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사람이 오르카에 한 명 있지.

 

 그래.... 어제도 어김없이. 무슨 뜻인지 알 거라 믿네. 하지만 어제는 좀 달랐다네! 야외에서, 다 벗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머지는 당신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생략하겠어. 나도 정상적인 바이오로이드는 절대 아니라고 믿고 있네. 이상할 게 전혀 없지. 당신들도 나에 대한 어떠한 인식이 있을 걸세.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야. 그 모습은 진정한 내가 아니라네. 내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사령관의 발견 전까진 나름 건전했었네.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고, 비스트헌터에게 칭송받고, 에밀리에게 두려움받던 나날이 가끔 그립기도 해. 지금은 움직이는 쾌락인 사령관을 끼고 살지만, 원래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네.

 

 “아스널? 안에 있어?”

 

 그러나, 저 순진한 얼굴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찾으니 말이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들어오게.”

 

 “실은... 어제의 일에 대해서 정해 놓아야 할 게 있겠더라고.”

 

 내가 생각해도 그 일은 좀 심했어. 그래, 인정하네.

 

 “할 거면 제발 방에서 해주면 안 될까?”

 

 “물론이네. 그땐 내가 너무 심했어.”

 

 분위기에 휩쓸려서 무심코 한 거지만, 이런 말이 의미가 있겠나? 사령관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은 결단코 변하지 않고, 내가 심했던 것도 맞으니 말이야.

 

 “정말이지....? 그때 부끄러워서 죽을 뻔했다고.”

 

 그렇게나 부끄러웠나.

 

 “물론일세.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지. 맹세한다.”

 

 정도가 있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네. 재미있어하는 자들도 안에 있다만, 그들의 주인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 맞다. 줄 선물이 있어.”

 

 ...선물이라. 무얼 하고 싶길래?

 

 “여기, 흰색 오프숄더 원피스랑... 베이지색 속옷, 그리고 나머지 잡다한 것들. 어울릴 것 같아서 오드리에게 부탁했어.”

 

 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일상복이라...

 

 “내일, 입고 와줄 수 있을까?”

 

 뭐가 하고 싶은 걸까.

 

 “연유가 무엇인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건가?”

 

 “아니, 그럴 의도는 전혀 없고, 그냥 평범한 데이트를 즐겨 보고 싶어서. 누가 뭐래도 넌 내 유일한 서약상대잖아? 이런 평범한 데이트는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서.”

 

 맞다, 말해주지 않은 것 같은데, 지지난 달, 그러니까 6월에 그가 정한 최초의 서약상대가 나다. 오르카의 지휘관으론 날 따라올 자가 없다나 뭐라나. 뭐, 나야 감사하지만 말이야.

 

 “좋네. 마음에 드는군. 내일 만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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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더 써, 말어? 아스널 말투 표현하기 더럽게 어렵네...