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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압한 로버트에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AGS의 도움 없이 달려든 야생 타이런트를 물리친다.

-라는 것은, 사실 사령관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처음부터 타이런트와의 전투를 상정하고 구성한 전력이고, 전투로 발생한 폭음이 타이런트의 주의를 끄는 것도 상정 범위 내였으니까.

아무리 리제가 위험하다고 해도 - 혹은, 그렇기에 더욱 - 통신 방해가 남아있는 지역에 그 정도 확신도 없이 들어갈 리가 없었지.


- ▄▄▄▀▀███▄▄▄█▀▀▀▀-!!!

- 이오 6에서 12까지, 전탄 발사.

- 으아아앙!! 쓰러져!!!


스프리건이 저격으로 주의를 끌고, 돌진해오면 이오들이 화력을 쏟아부어 균형을 무너뜨려 저지.

산발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 탄막은 블러디 팬서가 장갑을 전개해 받아냈어.

분을 못 참고 플라즈마 포를 쏘려고 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칼리스타가 연사하는 HEAT탄이 움직임을 저지하면서 확실히 피해를 누적하고 있었고.


아머드 메이든 수십에 사령관의 지휘까지 더해지고서야 간신히 안정적으로 몰아넣을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우습게 볼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이 - 오르카 호의 타이런트처럼 - 조금만 더 전략적으로 행동했어도 지금처럼 패턴이 정해진 몬스터 상대하듯 할 수는 없었을 거기도 하고.


아무튼 참가한 대원들도 대응에 익숙해지면서 좋은 의미로 긴장감이 풀려가고, 뚫리긴 하는 건가 싶던 장갑에도 대미지가 쌓이는 것이 눈에 보이면서 사령관이 슬슬 자폭에 대비해 대원의 배치를 조정하기 시작했을 즈음.


- 주인님, 타이런트가 하나 더-!

- ▄▄▄▀▀███▀██▄▄-------!!!!!"


전장의 소음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착실하게 사령관의 옆에 서 있던 금란이 경악한 것과 거의 동시에 또 하나의 포효가 전장을 뒤흔들었음.

통신 방해의 효과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능히 정찰을 대신해내던 금란이었는데, 이렇게 '뒤늦게' 깨달았다면 의미는 분명했지.


- …로버트.

- 크흐흐………… 살점 하나라도 남으면………!


애초부터 로버트는 자기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타이런트 하나를 유도해올 준비를 해 뒀다는 거야.

저격이 가능한 스프리건으로는 충격량이 모자라고, 화력을 갖춘 다른 대원의 유효사거리보다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타이런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입을 열어 플라즈마 포를 충전하기 시작했어.

목표는-


- 우익, 최대한 빠르게 물러나!


아머드 메이든 대원들이 아니라, 상처입은 다른 타이런트 쪽.

이걸 다행이라고 안심하기엔 빗겨나는 정도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 위력이 아니라는 건 그야말로 이제와서의 일이었지.

처음 타이런트가 접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동요하지 않던 사령관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깃든 것 자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었어.


- 내화 코팅을 해 두긴 했는데 말임다….


너스레를 떨듯 말하는 블러디 팬서의 얼굴에 맺힌 식은땀이 떨어질 즈음.


- ▄▄▄▀▀███▄▄▄█▀▀▀▀██▄▄-------!!!!!"


시뻘건 플라즈마 덩어리가 그대로 상처입은 타이런트를 덮쳤지.

눈이 멀 것 같은 빛과, 다가올 후폭풍의 예감에 리제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사령관을 덮듯이 껴안았고.


- 방벽 전개합니다……!


블러디 팬서보다 한 발 앞으로 뛰쳐나간 검은 비늘이, 대원과 플라즈마 폭발이 가장 가까운 장소 사이에 장벽을 만들었음.


- 블랙 웜!

- 괜찮습니다. 열기에는 강한 편이므로…….


라고 하는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는 비늘을 보면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는 건 명백했지.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플라즈마 포는 푸르게 변하면서 한층 더 기세를 올렸고.

비늘과 몸을 연결하는 관절부까지 열기가 번지는 것을 침착하게 확인하고-


- 여러분이 무사하시다면, 저는 그것으로…….


블랙 웜은 작게 웃어보였음.

그것이 죽음을 각오한 얼굴이라는 것을, 리제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어.


- 최대 출력 전개!


물론 스노우 페더도.

검은 비늘의 날개와 겹치듯 펼쳐진 하얀 날개로부터 쏟아지는 냉기가 억지로 달궈진 비늘을 식히기 시작했어.

기본적인 위력의 차이가 명백한 만큼, 단순한 시간벌이에 지나지 않다는 건 분명했지만.


- …페더. 위험합니다.


그것을 이해한 블랙 웜이 타이르듯 꺼낸 말에.


- 싫어요!


스노우 페더는 반쯤 투정에 가까운 말투로 외쳤음.


- 누군가를 다시 잃는 건…… 싫어…!


영원 같던 플라즈마의 포격이 멈춘 것과, 급격한 온도차를 견디지 못한 블랙 웜의 비늘이 깨져나간 건 거의 동시의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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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 저항 + 54%

화염 저항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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