 굴복한 칸의 손길이 통신기에 닿았다. 오래된 쇠의 내음이 칸의 코를 찔렀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타일런트로 가득 찬 채로 그 상황을 판단할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점차 가빠 오는 호흡이 심장을 부여잡은 칸은 무전기를 돌려 주파수를 맞췄다. 

첫 무전기의 주파수는 연합의 본대가 있는 통신 기지였다. 거리상으로는 골든 아일랜드에 있을 홍련이 연결하기 쉬울 터였지만 몽구스 팀이 작전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보장도, 통신기기를 아직까지 가졌을 것이라는 보장도 하기 어려웠다.

칸은 확실한 결과를 원했다. 그리고 타일런트가 다가오는 것 또한, 칸이 예상하지 못한 확실한 결말이었다.


-치직, 치지지직...


칸의 주파수가 본진과 연결되기도 전에, 칸의 무전을 눈치챈 타일런트가 저 멀리서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먹잇감을 노려보았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짜릿한 이 냄새는, 자신의 동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명령은 먹이를 해치우는 것. 즉, 타일런트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기나긴 잠에 빠졌던 폭군은 그동안의 휴식기가 없었다는 듯이, 곧바로 적개심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어느샌가 하늘로 치켜올라간 타일런트의 꼬리가 빛나기 시작했다.


"당소, 대족장이라 알리고 고리 응답 바람. 이상."


칸의 무전이 마침내 본진과 닿았을 무렵, 


- 크아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거대한 공포가 땅을 뒤엎었다. 공기를 타고 진동하는 분노는 어딘가 열기마저도 띠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어...?"


처음 불꽃을 발견한 것은 카멜이었다. 타일런트에 대한 공포감으로 굉음이 들린 방향에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던 카멜은 칸의 통신이 연결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로 무언가가 밝아져 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잠시 반짝이는 듯한 불빛은 갑자기 주위를 삼키며 커지고 있었고,


"대장님!"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낀 카멜은 워울프와 칸의 목덜미를 잡고 몸을 날렸다. 

칸도, 워울프도 철충과의 전장에서 구르고 구른 베테랑이었다. 카멜의 돌발 행동이었지만 순간적인 판단과 몸에 익은 재주는 순식간에 자세를 잡고 카멜을 따라 건물의 밖으로 몸을 날릴 수준은 되었다.


"- 당소..."


마침 칸에 대한 무전에 본진에서 연락이 도착했을 때였다. 그제서야 칸도 워울프도 카멜이 보았던 불꽃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씨발!"


워울프가 강렬한 욕설을 내뱉으며 뒤를 향해 달렸고, 칸과 카멜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워울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무전소가 화염에 휩싸이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어디선가 날라온 붉은 회오리는 주위를 후끈 데우더니 푸른 불꽃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화차는 순식간에 그 길터를 완전히 숯덩이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앵거 오브 호드는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다행히 무전소는 화염의 끝부분에 닿았기 때문인지 자매들에게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그 잠시의 틈을 겪은 무전소는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타일런트가... 어떻게 알아낸 거죠?"


카멜은 오돌오돌 떨면서 입을 열었다. 칸도 미칠 노릇이었다. 남은 희망은 무전으로 본대를 부르고 본대가 올 때까지 건물들에 숨어 돌아다닌 후 협공으로 타일런트를 무찌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전은 도착하기도 전에 화장되어버렸고 타일런트는 이제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말았다. 


"아마... 통신의 문제였겠지."


"통신이요? 타일런트에게 그런 기능이 있었나요?"


"모르겠군. 원래 있던 기능일지도 모르고 전쟁이 끝나고 추가된 기능일지도 모르지. 철충은 우리와 같은 통신을 쓰지 않았을 테니."


오히려 왕도의 통신이라 문제가 되었던 것일지도.

칸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에 담지는 않았다. 실책은 반성의 의미가 되어야 하지 책임의 의미가 되어서는 안되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어어 저거..."


워울프가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 항구 한복판을 가리켰다. 어느샌가 다가온 폭군의 붉은 눈이 세 자매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르르..."


