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갑자기 누군지 생각이 팍! 하고 들었다고?”

 

“응. 그럴 수 있잖아.”

 


닥터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째려보았다.



“... 그래, 그래. 그럴 수 있지.

내가 뭐라 했어?

그냥 물어본 거 가지고...”

 

 

무슨 일인지 다크서클이 더 짙은 닥터가 사령관실로 찾아왔다. 손에는 말린 차가 담긴 통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는, 그걸 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말하고 싶어서 온 것 같다. 이 애가 내 얼굴 보겠다고 올 일은 없으니까.

 

 

“후우… 차 한 잔 할 거야?

안 할 거면 내 꺼만 하고.”

 

“괜찮아.”

 

“그러든지.

그 애새끼 조수 몰래 오느라 힘들었는데, 좀 쉬어야겠어.”

 

“조수?”

 

“왜, 나랑 똑같이 생겨 먹은 애 있잖아?

당신 좋다면서 쫄쫄쫄 따라 다니는 애 말이야.”

 

“… 다른 닥터?”

 

“응. 그 애.

나랑 똑같이 생긴 년 얼굴을 맨날 보고 있는 게 얼마나 속쓰리는 일인지 모를거다.”

 

“... 조수라고 하면 화내지 않을까?”

 

“화 내든지 말든지.”

 

 

닥터는 차를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이상한 차 향이 방 안을 천천히 채웠다.

 

 

“음… 나쁘지 않네.”

 

“그래서, 무슨 일인데?”

 

“홀짝… …

… 당신은 손님이 오자마자 일 얘기부터 하는 스타일이야?

그렇게 분위기 없이 그러면 언니들이 싫어할 걸?”

 


저런 얘기를 이 애 입에서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닥터가 내 방에 이렇게 온 건 흔한 일이 아니잖아.

뭔가 일이 있으니까 이렇게 왔겠지.”

 

“... 낭만은 없어도 눈치는 빠르네.

하긴, 그러니까 여태까지 버틴 건가?”

 

“뭐, 반은 맞다고 하자.”

 

“… 그래, 뭐, 나도 할 말이 있긴 하니까.

...

...

... 일단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고마워?”

 

“당신 덕분에 쓸데 없이 길어질 수사가 금방 끝났거든.

특히나 당신 패널이 결정적이었어.

그 언니가 사령관 전용 회선은 어떻게 해킹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회선으로 말을 걸어서 우리도 몰랐던 거야.

아마 당신이 증거로 당신 회선이랑 온라인 기록이 아니었다면 영영 몰랐겠지.”

 

“닥터도 해킹할 수 없어?”

 

“당연히 못하지. 내가 만든 건데,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겠어?

온전히 사령관과, 초대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최고 보안 등급의 통신 루트라고.

보안도 최상일 뿐 아니라 그 회선은 아예 다른 것들과 물리적으로 분리가 되어있는데 해킹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지."


"... 여기에 굳이 그런 게 필요할까?

어차피 인류도 다 망했는데, 너희한테 숨길 게 뭐가 있다고..."


"몰라, 그 전용 회선도 그 개새끼가 만들어 놓으라 했던 거야.

아직도 그걸 어디에 썼는지는 모르겠네.”

 

“그럼 그것도 열람하게 해줄까?”

 

“아니, 쓸모 없는 짓이야.

시간이 지나면 저장된 기록들은 자동 삭제되게 되어있거든.

그 괴상망측한 인간이 무슨 신비주의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 하긴, 그 기록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으면 내가 먼저 봤겠지.

 


닥터는 마시던 차를 가만히 보더니 갑자기 한 입에 다 털어넣기 시작했다. 그 특유의 이상한 향이 폭발하듯이 내 쪽으로 뿜어져나왔다.




“하아… 

...

... 그것보다 그 언니는 대체 그걸 어떻게 해킹한 거야?

이 정도 보안 등급은 나도 함부로 못 건드는데…

당신 이외에 사람이 들어가려면 엄청나게 복잡한 암호 코드를 입력해야 한단 말이야.”

 

“… … 그러게?”


"나도 모르는 방법을 그 언니가 알고 있을 수 있나...?

... 기술 문제에서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건 문제가 있는데..."



발키리를 무시한다던가 하는 말투도 아닌, 온전히 걱정에서 비롯된 억양이었다. 닥터가 확실히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자기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여기는 당신 덕분에 난리도 아니야.

