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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가 놀란 건 스노우 페더의 제안 자체가 아니라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주변의 반응이었어.


- 체격 차이가 상당한데, 오래 속일 수 있을까?

- 상대의 반응을 보아 추적 수단의 정밀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당히 거리를 둔다면….….


아니, 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거야.

당연히 말도 안 되잖아.


- 확실히, 리제 씨를 무사히 주인님께 돌려보낼 수 있다면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도 되겠죠.


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못을 박듯이 이야기한 바닐라에게 막히고 말았지만.

그래, 독설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상하 관계엔 또 철저했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페더를 보낼 생각은 없었음.


- 그이라면 틀림없이 슬퍼할 거예요.


대신 접근하는 방향성을 바꾸기로 했지.

과연 이 말에는 효과가 있었는지, 주변에 단번에 망설임이 퍼져나갔음.


- 부관 씨가 무사하지 못한 경우를 훨씬 슬퍼할 것 같은데요~?


여기서 가장 먼저 반론을 꺼내든 게 엘븐이라는 건, 뭐. 그녀답다고 할까.


- 전부 무사히 돌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 뭔가 방법이라도 떠오른 게 있는 거야?

- …….


있긴 했어.

원작을 아는 빙의자로서가 아니라. 사령관의 반려로서 모두를 바라보는 위치에 만족하는 관전자로서가 아니라.

정말로 '리제' 자신으로서 생각해낸 무언가가.

있긴 한데.


- 그러니까―.


개요를 설명하자마자 미쳤냐는 시선을 받는 건 좀 슬프네.

그나마 하르페이아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편을 들어줘서 채용되긴 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일까?


*   *   *


리제를 포함한 8명의 대원이 머무르던 후방지에 갑작스럽게 타이런트가 출몰해 주변을 갈아엎고, 이후 강력한 통신 방해와 함꼐 AGS 다수가 결집.

통신조차 닿지 않으니 고립된 멤버의 생사 여부는 당연히 불명.


한여름의 더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모두가 얼어붙은 상황 속에서, 사령관은.


- ……우리가 타이런트의 이동을 눈치채지 못할 확률이 얼마나 되지?


일견 한가롭다고 느껴질 만큼 침착하게 질문을 던졌지.

물론 그게 정말로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인물은 사령부 어디에도 없었지만.


- 아무리 확보한 지역이라 배치에 여유를 뒀다는 걸 감안해도 그 타이런트인걸요.

 평소부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고, 평범하게 이동했다면 발견하지 못할 리 없어요.


라비아타의 대답이 숨막힐 듯한 공기를 약간이나마 풀어주면서 다들 의견을 내기 시작했어.


- A.I.를 업그레이드했을 가능성은?

- 마지막 정찰에서 목격된 움직임을 미루어보면 대단히 낮아.

 단순히 유도만 해 온 거겠지.


- 이동 경로에 짐작가는 것은?

- …블랙리버의 무기고 사이에 저희가 찾아내지 못한 비밀 통로가 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 해도 타이런트가 지나갈 정도라면 추가적으로 확장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고.


- 예상되는 적의 목적은?

- …부관의 확보, 겠네.

  살해…… 가 목표였다면 그렇게 요란한 방식을 동원할 이유가 없어.

 오히려 타이런트의 존재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이에 좋을대로 움직이고 싶은 게 아닐까?


- ……….


메이가 덧붙인 의견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했다는 점을 지적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지.

모두가 이마를 짚은 사령관을 바라보고 수 초.


- 세레스티아.

- 네-?


깊은 한숨과 함께 얼굴을 쓸어내린 사령관의 목소리는, 평소의 톤으로 돌아와 있었어.


- 스틸라인과 함께 연구소가 있던 곳으로 향해줘. 그 쪽에 아직 구하지 못한 동료가 있지?

- 알겠습니다-

- 메이.

- 듣고 있어.

- 스틸라인이 근접전에 돌입하기 전에 폭격으로 AGS를 우선 타격해줘. 레오나.

- 응, 사령관.

- 호드와 협력해서 나머지 타이런트의 위치를 관찰해 줘. 교전은 절대로 피하고.

 …블러디 팬서.

- 옛.

- 타이런트가 갑자기 나타난 구역으로 가자. 나도 동행할 테니까.


그 목소리를 듣고, 안전한 곳에서 지휘에 집중해 달라고 만류할 수 있는 멤버가 몇이나 될까.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결론지은 라비아타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 제가 인간 님… 아니, 주인님과 동행해도 괜찮겠습니까?

 완벽한 보호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침묵을 지키던 블랙 웜이, 결의를 띈 얼굴로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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