이미 말조차 잊어버린 짐승은 이제야 두 눈에 먹이의 윤곽을 담을 수 있었다. 타일런트는 다시 깊게 숨을 삼키고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굉음이 마치 달리기의 출발신호라도 되는 것 마냥, 세 자매는 뒤돌아 바퀴의 엔진을 가동했다. 순식간에 열기를 되찾은 엔진은 오늘 하루 종일 고생했을 바퀴를 더욱 혹사시키며 세 자매를 바람처럼 날려보냈다.

그러나 타일런트도 그저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타일런트에게 있어서 고함은 선전포고와도 같았다. 이제 너를 잡아먹겠다는 의미. 이미 그의 선전포고는 칸이 무전을 넣기도 전에 시작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굉음은 다른 의미를 가졌다.


난 이미 너를 입안에 넣었다.


사실상의 농락의 의미였다. 너는 이미 패배한 개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타일런트의 등에서 거대한 미사일이 튀어나왔다. 사방을 향해 겨누던 붉은 레이저들은 칸의 일행이 도망친 자리를 바쁘게 뒤쫓고 있었고, 타일런트의 눈가가 좁아짐과 동시에 그 등에서 12발의 대공미사일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하늘을 가르는 소리와 미사일이 내뿜는 불꽃 소리가 뒤섞여 잡음을 만들어 냈다. 주택가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소음이 울려 퍼졌지만 앵거 오브 호드는 신경을 쓸 여유도 가지지 못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력은 칸과 자매들이 지나가던 골목의 건물들을 습격했고 거대한 불꽃을 만들어내며 주위로 튀어 올랐다. 창고의 컨테이너들과 항구의 시설들, 가까스로 멸망 전쟁에서의 피해를 입지 않았던 과거의 유산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것들은 새로운 폭력이 되어 앵거 오브 호드를 덮쳤다.


"무너진다!"


워울프의 외침이 앵거 오브 호드를 가속시켰다. 물론 그런다고 잔해의 비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묘기라도 부리듯이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칸에 비해 다른 자매들은 그 정도의 숙련도를 가지지는 못했다. 카멜은 하늘을 향해 포를 쏴 잔해들을 격추시켰고, 워울프는 그 조차도 할 수 없어 양팔을 들어 머리를 보호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앞선 워울프와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남은 워울프도 잔해의 저주를 피하기는 힘들었다. 흔들거리던 벽의 조각이 달칵, 소리를 내며 떨어지더니 그 아래로 깊게 새겨진 금을 따라서 거대한 잔해가 워울프에게 갑자기 기울었다. 피하기도 늦은 시점이었다. 다행히 칸이 그 광경을 미리 발견하고는 리볼버 캐논을 들어 워울프의 머리 위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강렬한 격발음이 울리고는 잔해가 부서져내렸다. 하지만 칸의 단 한 발로 잔해를 모두 파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멀쩡한 위의 부분이 떨어져 워울프의 양팔을 그대로 직격하고 말았다.


"윽!"


이를 악문 신음소리를 내뱉은 워울프가 양팔을 밀듯이 올려 잔해를 뒤로 넘기고는 앞으로 향했다. 여기서 멈춰 서기에는 잔해의 비가 아직도 쏟아지는 중이었다. 칸과 카멜은 물론, 워울프도 두 번째 생매장은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위험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카멜의 발포로 다시 위치를 눈치챈 타일런트는 다시 자신들을 향해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플라즈마 캐논이 쏟아낸 열기는 아직까지도 식지 않고 있었지만 그것이 타일런트가 두 번째 플라즈마 포를 쏘지 못할 이유가 되진 못했다.

그 증거로 타일런트는 새로운 위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일직선으로 조준하고 있었다. 칸의 일행보다 조금 앞이었지만 그 의도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앵거 오브 호드의 퇴로를 막겠다는 의미였다.


