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무슨 생각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옛날에 추억을 좀 상기해보았습니다."


부관으로 일하던 레모네이드 알파가 눈을 감고 가만히 있자 옆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사령관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추억? 알파에게 추억이라 할 만한 것이 있었어...?"


"...아주 조금, 정말 하나 뿐이라고 할 수 있는 추억이었죠. 가끔씩 그립군요. PECS에서 가장 훌륭하셨던 최고의 회장이셨던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훌륭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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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PECS의 8명의 회장 중에서 가장 젊은 회장이었다. 누구보다도 자상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회장들과는 다른 선한 인간상을 지녔고 누구보다도 인류를 위한 가치관을 지닌 존재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어려운 인간들을 자신의 개인 자산까지 이용하여 그들을 도왔다고 전해진다. 


그는 PECS의 산업 중 "라스트 산업"이라는 곳을 총 지휘하는 회장이었다. 오메가 산업보다 압도적으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그 산업은 PECS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최고봉이라는 오메가 산업조차 라스트 산업 앞에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그에 휘하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은 그의 명령에 의해 도구 취급을 받지 않았다. 라스트 산업의 회장은 젊은 나이에도 바이오로이드들을 자신 딸, 손녀들처럼 여겼고, 모든 기업을 통틀어 사람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대기업으로 손꼽히기고 했다. 


심지어 무적의 용이나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조차 그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였다.


다른 PECS 회장들이 보르피예프 박사를 강간하여 레모네이드 시리즈들을 만들려고 할 때 그런 그들을 막아선 것은 바로 라스트 산업의 회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방벽에도 어떻게든 그녀의 유전자를 뽑아내어 그를 제외한 펙스 회장들은 레모네이드 시리즈들을 만들어내고야 말았고 보르피예프 박사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때 라스트 산업의 회장은, 자신의 부모나 다름없는 보르피예프 박사의 죽음으로 슬퍼하던 레모네이드 알파를 한동안 돌보아 주었다고 한다. 


라스트산업의 회장을 눈에 가시처럼 여긴 나머지 회장들은 그를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했지만, 라스트 산업은 너무나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만약 그가 없어진다면 PECS 산업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어찌할 방도를 생각해내질 못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PECS가 3대기업인 블랙리버, 삼안 그들을 제치고 항상 단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라스트 산업 덕분이었기 때문이었고 그것을 이끄는 것이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식을 가진 라스트 산업의 회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궁리끝에 김지석과 앙헬을 끌여들어 라스트 산업의 회장을 몰아내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라스트 산업의 회장은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정말이었다. 갑자기 회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편지만을 남긴 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존재를 감춘 것이었다. 


그에 라스트 산업 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떻게든 그를 찾으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특히나 알파는 그를 찾으려고 최대한 많은 지역을 해킹하며 그의 흔적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 가 없었다. 


라스트 산업의 회장이 갑자기 사라지자 PECS회장들은 라스트 산업을 막대한 자산을 먹어치우기 급급해했고 라스트산업의 지분 중 30%가 레모네이드 알파 소속의 클로버 산업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철충들의 침공으로 인류는 멸망했다. 


인류가 멸망하자, 바이오로이드들은 저항군을 꾸렸다. 


레모네이드 알파는 혹시나 라스트 산업 회장님이 이것을 예상하고 갑자기 사라지신게 아닐까 생각하며 벙커나 동면시설같은 곳을 전부 샅샅이 확인했고, 


오르카 호에서 인간을 발견했다는 것에 기뻐했지만, 자신이 바라던 그 남자는 아니었다는 것에 실망을 금치 못했고, 그래도 펙스 회장같은 쓰레기인간은 아니라는 것에 만족하며 그쪽에 합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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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그래서 내가 너랑 만난 것이였구나."


"불쾌하셨나요?"


"아니 전혀, 오히려 그런 인간이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 업무 나무 힘들어... 초거대산업 회장이라매? 분명 이정도 업무 처리는 순식간에 끝낼 것 아니야."


"후후, 확실히 그 분은 업무를 누구보다 빠르게 끝내시고 LRL같은 어린 바이오로이드들하고 놀아주셨죠."


"그래서, 너나 무용이나 라비아타가 내 프로포즈를 받아주지 않은거구나. 그... 할아버지를 기억하느라 말이야."


"저같은 경우에는 그렇죠."


"그 할아버지 사진있어?"


"아, 네. 하나밖에 없는 추억이라 소중히 모셔놨답니다."


알파는 자신의 가슴골에 손을 집어넣어 사진한장을 꺼내어 사령관에게 보여주었다.



".....뭐랄까... 무척이나 졸려보이는 눈이네..."


"확실히 그 분은 그게 인상적이였죠. 그래도 저 분 무척 강하답니다?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 같은 거 안하셨는데도 자신을 암살하러 온 팬텀과 블랙 리리스를 30초만에 박살내셨죠."


"그 둘을...?"


암살과 경호에 있어 최고봉인 그 둘을 순식간에 쓰러트렸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허를 내둘렀다. 만약 이... 할아버지가 살아서 오르카에 합류했더라면, 무척이나 큰 전력이 됬을텐데...


아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말자. 무러 100년도 더 된 일이다. 인간이 그리 오래 살 수 있을리 없으니 말이다.


베렙베렙베렙베렙——


갑자기 통신 벨소리가 들려왔고 사령관은 통신을 받았다. 그러자 사령관실에 스크린이 떠지며 불굴의 마리가 나타났다.


[사령관님. 스틸라인 한 부대가 정찰을 하다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연락 내용은?"


[한 숨겨진 시설을 발견, 그곳에서 동면 중인 또 다른 인간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PECS 산업과 관련된 이로 보인다고 합니다.]


사령관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정말로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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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이미지는 눈에 띄는 걸로 주워온 거. 


이 회장은 빛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