발키리 언니가 범인일리가 없다고 발할라 전부가 달려 들어서 변호하는데 그 난장판을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말이지.

심지어 지휘관급인 레오나 언니도 감싸고 있어서 지휘 개체가 완전 엉망이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이제 당신이 나설 차례라는 거지.”

 

“… 내가 괜히 그랬나…?”

 

 

차를 다시 따른 후, 닥터는 잠잠히 나를 보더니 차를 한 번에 전부 들이키고는 찻잔을 책상에 던지듯이 놓았다.

 

 

“아니, 이건 잘한 짓이지.”

 

“왜?”

 

“내부의 소행이었잖아.

이 정도로 교묘하게 오르카 호를 뒤흔들 만한 철충은 없다는 것이 확인 되었고,

내부의 인원이 더 깽판 치기 전에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 좋고,

우리들은 여러 모로 안심이지.”

 

“그래, 그렇지?”

 

“아무튼,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당신이 나서서 정리를 해줘야 할 거야.

고마운 일이었긴 하지만, 당신이 벌여놓은 일은 당신이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

안 그러면 진짜 내분이 일어날 거야. 싸움 난다고.”

 

“그냥 다수결로 하면 되지 않을까?”

 

 

닥터는 고개를 저었다.

 

 

“한 명뿐이긴 하지만, 이미 당신을 제외하고는 최고 등급인 지휘관이 이 수사 결과를 대놓고 반박하고 있어.

그게 지휘 체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어?

그리고 이미 컴패니언 언니 몇몇은 아예 눈이 뒤집혔단 말이야.

감히 자기 주인님을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말이지.

당장 발할라랑 컴패니언 사이에 싸움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야.

이게 다 당신이 발할라 언니들을 뺀 나머지 부대하고만 만나서 그런 거지.

그 언니들이 최고 사령관이 자기들 빼고 면담을 가졌다고 하면 얼마나 소외감을 느낄 지 생각해봤어?”

 

“… 마지막으로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만나볼 생각이긴 했어.

그리고… 레오나가 나를 싫어했으니까…”

 

“남겨진 언니들에게 그 사실이 중요할까?

하필이면 다른 모든 부대하고는 만나고 유일하게 발할라만 만나주지 않은 상황에서 당신이 발키리 언니를 범인으로 지목했다니까?

그럼 발할라 언니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발할라 언니들이 당신을 얼마나 더 싫어하게 될까?”

 

“나… 난 컴패니언이랑 호드랑 스틸라인, 캐노니어하고만 만났는데…”

 

“그래, 몽구스 언니들도 있긴 하지. 그 외에도 다프네 언니나 다른 언니들도 있긴 하지.

근데 우리 함에 남아있는 언니들의 주 세력에 몽구스가 끼기엔 수가 너무 적다는 거, 당신도 알잖아?

발할라와 당신이 말한 네 팀. 그 다섯이 오르카 호의 주 세력이지.

각 팀마다 하나씩 최고 등급의 명령권자가 있으니 세력 간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던 거고.

그 오묘한 균형을 당신이 지금 완전히 깨부숴버린 거라고.

네 팀이 모여, 남은 발할라를 공격하게 만들었단 거지.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당신 정도 되는 인간이 일을 시작하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번지는지?

단순히 내부 고발 수준이 아니라 피비릿내 나는 명분 싸움의 시작이라고. 이제.”

 




“… …. 하아… 머리 터지겠네…

내가 이래서 사령관 자리가 싫단 말이야…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어도 속도가 너무 빠르잖아…”

 

“그래도 몰랐던 건 아니라 다행이네.

칭찬해줄게.”

 

 

닥터가 언제 우렸는지, 남은 찻잔에 차 한 잔을 마련해서 내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 

 




 

“이거 마시고 힘내.”

 

“…? 진짜 놀랄 일 투성이네.

닥터가 차도 다 타주고.”

 

“… 그렇게 쓸데 없이 군소리 하는 거,

그건 당신 성격이야?

아니면 나 꼴보기 싫으라고 그러는 거야?”

 

“알았어, 알았어. 잘 마실 게.”

 

 

마지 못해 한 모금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차다운 맛이 나나 했더니, 곧장 뭔가 톡톡 터지기 시작한다. 탄산이다. 이걸 더 이상 차라 말할 수 있을까?

 

 

“으… 뭐야 이거…”

 

“왜, 콘챠 언니가 콜라 먹으면 몸 상한다고 하길래 내가 만들어 봤지.

그런 톡 쏘는 맛이 없으면 입이 심심하다니까.”