- 크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굉음과 다시 한번 쏘아지는 붉은 열기. 이번에도 대지는 불탄 흔적만을 남기고 말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칸과 자매들은 그 열기의 근처에도 없었다. 잔해를 피해 숨어들어간 건물에서 워울프의 상처를 살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워울프는 크게 부어오른 자신의 양팔을 바라보고는 눈가를 찌푸렸다. 아무리 오리진 더스트로 구축된 뼈라도 그렇게 커다란 잔해로 내려치면 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고통에는 강한 워울프였지만 뼈를 지탱하지 못해 힘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 피해는 전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카멜만큼의 화력은 없지만 쌍권총으로 정확히 적을 조준하는 능력은 칸도 높게 사던 것이었으나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양팔로 막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양팔로 막았던 탓에 이제 완전히 전투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어떻게 하죠?"


카멜이 물었다. 대상은 당연히 칸이었지만 그녀의 리더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리 앵거 오브 호드의 주전력이 칸, 자신이라고 해도 워울프를 잃은 것은 아픈 손실이었다.


"여기 두고 가셔. 있다가 따라갈 테니."


대답은 오히려 워울프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카멜이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정말... 지금 그딴 소리 할 상황이야?"


"그럼 어쩌자고. 양팔 덜렁거리는 채로 돌아다닐까?"


워울프는 아픈 듯이 눈가를 찌푸리며 흔들거리는 팔을 들어 올렸다. 아직까지 고정되지 않은 팔은 여전히 퉁퉁 부어오른 채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말 잘했군. 이거라도 감아줘."


칸이 옆구리에서 부목과 천 조각을 뜯어 카멜에게 넘기고는 앞장서서 한 쪽 팔에 부목을 감기 시작했다. 팔에 더 이상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정말로 전력 외 취급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장."


워울프의 표정에 진지함이 묻어 나왔다. 그녀는 이미 칸의 대우에 자신이 전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역할을 정했다.


"부목 다 감았으면 일어나도록. 시간이 금이겠군."


그러나 칸은 그녀의 각오를 존중해 줄 여유가 없었다. 고민의 가치도 없는 문제를 잊어버리고는 리볼버 캐논을 장전하며 일어나는 칸의 모습에 워울프는 다시 진지하게 말을 걸었다.


"대장, 저 녀석이 우리를 몰아넣는 중이라는 거 알고 있잖아. 짐덩이를 안고 저 포위망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두 다리가 멀쩡한 녀석이 잘도 말하는군.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 빨리 일어나라. 다시 폭격이 시작되기 전에 피해야 할 테니."


칸과 워울프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다시 폭군의 고함이 들려왔다.


"...양반은 안되는군."


칸은 혀를 차며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다시 뿜어져 나오는 폭발 소리들은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아까 지겹도록 들었던 무너지는 소음들은 타일런트가 다시 외각의 건물들을 박살 내버렸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얼핏 멀리서 지켜보기에 아까 불타버린 무전소의 근처부터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워울프의 말대로 포위망은 점차 좁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없음을 이해한 워울프가 군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의 중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괜히 말다툼을 하고 있다가는 셋이 다 같이 묫자리를 공유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 테니까.


"대장님, 이제 어떻게 하죠?"


"우선... 다리 쪽으로 이동하지. 여차하면 골든 아일랜드로 건너가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 섬이라면 몽구스 팀이 작전을 진행 중인 지역일 것이다. 아마 자신들보다도 먼저 내렸으니 이미 작전이 끝났을지도 모른다. 오르카 만 브리지는 무너졌지만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골든 아일랜드와 연결된 다리는 무사한 상태였고 몽구스 팀은 몰래 골든 아일랜드를 무력화시켜 본대가 배를 건너 골든 아일랜드에 상륙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드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여차하면 칸의 말대로 골든 아일랜드로 넘어가서 몽구스 팀과 합류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는 그러기 위해서는 타일런트의 근처를 지나가야만 했다. 칸과 자매들의 뒤는 바다가 있었고 양옆으로는 타일런트의 플라즈마 포가 조금씩 조여오며 거리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가는 엄폐물도 없이 그 모습을 들켜버리고 말 것이다.

