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건..."


콘스탄챠와 그리폰에 의해 발견된 인간은 다른 의미로 참혹한 광경을 보고 몸을 떨었다. 


등대 밑 지하기지로 향해된다는 그녀들의 말에 무심코 그녀들을 따라오게 되었다. 그리고 등대 앞에 보인 것은,


참혹한 지옥도였다.


"이, 이건 대체..."


등대까지 오면서 상대한 철충들보다 압도적으로, 적어도 10배는 되어 보이는 철충들의 시체가 등대 주변에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사인을 보니 콘스탄챠나 그리폰처럼 총으로 쏴서 처리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 이것은 유린당한 것이다. 


반토막이 나았고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철충들의 흔적들을 멍하니 바라보자 콘스탄챠가 말했다.


"인간님, 걱정하실 필요없어요. 이거 저희 편이 만든 흔적이니까요. 안심해도 되요?"


"글쎄에... 콘스탄챠. 그 녀석.. 흠흠, 그 분은 인간을 그렇게 신용하지 않는 걸 잘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거야?"


"에... 엑....?"


"인간, 우리라면 몰라도 그 녀석 아니, 그 분 앞에서는 최소한의 예를 갖추는게 좋을거야. 그 분은 딱히 신경쓰지 않지만, 인간들을 신용하지 않으시거든."


"그, 그분...?"


"원래 우리보다 훨씬 약한 바이오로이드인데 특이케이스로 오류로 만들어진 녀석인데... 엄청 강해. 이거 전부, 그 분 혼자서 한거야."


"일단은 직접 보시면 알거에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간님을 공격하지는 않을거에요... 아마도요..."


"그, 그 말이 더 불안한데...!?"


"자자, 걱정말고. 최후의 인간인데 여차하면 우리가 지켜줄테니까. 어서 들어가자. 다왔어."


콘스탄챠는 등대 문을 열고 인간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등대 안에 들어선 인간은 한 인영을 보았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눈 앞에 있는 자신보다 작은 체구의 여성에 나는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차갑디 찬 눈으로 노려보는 눈빛에 나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자신의 몸에 적어도 4분의 3은 차지할 것 같은 거대한 도끼는 마치 남극과 북극에 모든 추위를 담은 것 같은 거대한 한기가 느껴졌다.


—다 찢어지고 헤진 그녀가 입은 옷은, 마치 그녀가 백전노장같은 노련한 기운을 뿜는게 느껴지는 것처럼 보였다.


눈 앞에 있는 그녀는 자신을 말 없이 몇초동안 바라보더니, 옆에 있는 콘스탄챠와 그리폰에게 물었다. 


"이건 또 뭐냐?"


마치 물건 취급하는 듯한 물음에 나는 그녀가 정말로 인간 불신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옆에 있는 콘스탄챠가 말해주었다.


"저희가 발견한 인간님이에요. LRL님. 인간님을 일단 호위해서 이곳으로 모셔왔습니다."


그 말에 LRL이라 불린 소녀는 물끄러미는 자신들을 바라보다가 도끼를 등에 걸더니, 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던져주었고 등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L, LRL!! 어디 가는거야!?"


그리폰의 물움에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거 데리고 지하기지로 가라. 최근에 철충들의 움직임이 묘연해지더니, 여기에서 피해가 막심한 것을 알았는지 대량으로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 연결체도 있더군. 어서 출항 준비나 해라. 포츈에게는 이미 말해두었다."


"LRL 님은...!!"


"놈들 다가오는 속도로 보면 출항하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잠시 시간을 끌지. 여차하면 바다로 달려가면 되니까. 어서가라."


그러고는 LRL은 안대 낀 눈으로 인간을 한번 바라본채 문을 쾅 닫고 나갔다.


그와 함께 인간은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 인간님...!!"


"그, 그 여자는 대체..."


인간은 온몸을 벌벌떨고 있었다.


"우리도 이해해 인간. 저 녀석 만난지 얼마 안됬을 때는 우리도 그랬거든. 자, 어서가자. 그 녀석 말대로라면 빨리 준비해야지."


그리폰과 콘스탄챠는 그를 부축한 채 지하기지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