 

“너 진짜 입맛 별로구나.”

 

“그런 소리는 질리게도 많이 들었으니까 이왕이면 독특하다고 해줘.”

 

“… 에휴… 그래, 너가 그렇다면 그런 거라 하자.”

 

“후후, 아무렴 어때?”

 

 

닥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원래 이야기로 넘어가자고.

내가 한 말에 뭐가 빠져있지 않아?”

 

“뭐가?”

 

“뭐긴 뭐야.

당신이지.”

 

“응?”

 

“당신이 빠져있다고.”

 

“…?”

 

“말했지. 우리는 다섯의 세력이 있다고.

그런데 당신이 이 악물고 나타나서 일을 마무리 하면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네 팀과 한 팀의 불균형에 당신이 들어가면, 그 때는 누가 더 우세해질까?”

 

“… … 내가 들어가면, 

그러면 다른 애들도 딴 소리 못하겠지…?”

 

“그래, 못하지.

말했잖아? 각 팀에 있는 대장 언니들은 ‘당신을 빼고’ 최고 등급의 명령권자라고.

하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당신보다 명령 등급이 높은 사람은 없어.

그런 사람이 언제까지 저울 밖에서 관망할 셈이야?

이젠 저울 위로 올라가야지. 언니들이랑 남으로 남을 것도 아니잖아.

당신도 예상은 했다면서.”

 

“… 그래, 해야지.

근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 힘들면 일단 레오나 언니를 뺀 나머지 지휘관 언니들 좀 진정시켜 봐.

이러다가 레오나 언니 남은 다리 하나도 잘릴 판이야.”

 

“그 정도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닥터는 놀란 내가 웃긴 듯이 웃음을 지었다.

 

 

“… 이런 상황에서 잘도 웃네.”

 

“웃으면 복이 오거든.”

 

“네 입에서 나올 말이라곤 생각 못했는데…”

 

“날 대체 뭐로 보는 건데.”

 

“…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온 성질 사나운 괴물?”

 

"... ..."


닥터는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 내 성깔 개같은 건 알고 있었는데 진심이야?"


"... ... 과장 조금 보탰어."


"조금?"


"... 좀... 많이...?"


“... ... 에휴, 괴물은 당신 안에 잠자고 있는 그 개새끼가 괴물이고.

그 새끼에 비하면 난 너무 얌전한 괴물 아니야?”

 

“… … 미안.”

 

“... 기죽을 소리 할 필요 없어.

오늘은 당신이 좋은 결정을 해줬다고 감사하기 위해 온 거니까.

그 답례로 차도 줬잖아?”

 

“… 이게 선물이었구나?”

 

“난 그런 거 남에게 함부로 주지 않아.

나도 없어서 못 먹는 걸 왜 남 줘?” 


“… 그래. 그럼 너 혼자 다 먹어라.”

 

“또, 또 빈정 상하게 하네.

아무튼, 이번에는 당신이 잘 좀 해줘야겠어.

당신이 아니면 진짜 난리가 날 테니까.”

 

 

닥터가 가지고 온 차를 고사리만한 손으로 챙겨서 나갈 채비를 했다.

 






 

“잘 할 수 있지?”

 

“… 내가 너한테 딴 소리해서 뭐 하겠냐.

잘 하겠지.”

 

 

닥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애매한 표현 말고.”

 

“… 그래. 잘 할 거야.”

 

“이제 좀 마음에 드네.

자신감을 가지라니까?

왠지 당신이라면 이번에도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거든.”



 

 

 

“… 하나 이해가 안 되는데 말이야.”

 

“뭐가?”

 

“너는 이런 상황을 만든 내가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 궁금한 게 그거야?”

 

 

닥터는 헛웃음을 쳤다.

 

 



“있지. 우리가 사람은 아니어도 제법 비슷하게 만들어졌단 말이야.

언니들끼리 사이가 좋다고 하긴 했지만 늘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살다 보면 가끔 싸우기도 하지. 사람처럼.

하물며 그 개새끼가 개짓거리를 할 때, 언니들끼리 얼마나 많이 싸웠을 것 같아?

또 그걸 내가 얼마나 많이 봤고, 중재했을 것 같아?”

 

“… 아마 많겠지?”

 

“그래, 많았지.

그러다 보니까 하나 알겠더라고.

대놓고 싸우는 것보다 말 없이 속으로 묵히기만 하는 것이 더 화해시키기 어렵다는 걸.