그 뒤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대공포의 비가 쏟아지겠지. 미사일에 한 번에 죽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은 앵거 오브 호드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다리 쪽은..."


"일단 타일런트가 공격을 시도한 직후에 출발하도록 하지. 다행히 우리 위치를 찾지는 못한 것 같으니 다시 땅을 불태우면서 거리를 줄이려고 할테지. 반대편에 공격이 가해지면 그 즉시 달려나가 다리에 도착한다."


칸의 말대로 타일런트가 아무리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병기라고는 해도 거대한 플라즈마 포를 쏘고 무반동으로 다시 공격할 수 있을 만큼의 기능을 가지지는 않았다. 내부의 열기를 식히는 그 잠시의 찰나에 양 발에 달린 바퀴로 초토화되어 평평해진 땅을 가로지르겠다는 칸의 계획은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타일런트는 방금의 공격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반대쪽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다시 꼬리에서 올라오는 붉은 기운이 몸 전체를 감싸 돌기 시작하자 앵거 오브 호드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자신들이 있던 위치를 향한 공격이 시작되려는 점은 물론이요, 칸의 계획에 따라 다리를 향해 건널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앵거 오브 호드의 기동력은 반대편으로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순식간에 단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입가에 열기를 가득 채운 타일런트가 전방을 향해 다시 굉음을 내지르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붉은 열기가 아까까지 칸의 자매들이 있던 자리를 불태웠다. 그와 동시에 세 명의 바이오로이드가 잿더미로 변한 대지로 튀어나왔다.


"...!"


타일런트는 화염을 쏘아내는 한 편, 눈동자를 돌려 그 세명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의 눈과 같이 먹이를 포착한 타일런트는 머리를 흔들어 화염의 방향을 조절하려고 했지만 기계적 한계로 인해 간 불의 길이 땅을 가로지를 뿐, 세 자매에게 닿지는 못했다.


- 화르르륵...


다만 타일런트가 쏟아부은 업화는 그 발밑에 깔린 채 항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카멜은 불꽃 너머로 이글거리는 형상을 띄운 채 다가오는 타일런트에게 새로운 공포감을 느꼈다. 폭군은 세 자매를 무사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입가의 열기가 차츰 식어들자 타일런트는 고개를 낮추고 등을 밀어올렸다.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민 12대의 대공미사일은 순식간에 붉은 레이저를 쏘아내어 정확히 칸과 자매들의 위치를 노려보았다.


"망한 거 같은데!"


워울프가 달려나가며 외쳤다. 칸은 조용히 하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이를 악물었다. 리볼버 캐논으로 견제가 될 상대가 아니었음은 물론이고 12발을 막을 수단도 없었다. 카멜이었다면 어떻게 한, 두발 정도는 운이 좋다면 가까스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칸은 다시 고개를 흔들며 눈앞을 바라보았다. 다리까지는 1.5km도 채 남지 않았다. 이대로 달린다면 1분도 채 걸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도착하는 것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차하면 대공미사일이 다리에 부딫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앵거 오브 호드는 푸드 오브 피쉬가 되어버릴 팔자였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유도하고자 옆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미사일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까까지는 다행히 건물들과 외벽들이 막아주면서 폭발을 견딜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돌조각이 되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그 폭력성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기동성으로 회피할 수 있는 파괴력이 아니라면 결국 아까와 마찬가지로 장애물로 충격을 줄이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도 어려웠다. 워울프가 양팔을 다친 것으로 끝난 것이 기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장님!"


"대장!"


카멜과 워울프가 외쳤다. 아니, 울부짖음에 가까웠을까. 발의 바퀴는 끊임없이 구르고 있었지만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입술과 손은 떨리는 채로 칸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워울프의 상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만 하지만 그 무엇도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리고 리더의 고민은 곧 위기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크아아아아아앙!"


타일런트의 외침과 함께 하늘로 12발의 추격자가 날아올랐다. 칸과는 비교도 안되게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추격자들은 어느새 다리의 입구까지 도착한 칸과 자매들을 향해 자비없이 쏟아부었다.


