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의 팔에 안겨 잠에서 깨어나는게 좋다. 

나를 끌어안아 주는 그이의 팔이 좋다.

내 빨간머리를 비몽사몽간에 빗어주는 그이의 뼈가 앙상한 손가락이 좋다.

 

“좋은 아침이야, 메이”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이의 목소리가 좋다.

뺨에 닿는 그이의 따뜻한 가슴의 감촉과 체취가 좋다.

눈을 뜨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되돌아보는 그이의 눈빛이 좋다.

 

아침 커피는 항상 그이가 내려준다. 메이는 잠꾸러기가 되었구나 하고 그이는 웃지만 그렇지 않다. 그저 그이와 함께 붙어서 조는 아침이 행복해서, 그저 침대에서 나오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항상 먼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은 그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는 것은 그이의 몫이 되었다.

 커피 한 잔 다음에는 토스트 두 장에 과일을 조금 얹은 요구르트. 둘 다 아침은 별로 먹지 않는 편이다.

 토스트를 오물거리며 아침은 뉴스를 보면서 점점 긴장된 얼굴로 일하는 얼굴이 되어가는 그이의 표정이 좋다.

 어젯밤은 그렇게 격렬하고,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고 울려 놓구선. 지금은 여자에게 정신이 빠지거나 하지 않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게 미워서 조금 괴롭히고 싶지만 전에 한 번 달아올라버려서 두 사람 모두 엄청 지각해버리곤 모두에게 웃음거리가 된 일이 있었다. 그런 부끄러운 일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까 참는다.

 어젯밤 만들어둔 도시락을 건넨다. 집을 나서는 것도 언제나 그이가 먼저다. 내 쪽이 나갈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녀올게, 메이.”

“다녀와. 여보.”

 

 이걸 하고 싶으니까 다. 그리고 잘 다녀오라고 키스하고 싶으니까.

 

 나는 결혼한 시점에서 퇴역하고 가정주부가 되어도 좋았다.(어쨋든 언젠가는 그러고 싶다)

“너는 아주 유능하니까, 퇴역하는 건 아까워.”

 라고 그 사람이 말해줘서, 지휘관으로서의 임무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철충은 산발적으로 밖에 출몰하지 않고, 부하들도 일상적인 업무라면 충분히 숙달되었고, 일이라고는 하지만 편하다. 오늘도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빠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청소, 세탁, 저녁준비, 오히려 집안일이 더 바쁘다. 하지만, 그이가 돌아올 곳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다녀왔어, 메이.”

“어서와 여보.”

 

현관에서의 키스 이후는 바로 저녁을 먹는다. 나와는 달리 저항군 총사령관의 업무는 격무다. 그이는 항상 배가 고픈 상태로 돌아온다. 결혼할 때까지 식칼 같은 건 만져본 적도 없었지만 SS급 바이오로이드의 연산능력을 사용하면 레시피를 기억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오늘의 메뉴는 송아지 스튜와 호박 파이. 그이는 맛있다고 연신 외치면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저녁을 다 먹으면 빈둥거릴 시간. 그이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나는 그이의 옆에서 무릎베게를 해달라고 한다. 여기가 지정석이다.

 고양이처럼 무릎위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면 그이가 간지럽다는 듯이 웃는다. 배 쪽으로 볼을 대면 그이의 냄새가 나서 가늘지만 단단한 손으로 머리와 귀를 쓰다듬어준다. 올려다보면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이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그이는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는 무릎위에서 나를 상냥하게 끌어안는다. 나는 그저 좋아서 가만히 있는다. 예전부터 키가 작은게 조금 콤플렉스였지만 이렇게 무릎 위에 쏙 들어앉아 얼굴높이가 같아지는 것은 너무 좋다.

 등에 느껴지는 그이의 숨결과 고동이 좋다.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이는 그이의 목소리가 좋다.

 그이의 손이, 내 배위에 얹어져 있는 것이 좋다.

 손바닥의 열기가 서서히 전해져 배 아래가 따뜻해져 가면 여자의 가장 중요한 곳을 맡겨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을 푹 놓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두근두근 고동이 높아지기도 하면 상반되는 기분에 나는 어느샌가 불안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불안하더라도 그이의 팔에 안겨있으면 나는 괜찮다. 

 편안하면서도 불안한, 그 신기한 기분을 충분히 맛보듯이 그의 손에 내 손을 겹친다. 그게 신호다.

 그이의 손이 내 볼을 쓰다듬는다. 부드럽게 무드대로 뒤돌아보면 거기에 그이의 입술이 있다.