그리고 지금은, 당신 덕분에 언니들이 이렇게 대놓고 싸우고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후자보다는 전자를 하게 만들었다, 이거야?”

 

“응. 맞아.”

 

“그럼 왜 진작에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닥터는 이번에야 말로 더 큰 헛웃음을 쳤다.

 

 

“하, 고작 일개 바이오로이드 말에 휘둘리는 사령관이라니?

꼴이 좀 우습지 않겠어?”

 

“휘둘린다니?

그냥 좀 참고를 할 뿐이지.”

 

“그래,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이런 건 참고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어느 쪽에 설지, 확실하게 결정하는 건 경험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지.

나도 그 때문에 후회할 짓 많이 했으니까.”

 

“… …”

 

“왜, 더 할 말 있어?”

 

“아니, 그냥… 좀, 닥터는 생각보다 더 똑똑하구나 싶어서.”

 

“… 그럼 내가 여기서 제일 똑똑한 사람인데, 당연하지.”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 좀 많이 해줄 수 있을까?

부탁이야.”

 

“소름끼치게 부탁은 무슨 부탁이야.

나중에 도와줄 수 있을 때는 도와줄 테니까, 그딴 소리 하지마.”

 

 

닥터는 고개를 돌려 문 밖으로 향했다.

 

 







“(… 부탁이라… 새삼스럽네.)”

 

“뭐라 했어?”

 

“아니, 그건 아닌데,

...

...

...

… 그래, 나도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잖아?

근데 웃기만 한다고 복이 오진 않아.”

 

“… 그런데?”



닥터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웃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복은 당신이 좀 가지고 와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그러고는 자기가 들고 온 차를 통 째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맨 입으로 하기엔 뭐 하지? 복채라고 하던가?

이거, 전부 줄 테니까 확실하게 좀 해줘.

깔끔하게 해야 한다? 지금 상황 심각하단 말이야.”

 

“… …”

 

“왜, 싫어?”

 

“아니, 그냥…

내가 닥터에게 이런 부탁도 듣는 날이 오는 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갑자기 가슴이 찡해서…”

 

“… 염병 지랄을 떤다.”

 


분위기니 어쩌니 불만이던 애가 산통 깨는 소리는 제일 잘하는 것 같다.




“그래, 이래야 내가 알던 닥터지.

알았어, 내가 확실하게 뒷처리 할 게.

어차피 예상 못했던 일도 아니니까.”

 

“… … 참 이런 인간이 어디가 믿음직스러워서 이렇게 안심이 되는 건지 모르겠네.”

 

“그 동안 내가 고생을 좀 하긴 했지.

그 고생이 이제 빛을 좀 발하나 보다.”

 

“… 에휴, 말을 말자.

아무튼 나는 간다. 따라 나오지 마.”

 

“예, 예, 당연히 그래야죠.”

 


가던 길을 멈추고는 내 얼굴을 날카롭게 째려봤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내 가슴이 섬찟 섬찟 하단 걸 애는 알고 있나 모르겠다.



“… 꼭 들으라고 하는 것 같다?

복채랍시고 준 게 맛대가리도 없는 차라 불만이어서 그래?”

 

“비꼬다니? 사람 섭하게 말이야.

아무리 차가 맛이 없어도 내가 그렇게 박하게 굴지는 않아.”

 

“그래도 맛없는 건 부정하지 않는구나.”

 

“내 평생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거든.”

 

“흐, 나중엔 익숙해질 거야.”

 

 

닥터는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애와 이렇게 길게 말해본 적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게다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복채라고 이런 선물도 받고. 참 감개무량할 일이다.

 

아무튼 일을 처리하긴 해야 하는데, 나 혼자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컴패니언 애들부터 발 빼게 만들고, 다른 애들도 진정시켜야 하고, 또 발할라 애들도 만나야 할 거고… 닥터가 진정시키는 것부터 먼저 하라고 했으니까 그것부터 하면…

 

에휴, 팔자에도 없던 짓을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레오나가 째려보면 왠지 말도 못하고 나갈 것 같아서 좀 무섭긴 하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할 수도 없는데… … 미움 받을 용기라는 게 이럴 때 필요한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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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써놓은 건 많은데 퇴고하기가 힘들다

한 번에 많이 올리는 건 힘들어서 어지간하면 이렇게 짧게 올리는 게 좋을 거 가틈

물론 스토리 진행이 안 되는 느낌이 들어서 영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게 좋지 않을까?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