"꺄아아아아악!"


강렬한 폭음에 뒤이어 들려온 카멜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칸의 귀가 멀어졌다. 

다음으로 칸이 정신을 차린 것은 다행히 몇 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어디선가 날라온 파편이 칸의 머리를 강하게 강타했던 모양이었다.


"으윽..."


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양 팔로 몸을 지탱하려고 했지만 팔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뇌와 몸이 따로 노는 느낌을 받던 칸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 난 임무 중이었지.'


칸은 자신이 바다를 건너 잠입했다는 사실과, 그 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잠시의 기절로 사라졌던 기억의 공백은 되찾을 수 있었지만 신체의 자유도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불바다가 되어버린 항구를 바라보던 칸은 아까 느꼈던 진동을 다시 한번 체험하게 되었다.

심장을 흔드는 듯한 진동소리. 그러나 아까보다 그 규모가 달랐다.


'설마...'


칸은 허리를 들어 올려 몸을 세웠다. 다행히 오른팔의 감각이 돌아와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찢어질 듯한 두통이 일어났지만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이겨낸 칸은 불바다의 너머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붉은 눈빛과 거대한 형상. 자신이 얼마나 잠들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타일런트가 자신들의 앞까지 다가올 시간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 ..."


칸은 압도적인 모습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불바다의 안에서 크르르, 거리며 짐승소리를 내뱉는 폭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도의 한 장면을 방불케했다. 리볼버 캐논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피격 당시의 충격인지 더스트 스톰도 반파되어 있었다.

기동수단도, 공격수단도 잃어버린 칸은 더 이상 전사가 아니었다. 조금 튼튼한 인간의 몸으로는 괴물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칸은 절망감에 고개를 숙였다.


칸은 스쳐 지나가는 듯한 주마등을 느끼며 자신의 최후를 만끽했다. 그저 마지막으로 아들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들이 떠올랐다.


'내 아들, 자무카.'


마지막까지 자신을 걱정하던 아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아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 오늘은 안 좋은 날 아닙니까?


- ... 믿겠습니다.


아들이 나를 믿어줬는데. 돌아가야 하는데.

칸은 가슴속으로 말을 묻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근처까지 다가온 타일런트는 웃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둘러보자 자신과 같이 정신을 잃은 듯한 워울프와 다리에서 피를 흘리는 카멜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쪽도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 못한 채 포식자의 접근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냥꾼은 자신의 성과들을 바라보며 흡족해했다. 오히려 누구부터 씹어먹을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도 칸은 분노를 느낄 수가 없었다. 무력감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무카..."


칸은 그게 자신의 유언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등 뒤에서 날라온 무언가가 타일런트의 안면을 직격하기 전까지는.

강렬한 폭발음과 타일런트의 비명소리가 어울려져 최악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칸은 그제서야 뒤를 돌아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저 괴물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는 쉽게 들을 수 없었으니까.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 칸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카락은 밤바다의 바람에 붉은 망토와 함께 휘날리며 영웅의 등장이라는 듯한 연출을 자아내고 있었으며 그 뒤로 빼곡히 채워진 검은 포대들은 새로운 희망임을 과시하는듯 했다.

그러나 결코 보기 싫은 모습은 아니었다. 칸은 그제서야 가슴 아래에서 조금씩 희망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AA 캐노니어..."


로열 아스널과 그 포병대가 다리를 건너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면 AA 캐노니어만이 아니었다. 캐노니어의 양 옆으로 시티 가드의 병력들이 방어벽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앞으로 T-20S 노움들이 나서며 발포 콘크리트를 세워 참호를 만들어 엄폐물을 만들며 엄호하고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본대의 모습이었다. 


"사냥 시간이다."


로열 아스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며 칸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14000자 정도 나왔습니다... 뭔가 끊기가 애매해서 조금씩 추가하다보니까 시간이 어느새 12시를 넘겼네요 ㅠㅠ 당장 5시에 기상인데 ㅋㅋㅋㅋㅋㅋ... 

너무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