 뜨겁고 달고 상냥하다.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키스.

 입술이 닿은 채로 그이의 손이 슬쩍 내 어께를 돌리고는 셔츠를 벗긴다. 나는 그이의 듬직한 등에 손가락을 엮어서……

 

“…………”

“……………”

 

나이트앤젤은 손을 뻗어서 슬쩍 디스플레이의 전원을 껐다.

 

“……저희들은 호출 받아서 관찰할 뿐입니다. 범죄 같은 건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렇긴 하지만……봐서는 안 되는 걸 본게 아닌지……”

 

나이트앤젤과 다이카가 지켜보는 포트 안에는 조용히 잠들어있는 멸망의 메이가 있었다. 메이의 머리 위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비치고 있던 영상이 두 사람이 방금 보고 있던 광경이었다.

 무적의 용의 함대와 합류한 이래 오르카의 승무원은 대폭 증원되어 카페도 갑판도 북적이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작은 장소에서 효율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개인용 오락 시설을 닥터가 시험적으로 제작했다. 바이오로이드의 뇌파와 동조해서 잠재의식에 있는 반향을 포착해 전자적으로 증폭시킨 다음 세타파로 변환해 뇌로 보낸다. 요약하자면 ‘바라는 꿈을 꿀 수 있는 기계’ 이다.

 시운전에는 가능한 한 빠른 신경계를 가진 고위급의 바이오로이드가 좋다고 헤서 메이가 선택되었고 장치나 피험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나이트앤젤과 다이카가 선임되었다.

 

“무슨 일이 있다면 불러줘 언니들, 별일 없을 것 같지만.”

 

말하고는 닥터가 나간 뒤 일단 심박수와 뇌파 수치를 보고 있었더니 모니터에 갑자기 메이의 꿈 속 광경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장이 연애고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머릿속이 꽃밭에 쩔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어, 그게 꾸, 꿈이 있다는 건 좋은거잖아요. 에헤헤”

 

 캡슐 안의 메이는 녹아내릴 듯이 행복한 얼굴을 하고는 입가가 칠칠맞게 풀어져있었다. 가끔씩 움찔움찔 몸을 떨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대로라면 대장님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되는 걸까요……”

“조금 전까지 행복한 세계에 있었는데 아시발꿈 우리한테 전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라는 걸 알게 되면요? 그야 온 힘을 다해서 우리를 뿌리친 다음 나애애애앵 울고는 어떻게든 달래지고나면 없었던 일로 하겠죠. 순서는 다를 지도 모르겠네요.”

 

 유일하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환상 속에 등장한 사령관(물론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의 꿈에는 사령관이 익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은 현실의 사령관의 사고, 행동을 모델로 만들어 졌다는 점일 것이다. 즉, 메이가 용기만 낸다면 그 꿈에 가까운 나날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뭐 그런 용기가 대장에게 있다면 처음부터 기계 따위에 의존하지 않았겠죠.”

 

 킥, 하고 나이트앤젤이 냉소하는 것과 동시에 경쾌한 전자음이 울렸다. 가상환경이 종료될 때 각성 프로세스에 들어갔다는 신호음이었다. 닥터의 설명대로라면 앞으로 30분정도 있으면 메이가 깨어날 것이다.

 

“저기 저희들, 슬슬 물러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렇네요, 저희의 안전을 생각한다면야.”

 

 다이카는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지만 나이트앤젤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이카가 문에 손을 얹고는 뒤돌아 봤다.

 

“저는 남겠습니다. 대장이 울면 놀리고 싶거든요.”

“그래도 저기…”

“그리고 눈을 떳을 때 화풀이를 할 상대가 없으면 너무 비참하니까요.”

 

 다이카는 미소짓고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대령은 정말……”

 

 하지만 나이트앤젤이 눈살을 찌푸리며 흘기는 탓에 입을 합 하고 입을 다물고는 황급히 떠났다.

 닥터가 개발한 최면가상환경유도장치, 통칭 ‘인큐버스D1'은 최초 피험자인 메이가 어째선지 화가 난 채로 울며 장치를 부셔버린 탓에 사장되었다. 

 

“메이 언니 좋으라고 부른건데!”

 

닥터는 불만이 가득 했지만.

 

“유기생명체의 가치판단은 불합리합니다. 객관적으로는 최선의 결론이 주관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니 저도 이해를 포기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라고 지나가던 스파르탄 캡틴의 말에 묘하게 납득하고는 이후 개발을 단념했다고 한다.


한 줄 요약





출처https://tsumanne.net/si/data/2021/07/27/7449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